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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이 지운 20년, 애니메이션이 되찾아준 세계

만화명화에서 애니메이션까지나는 어릴 적 만화를 즐겨 보았고 그리기도 했던 꿈많은 소년이었다. 만화책과 흑백TV에서 나오는 만화영화는 또 다른 신세계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그 시절 만화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현실을 벗어나 숨을 쉴 수 있는 통로였다. 어린 나는 그 안에서 마음껏 살아보고, 상상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곤 했다. TV가 귀하던 시절, 만화영화를 보려면 만화방에 돈을 내고 친구들과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도 벌이곤 했다.작은 자리 하나를 두고 벌이던 신경전 속에서도 우리는 진지했고, 그만큼 그 시간이 소중했다. 그 몰입 자체가 이미 완성된 행복이었다. 당시 유행하던 만화영화 제목들도 기억이 난다. 아톰, 요괴인간, 황금박쥐, 마린보이. 모두 일본 만화영화였다.나는 그 만화영화를 보..

인생에세이 2026.04.13

버려진 선풍기에서 시작된 질문, 살아남는다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화력발전소와 어촌항이 있었고, 나는 화력발전소 방파제에 자주 낚시를 하러 가곤 했다.바닷바람에는 짠내가 섞여 있었고, 방파제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는 어린 나에게도 묘한 설렘을 주었다. 가진 것은 부족했지만 그 시간만큼은 누구보다 풍요로웠다.초등학생이라 주머니에 돈이 없었기에 낚싯줄과 바늘 몇 개, 납추 몇 개만 들고 구멍치기 낚시를 했다. 잡히는 건 대부분 아주 작은 물고기였고, 먹기보다는 그저 재미였다. 여름이면 친구들과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고, 다시 낚시를 하며 하루를 보냈다.건너편 작은 어촌항 옆에는 큰 공장이 있었고, 그 앞에서는 거대한 철제선들이 해체되고 있었다.해체되던 선박은 마치 한 시대의 끝을 보여주는 장면 같았다. 거대한 쇳덩이가 잘려 ..

인생에세이 2026.04.13

“벗겨지고 나서야 남는 것”

교복은 초등학교때부터 입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 입은 교복은 시장에서 산 교복에 목부위에 하얀 칼라를 덧붙여 입었다.어릴 때 입었던 교복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내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를 말해주는 작은 신분증과 같았다. 그 얇은 칼라 하나에도 질서와 구분이 담겨 있었고, 나는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위치를 배워갔다.중학교 때에는 목부분이 링처럼 된 칼라 형태의 교복에 학년을 나타내는 배지를 달았다. 중학교때부터 모자에는 학교를 표시하는 마크가 붙어 있었고, 모자를 보면 어느 학교를 다니는지 알 수 있었다.모자 하나만 봐도 학교가 드러나던 시절이었다.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도 서로의 소속을 알아보던 감각은 긴장과 동시에 묘한 안정감을 주었다.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교복과 모자를 썼고, 모자와 교복에는 학교 ..

인생에세이 2026.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