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 3

로봇청소기를 들이기 전, 나는 그 이유를 몰랐다

우리가 편리하다고 부르는 것들 대부분은, 누군가의 몸에서 빠져나온 것이다.나는 집안일을 잘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음식, 청소, 빨래 등 집안의 일은 대부분 아내의 몫이었다. 결혼 후 집안 청소라 해봤자 집이 작았기에 전기청소기면 청소는 간단하게 끝났다. 전기청소기의 코드를 연결하고 구석구석 윙하는 소리를 들으며 청소하는 시간은 나름의 가벼운 루틴이었다.하지만 바닥은 달랐다.청소기로는 먼지만 사라졌고, 오래된 얼룩은 그대로 남았다. 그때부터 청소는 전혀 다른 문제로 바뀌었다.물걸레 청소를 하기 위해 바닥에 엎드리면 상황은 달라졌다. 무릎이 먼저 바닥에 닿는 순간, 단순한 통증이 아니라 “버티는 자세”가 시작됐다. 허리는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고정된 상태로 견뎌야 했다.그제야 아내가 해오던 일이 조금 다르..

우리는 왜 해주지 못한 것을 사랑이라 부르게 되었을까

지난주 장거리여행을 하고 돌아온 월요일 아침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아무 일도 없는데 마음 한쪽이 먼저 내려앉는 순간이 있다.그날이 딱 그런 아침이었다.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빛이 바닥에 길게 누워 있었고, 세상은 이미 움직이고 있는데 우리만 잠시 뒤처져 있는 느낌이었다.그 조용함이 편안하면서도 묘하게 낯설었다.아직은 여행의 즐거움과 행복이 마음에 남아 있었지만 곧 일상의 생활로 접어든다.가방을 내려놓고도 바로 풀지 못한 채 앉아 있었다.기분은 아직 떠 있는데 몸만 먼저 돌아온 상태였다.한 달이 채 되지 않아서 다시 본 손주의 얼굴은 반가움과 기쁨 그 자체였고 사랑스러웠다.현관문이 열리는 순간 작은 발이 먼저 뛰어 나왔다.그 손을 잡는 순간 이상하게도 가슴 한쪽이 먼저 풀렸다.기쁨인데, 설명되지 않는 울컥..

카테고리 없음 2026.06.01

행복보다 오래 남는 것들에 대하여

삶이 항상 우리를 행복으로 데려간다고 믿는 순간, 삶은 이미 다른 방향에서 우리를 시험하고 있다.삶은늘 행복하기 위해서만존재하는 건 아니다.이 문장을 처음 마주한 날을 떠올려보면, 설명보다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비 오는 저녁, 버스 정류장 아래. 젖은 우산 끝을 아무 생각 없이 털던 사람의 손이 유난히 오래 눈에 남는다. 손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닥에 닿기까지의 시간이 이상하게 길게 늘어진다. 지나가는 차 불빛이 물웅덩이에 부서지고, 그 위로 다시 또 다른 그림자가 겹친다. 그 순간 말보다 먼저 들어온 건 하나의 감각이다. 삶은 한 가지 표정으로만 유지되지 않는다는 감각.불안도,상실도,고독도삶 사이사이에 함께 흐른다.새벽 3시, 방 안.창문 틈으로 아주 얇은 빛이 들어오고, 시계 초침 소리만 ..

카테고리 없음 202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