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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이후, 나는 비로소 시간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이제 퇴직한지 4개월중반을 넘어 서고 있다. 우연히 아는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부장님 지금 뭐하고 지내세요? 그 물음은 곧 나의 생활을 짐작해서 물어 본 것이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그 호칭이 잠깐 낯설게 느껴졌다.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지 않지만, 나는 여전히 그 시간의 일부처럼 불리고 있었다. 그 한마디는 자연스럽게 나를 과거의 자리로 끌어당겼다가, 다시 지금의 자리로 돌려놓았다. 내가 37년을 열심히 직장생활을 한 역사를 아는 분이다. 나는 담담하게 이야기 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잘 갑니다라고....구체적으로 글쓰기 하루에 하나 둘 하고 나면 점심시간이고 ‘잘 간다’는 말은 여유에서 나온 표현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리듬 속에 적응해 가고 있다는 의미에 가까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더 길게..

인생에세이 2026.04.22

앞서간다는 것의 대가

아마 초등학교 시절로 기억된다. 흑백 TV를 보며 영화나 드라마를 기다리던 시간, 그 사이에 흘러나오던 광고는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삶을 바꾸는 약속처럼 느껴졌다. 어린 시선에서 그 변화는 더 크게,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석유곤로와 샤프 광고였다. 연탄에서 벗어나 언제나 편리하게 음식을 할 수 있고 화력 조절까지 되는 곤로는 가정주부들에게 혁신이었다. 샤프는 매번 칼로 연필을 깎고 심을 고르는 번거로움, 그리고 필통을 떨어뜨리는 순간 연필심이 전부 부러지던 그 짜증나는 반복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작은 혁명이었다. 그 ‘편리함’은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불편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의 크기였다.나는 몇 날 며칠을 샤프를 사달라고 보채고 울며 사정을 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는 ..

인생에세이 2026.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