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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성형할 수 있지만, 마음은 어떨까

초심행님 2026. 7. 5. 14:21

사천오백만 원.

누군가에게는 새 얼굴을 사는 값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값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밤, 나는 뜻밖의 질문 하나를 떠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얼굴은 고칠 수 있다지만, 마음은 어떨까.

3주 만에 캠핑장을 찾았다.

여행으로 2주를 비우고 돌아온 캠핑장은 평소와 다르지 않은 풍경이었지만, 내 마음은 달랐다. 흐트러졌던 생활의 리듬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은 하나같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여행 잘 다녀오셨어요?”

“네,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누군가가 나의 일상을 기다려 주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웠다.

오후 2시쯤 뒤늦게 도착한 지인 부부와 저녁을 함께 먹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이번 여행에서 있었던 작은 해프닝이 떠올랐다.

아내가 공항 입국심사대에서 잠시 멈춰 섰던 일이다.

오래전에 찍은 여권 사진과 지금의 얼굴이 많이 달라 보여 심사관이 직접 얼굴을 다시 확인한 뒤에야 통과할 수 있었다.

심사대를 빠져나오면서 아내는 웃으며 말했다.

“다음 여행 때도 또 걸리겠어. 여권을 다시 만들어야 하나?”

그 말에 다 같이 웃었다.

그날은 그저 웃고 넘길 수 있는 해프닝이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던 여자 지인이 불쑥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제 친구는 성형을 많이 해서 사람들이 잘 못 알아봐요.”

성형 비용만 4천5백만 원이 들었고, 얼굴이 완전히 달라진 뒤 재혼에도 성공해 지금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했다.

“정말 페이스오프 수준이네.”

누군가는 TV 프로그램 **'렛미인'**이 떠오른다고 했고, 모두가 웃었다.

그러던 중 그 지인은 자신도 성형을 하고 싶다며 휴대전화 속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렇게만 되면 좋겠어요.”

사진 속 모습은 지금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다.

나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나는 지금 모습이 더 좋은데요.”

지인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정말로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도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모닥불 타는 소리만 조용히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 ● ―

미의 기준으로만 보면 사진 속 얼굴이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얼굴이 바뀐다고 사람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젊었을 때는 외모에 먼저 눈길이 갔다.

그 시선이 사람의 마음으로 옮겨 가는 데 30년이 걸렸다.

웃는 방식, 말투, 배려, 약속을 지키는 태도.

결국 사람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얼굴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얼굴을 성형할 수 있는 세상이라면, 마음도 성형할 수 있는 세상이 올까.

병원은 얼굴을 고쳐 줄 수는 있어도 마음을 고쳐 주지는 못한다.

사람을 만나고, 상처를 받고, 용서를 배우고, 사랑을 배우는 시간들이 조금씩 마음의 모양을 바꾸어 간다.

어쩌면 그것이 평생에 걸쳐 받는 가장 긴 성형인지도 모른다.

캠핑장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웃고 있었고, 불빛은 모두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뒤 거울 앞에 잠시 섰다.

예전 같으면 얼굴을 먼저 보았을 것이다.

그날은 달랐다.

거울에는 여전히 얼굴이 비쳐 있었다.

그런데 내가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얼굴이 아니라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