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있었다.그런데 화면보다 먼저 과거가 밀려왔다.교실 냄새, 복도 소리, 그리고 군화 발소리.지워진 줄 알았던 시간들이 한꺼번에 되살아났다.그리고 나는 알았다.이건 영화가 아니라 내 기억이었다. 말죽거리잔혹사처럼.고고장. 교련선생. 불법잡지. 소지품검사.당구장, 음악다방. 내 기억 속 가장 선명한 단어들이다.그 단어들은 단순한 이름이 아니었다.넘지 말아야 할 선의 목록이었고, 동시에 우리가 매일 바라보던 세계였다.학교 안에서 허용되지 않는 것들.가서는 안 되고, 해서는 안 되는 것들.하지만 이상하게도 그것들은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세계였다.나는 모범생은 아니었지만 문제아도 아니었다.그 중간 어딘가에 서 있었다.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당구장으로 갔다.초록색 천 위로 굴러가던 공 소리.분필 가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