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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선에 서다

이제 회사를 그만둔 지 두 달이 다 되어 간다. 원래 계획대로 일은 진행되지 않았다. 35년 가까이 회사생활, 즉 남의 일을 하고 노동의 대가(월급)를 받는 생활을 청산했다.두 달이라는 시간은 짧다면 짧지만, 오랫동안 몸에 익어 있던 직장인의 리듬이 서서히 사라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기도 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 시간을 계산하던 습관은 남아 있지만, 이제는 그 시간을 어디에 써야 할지 스스로 정해야 한다. 그 순간부터 삶의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중간에 몇 번의 나의 일(사업)을 한다고 이리저리 헤매이다 가진 돈만 다 날리고 빈털터리가 되는 데 걸린 시간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 돈을 모으기까지 무려 17년이 걸렸는데, 까먹는 데는 한순간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 그다지 많은 시간이 필..

인생에세이 2026.03.07

스마트폰과 15년의 동거

6년 4개월 만에 스마트폰을 바꾸었다. 최신 모델인 S26 울트라를 사전예약 할인으로 구입하며, 지금까지 함께한 S10 노트 플러스가 가장 오래 곁에 있었던 동반자였음을 떠올렸다. 새 폰도 특별한 일이 없다면 이 기록을 넘길 것 같다.액정에 금이 간 것만 빼면, 지금 폰은 훌륭했다. 글을 쓰고, 음악을 듣고, 정보를 찾고, 일상을 함께 버텨 준 기기였다. 다만 배터리 성능은 시간이 갈수록 버티기 힘든 수준이었다. 배터리는 소모품이다. 교체할지, 새 폰을 살지 고민했지만, 결국 새로운 시작을 선택했다.새 스마트폰을 쓰는 번거로움보다, 기존 생활을 옮기는 과정이 더 큰 고민이었다. 앱 설치와 계정 확인, 설정 맞추기.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하나씩 해나가기로 마음먹었다.스마트폰과 함께한 15년은 곧 기술과 나..

인생에세이 2026.03.07

가족이 모일 이유

우리 세대는 어쩌면 제사라는 문화의 중간세대일지도 모른다.부모님 세대까지는 명절제사(설제사, 추석제사)와 기제사, 종가집 제사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져 왔다. 어떤 집안은 한 달이 멀다 하고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특별히 깊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풍경은 오랫동안 이어져 온 생활의 일부였다. 제사상 위에는 음식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었다.그 자리에는 한 집안의 기억과 역사, 그리고 세대를 이어 온 보이지 않는 약속이 함께 놓여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거창하게 설명하지 않았지만, 제사는 언제나 가족을 같은 공간으로 불러 모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제사라는 문화가 늘 평온했던 것은 아니다.남자들에게 제사는 대체로 큰 부담이 아니지만, 집안의 여자들, 특히 며느리들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제사 음식 준비라는..

인생에세이 2026.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