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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평범한 일상에서 반짝이는 인생을 찾는 에세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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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실패를 많이 겪었다. 그래서 성공을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기술과 노하우를 쥐는 삶보다경험을 나누는 쪽을 선택했다.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먼저 넘어져본 사람으로서 조금 덜 돌아가게 돕고 싶다. 실패를 기록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 실패전문가.</description>
    <language>ko</language>
    <pubDate>Tue, 2 Jun 2026 01:33:07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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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nagingEditor>초심행님</managing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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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평범한 일상에서 반짝이는 인생을 찾는 에세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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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우리는 왜 해주지 못한 것을 사랑이라 부르게 되었을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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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cqCjHa/dJMcacQO3ze/WaJnf7JGl0P7mU9mCYEy0K/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cqCjHa/dJMcacQO3ze/WaJnf7JGl0P7mU9mCYEy0K/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cqCjHa/dJMcacQO3ze/WaJnf7JGl0P7mU9mCYEy0K/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cqCjHa%2FdJMcacQO3ze%2FWaJnf7JGl0P7mU9mCYEy0K%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지난주 장거리여행을 하고 돌아온 월요일 아침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lt;br&gt;아무 일도 없는데 마음 한쪽이 먼저 내려앉는 순간이 있다.&lt;br&gt;그날이 딱 그런 아침이었다.&lt;br&gt;&lt;br&gt;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빛이 바닥에 길게 누워 있었고, 세상은 이미 움직이고 있는데 우리만 잠시 뒤처져 있는 느낌이었다.&lt;br&gt;그 조용함이 편안하면서도 묘하게 낯설었다.&lt;br&gt;&lt;br&gt;아직은 여행의 즐거움과 행복이 마음에 남아 있었지만 곧 일상의 생활로 접어든다.&lt;br&gt;가방을 내려놓고도 바로 풀지 못한 채 앉아 있었다.&lt;br&gt;기분은 아직 떠 있는데 몸만 먼저 돌아온 상태였다.&lt;br&gt;&lt;br&gt;한 달이 채 되지 않아서 다시 본 손주의 얼굴은 반가움과 기쁨 그 자체였고 사랑스러웠다.&lt;br&gt;현관문이 열리는 순간 작은 발이 먼저 뛰어 나왔다.&lt;br&gt;그 손을 잡는 순간 이상하게도 가슴 한쪽이 먼저 풀렸다.&lt;br&gt;기쁨인데, 설명되지 않는 울컥함이 함께 있었다.&lt;br&gt;&lt;br&gt;사위와 딸 모두가 행복한 표정으로 보는 모습만 봐도 우리 부부는 행복했다.&lt;br&gt;식탁 위는 특별한 음식이 없었지만, 분위기는 이상하게 풍성했다.&lt;br&gt;웃음이 오가고, 중간중간 짧은 침묵이 섞였다.&lt;br&gt;그 침묵마저 편안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lt;br&gt;&lt;br&gt;그들이 결혼하겠다고 말을 한 이후부터 둘이서 상의하고 협의하고 이해를 통해 하나둘씩 결혼 준비를 했고 우리 부부는 그들의 의견에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고 전적으로 믿고 응원해 주었다.&lt;br&gt;한 번은 결혼 준비 이야기가 나오는 자리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계산기 이야기를 피해갔다.&lt;br&gt;“그건 우리가 알아서 할게”라는 말이 나올 것 같았지만, 결국 아무도 그 말을 꺼내지 않았다.&lt;br&gt;말하지 않은 이유는 배려인지, 아니면 회피인지 스스로도 확신이 없었다.&lt;br&gt;&lt;br&gt;여느 부모인들 자식들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없겠나만은 우리의 경우는 부모로서 해줄 게 별로 없었다.&lt;br&gt;가끔은 조용히 통장 잔액을 확인하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휴대폰을 덮는다.&lt;br&gt;그 숫자를 본다는 행위 자체가 이미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lt;br&gt;빠듯한 월급생활 속에 우리 부부에게 경제적 여유는 없었기 때문이었다.&lt;br&gt;&lt;br&gt;그날도 마찬가지였다.&lt;br&gt;식탁 위에서 누군가 결혼 비용 이야기를 살짝 꺼냈다가, 자연스럽게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lt;br&gt;우리는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lt;br&gt;눈을 마주치는 순간 말이 나올 것 같아서였다.&lt;br&gt;그 순간, 우리가 가장 잘하는 방식은 침묵이었다.&lt;br&gt;&lt;br&gt;한편으로 무거운 마음의 무게는 영원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lt;br&gt;가끔은 장을 보다가도, 계산대 앞에서 한 걸음 늦춰진다.&lt;br&gt;“이건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였다.&lt;br&gt;그 짧은 망설임들이 쌓여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lt;br&gt;&lt;br&gt;결혼 전 딸이 한 이야기는 더욱 그랬다.&lt;br&gt;엄마, 아빠! 결혼 준비는 우리가 다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마세요.&lt;br&gt;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lt;br&gt;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lt;br&gt;라디오 소리만 낮게 흘러나왔다.&lt;br&gt;&lt;br&gt;정말 그랬다. 신경 쓰지 못해서가 아니라, 신경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부모의 한계는 지울 수 없는 큰 멍에였다.&lt;br&gt;그 한계는 마음이 아니라 생활이었다.&lt;br&gt;매달 반복되는 숫자들이 그것을 대신 설명하고 있었다.&lt;br&gt;&lt;br&gt;만약 내가 대기업에 계속 다니고 있었더라면 상황은 180도 달라졌을 것이다.&lt;br&gt;퇴근길에 마트를 들르는 장면도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다.&lt;br&gt;카트 앞에서 오래 서 있지 않아도 되는 삶.&lt;br&gt;고민 없이 장바구니를 채울 수 있는 삶.&lt;br&gt;그 차이가 이렇게 크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lt;br&gt;&lt;br&gt;해주고 싶어도 못해준 무거운 마음의 빚은 아마도 평생 지고 가야 할 무게이다.&lt;br&gt;그 무게는 설명되지 않는다. 다만 행동으로만 남는다.&lt;br&gt;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계속해서 떠오른다.&lt;br&gt;&lt;br&gt;자식의 결혼 생활이 사랑과 행복으로 가득한 시간이 되기를 간절하게 기도해 본다.&lt;br&gt;잠들기 전, 조용히 손을 모으는 시간이 길어졌다.&lt;br&gt;기도라기보다, 할 수 있는 마지막 정리였다.&lt;br&gt;&lt;br&gt;내가 살았던 시간이 아니라 그들이 꿈꾸고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가기를 바라고 응원할 것이다.&lt;br&gt;그들의 삶은 우리의 연장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시간일 것이다.&lt;br&gt;그래서 더 멀리 보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lt;br&gt;&lt;br&gt;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그들 부부 앞에 꽃길만 있기를 바라며.&lt;br&gt;하지만 정말 궁금한 건 따로 있다.&lt;br&gt;꽃길이 아니면, 우리는 그 길을 인정할 수 있을까.&lt;br&gt;&lt;br&gt;그리고 마지막으로 남는 문장 하나.&lt;br&gt;우리는 해주지 못한 것을 사랑이라 부르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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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1 Jun 2026 14:45:12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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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행복보다 오래 남는 것들에 대하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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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mFTq7/dJMcadvmR5b/MErp6LmaGexLDeOV15nFZ0/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mFTq7/dJMcadvmR5b/MErp6LmaGexLDeOV15nFZ0/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mFTq7/dJMcadvmR5b/MErp6LmaGexLDeOV15nFZ0/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mFTq7%2FdJMcadvmR5b%2FMErp6LmaGexLDeOV15nFZ0%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삶이 항상 우리를 행복으로 데려간다고 믿는 순간, 삶은 이미 다른 방향에서 우리를 시험하고 있다.&lt;br&gt;&lt;br&gt;삶은&lt;br&gt;늘 행복하기 위해서만&lt;br&gt;존재하는 건 아니다.&lt;br&gt;&lt;br&gt;이 문장을 처음 마주한 날을 떠올려보면, 설명보다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비 오는 저녁, 버스 정류장 아래. 젖은 우산 끝을 아무 생각 없이 털던 사람의 손이 유난히 오래 눈에 남는다. 손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닥에 닿기까지의 시간이 이상하게 길게 늘어진다. 지나가는 차 불빛이 물웅덩이에 부서지고, 그 위로 다시 또 다른 그림자가 겹친다. 그 순간 말보다 먼저 들어온 건 하나의 감각이다. 삶은 한 가지 표정으로만 유지되지 않는다는 감각.&lt;br&gt;&lt;br&gt;불안도,&lt;br&gt;상실도,&lt;br&gt;고독도&lt;br&gt;삶 사이사이에 함께 흐른다.&lt;br&gt;&lt;br&gt;새벽 3시, 방 안.&lt;br&gt;창문 틈으로 아주 얇은 빛이 들어오고, 시계 초침 소리만 유난히 크게 들린다.&lt;br&gt;손가락은 이유 없이 휴대폰을 켰다 끄기를 반복한다. 채팅창을 위아래로 스크롤하다 멈춘다. 아무 말도 없는 화면인데도 계속 누군가를 기다리는 상태.&lt;br&gt;밖은 고요한데 안에서는 계속 일이 벌어진다.&lt;br&gt;그 고요는 평화가 아니라, 아직 이름 붙지 않은 감정이 서서히 형태를 갖추는 시간이다.&lt;br&gt;&lt;br&gt;하지만 그 모든 시간을 지나며&lt;br&gt;우리는 조금 더 깊어지고&lt;br&gt;조금 더 단단해진다.&lt;br&gt;&lt;br&gt;버스 정류장에서 혼자 서 있던 오후.&lt;br&gt;익숙한 거리인데도 그날은 전혀 다르게 보인다. 건물 외벽의 금, 오래된 간판의 색 바램, 사람들의 움직임까지 분리되어 흘러간다.&lt;br&gt;버스가 도착했지만 바로 타지 않는다. 잠시 더 서서 길을 본다.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그 정지 속에서 분명히 느껴진다. 같은 자리에 서 있어도, 같은 사람은 아니라는 것.&lt;br&gt;&lt;br&gt;시간은 우리를 위로하지 않는다.&lt;br&gt;대신 아주 조용하게 바꾼다.&lt;br&gt;&lt;br&gt;어제의 선택이 오늘의 무게가 되고, 오늘의 침묵이 내일의 태도가 된다. 우리는 그것을 성장이라 부르지만, 실제로는 통과의 누적에 가깝다.&lt;br&gt;&lt;br&gt;그래서 삶은 행복으로만 읽히지 않는다.&lt;br&gt;행복은 순간이고, 깊이는 그 순간 사이의 공백이다.&lt;br&gt;&lt;br&gt;우리는 그 공백을 지나면서 설명되지 않는 사람으로 변해간다.&lt;br&gt;&lt;br&gt;결국 삶은 완성되는 이야기가 아니다.&lt;br&gt;지워지지 않는 장면들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사람이 되는 과정이다.&lt;br&gt;&lt;br&gt;그리고 어느 순간, 더 이상 묻지 않게 된다.&lt;br&gt;왜 이런 시간을 지나야 했는지.&lt;br&gt;&lt;br&gt;대신 이렇게 남는다.&lt;br&gt;그 시간을 오래 견딘 나는, 이제 무엇으로 살아가는가.&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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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1 Jun 2026 09:55:53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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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연극을 보러 갔다가, 내 인생이 연극이라는 걸 알았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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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XEeLJ/dJMcahq5aBl/T8PrBjzxG5SfCGPMbdBpO1/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XEeLJ/dJMcahq5aBl/T8PrBjzxG5SfCGPMbdBpO1/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XEeLJ/dJMcahq5aBl/T8PrBjzxG5SfCGPMbdBpO1/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XEeLJ%2FdJMcahq5aBl%2FT8PrBjzxG5SfCGPMbdBpO1%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어떤 경험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끝나 있다.&lt;br&gt;우리는 아직 보지 않았는데도, 마음속에서는 이미 결론을 내려버린다.&lt;br&gt;그리고 그 순간, 중요한 장면 하나가 조용히 사라진다.&lt;br&gt;&lt;br&gt;몇년전 아내가 갑자기 연극을 보러 가자고 했다. 나는 왠 연극? 하고 반문을 하니 아내가 웃으면서 아는 지인이 초대권을 주었다고 했다.&lt;br&gt;&lt;br&gt;그 말은 가볍게 던져졌지만, 나는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아직 보지도 않은 무대를 마음속에서 정리해버린 상태였다.&lt;br&gt;&lt;br&gt;그때의 나는 ‘보는 것’보다 ‘아는 것’을 더 믿고 있었다.&lt;br&gt;&lt;br&gt;내심 연극에 대한 관심도 없고 별재미 없을거라는 생각이 머리에 강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큰 극장에서 보는 큰화면도 아니고 음향시스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유명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니기에 무관심이 맞다고 하는게 더 정확했다.&lt;br&gt;&lt;br&gt;설명은 늘 경험보다 먼저 닫힌다.&lt;br&gt;&lt;br&gt;연극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아주 어렸을때 동네 빈공터에 써커스단이 들어오면 써커스도 보고 중간에 배우같은 사람들이 짧게 대사를 해가며 웃기는 장면을 본게 전부이다.&lt;br&gt;&lt;br&gt;그것이 연극이었는지는 그때는 몰랐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연극류가 아니었나 싶다.&lt;br&gt;&lt;br&gt;기억은 흐릿하지만, 감각은 오래 남는다.&lt;br&gt;&lt;br&gt;마지못해 연극을 하는 장소에 갔고, 막이 오르는 순간 나는 이상한 침묵을 느꼈다.&lt;br&gt;&lt;br&gt;그 침묵은 편안한 것이 아니라, 낯설어서 더 크게 들리는 침묵이었다.&lt;br&gt;&lt;br&gt;공기가 먼저 움직이고, 그 뒤에 소리가 따라오는 느낌이었다.&lt;br&gt;&lt;br&gt;연극배우들의 숨소리, 표정, 말소리까지. 전부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낯설게 다가왔다. 한번 뱉은 대사는 다시 지울 수 없고, 멈춘 호흡까지 그대로 무대에 남아 있었다. 대부분 TV나 영화는 화면 너머에서 배우를 보게 된다.&lt;br&gt;&lt;br&gt;그날 처음 알았다. 거리라는 것이 감정을 얼마나 많이 지워버리는지.&lt;br&gt;&lt;br&gt;어지간해서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연극은 달랐다. 숨죽여 가며 배우의 대사 하나하나가 가슴에 떨어졌다. 설명이 아니라 전달이었다.&lt;br&gt;&lt;br&gt;한 장면에서 배우가 말을 멈춘 순간,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정적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lt;br&gt;&lt;br&gt;그 순간, 내가 세운 판단이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lt;br&gt;&lt;br&gt;이후 나는 연극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내려놓게 되었고, 몇 번이나 다시 보게 되었다.&lt;br&gt;&lt;br&gt;다들 무명배우였다. 하지만 이름보다 먼저 다가온 것은 그들의 호흡과 땀이었다.&lt;br&gt;&lt;br&gt;왜 사람들이 연극을 말하는지, 그제야 늦게 이해했다.&lt;br&gt;&lt;br&gt;배우들의 대사와 표정을 바라보던 순간, 나는 문득 내가 또 하나의 배우라는 생각에 닿았다.&lt;br&gt;&lt;br&gt;그 생각은 위로가 아니었다. 오히려 불편했다.&lt;br&gt;&lt;br&gt;관객과 무대의 경계는 생각보다 얇았다.&lt;br&gt;&lt;br&gt;이 세상에 태어나 이 사회라는 무대 위에 서 있는 순간, 누구도 완전히 관객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lt;br&gt;&lt;br&gt;각자의 인생에서 주인공인 배우는 결국 자기 자신이다.&lt;br&gt;&lt;br&gt;삶도 비슷했다.&lt;br&gt;다시 찍을 수 없는 장면들이 쌓이며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살아간다.&lt;br&gt;&lt;br&gt;삶은 연기를 잘하는 문제가 아니라, 어떤 장면 위에 서 있느냐의 문제다.&lt;br&gt;&lt;br&gt;박수는 늦게 오기도 하고, 끝내 오지 않을 수도 있다.&lt;br&gt;&lt;br&gt;전부 박수를 받는 배우는 없다.&lt;br&gt;&lt;br&gt;그럼에도 사람은 무대 위에 서 있다.&lt;br&gt;&lt;br&gt;성공이라는 이름을 손에 쥐지 못한 배우는 패배자인가. 아니다.&lt;br&gt;&lt;br&gt;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미 장면을 완성하고 있다.&lt;br&gt;&lt;br&gt;결과가 아니라, 과정 속에서.&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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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Fri, 29 May 2026 09:29:29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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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광고는 사라지지 않았다, 사람의 얼굴을 하고 들어왔을 뿐이다</title>
      <link>https://shgam.tistory.com/entry/%EA%B4%91%EA%B3%A0%EB%8A%94-%EC%82%AC%EB%9D%BC%EC%A7%80%EC%A7%80-%EC%95%8A%EC%95%98%EB%8B%A4-%EC%82%AC%EB%9E%8C%EC%9D%98-%EC%96%BC%EA%B5%B4%EC%9D%84-%ED%95%98%EA%B3%A0-%EB%93%A4%EC%96%B4%EC%99%94%EC%9D%84-%EB%BF%90%EC%9D%B4%EB%8B%A4</link>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dooWZY/dJMb99T3Ycn/neOgVfmlWNWPv0xH1c6tNk/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dooWZY/dJMb99T3Ycn/neOgVfmlWNWPv0xH1c6tNk/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dooWZY/dJMb99T3Ycn/neOgVfmlWNWPv0xH1c6tNk/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dooWZY%2FdJMb99T3Ycn%2FneOgVfmlWNWPv0xH1c6tNk%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광고보다 더 무서운 건, 광고가 아닌 척하는 말들이다.&lt;br&gt;&lt;br&gt;예전에는 광고와 홍보의 차이가 지금보다 훨씬 명확했다.&lt;br&gt;광고는 TV와 라디오를 통해 우리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었다. 반면 홍보라는 개념은 지금처럼 드러나지 않았다.&lt;br&gt;&lt;br&gt;TV 속에서 반복해서 보이던 제품을 사고 사용하는 것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었다.&lt;br&gt;그건 나도 이 정도는 누리고 산다는 작은 증명처럼 느껴지던 시절이었다.&lt;br&gt;&lt;br&gt;우리는 매일 같은 광고를 보고 들었다.&lt;br&gt;귀에 익은 이름은 좋은 제품이 되었고, 자주 보이는 브랜드는 믿음이 되었다.&lt;br&gt;&lt;br&gt;지금 돌아보면 그것은 정보보다 설득에 가까웠다.&lt;br&gt;아니, 설득보다 더 조용한 쇠뇌였는지도 모른다.&lt;br&gt;&lt;br&gt;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광고의 본질을 알게 되었다.&lt;br&gt;그리고 그 순간 묘한 실망감이 밀려왔다.&lt;br&gt;&lt;br&gt;이유는 단순했다.&lt;br&gt;&lt;br&gt;광고는 돈을 내고 하는 것이었다.&lt;br&gt;&lt;br&gt;너무 당연한 이야기인데도 이상하게 늦게 깨달았다.&lt;br&gt;광고주는 돈을 내고, 광고회사는 그 돈으로 제품을 더 좋아 보이게 만든다. 소비자의 시선을 붙잡아야 하고, 제품의 장점을 키워야 하며, 때로는 실제보다 더 매력적으로 포장해야 한다.&lt;br&gt;&lt;br&gt;그래야 다음 광고도 이어지기 때문이다.&lt;br&gt;&lt;br&gt;결국 광고는 처음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였다.&lt;br&gt;&lt;br&gt;그 사실을 알고 나니 익숙했던 문장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lt;br&gt;&lt;br&gt;“압도적 만족.”&lt;br&gt;“후회 없는 선택.”&lt;br&gt;“국민 제품.”&lt;br&gt;&lt;br&gt;소비자를 위한 말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판매를 위한 언어였다.&lt;br&gt;&lt;br&gt;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은 광고를 믿지 않기 시작했다.&lt;br&gt;광고가 많아질수록 신뢰는 오히려 닳아갔다.&lt;br&gt;&lt;br&gt;그리고 사람들은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lt;br&gt;&lt;br&gt;홍보였다.&lt;br&gt;옛날식으로 말하면 입소문이다.&lt;br&gt;&lt;br&gt;직접 써봤다는 후기.&lt;br&gt;직접 먹어봤다는 경험.&lt;br&gt;기업의 말보다 사람의 말을 더 믿기 시작했다.&lt;br&gt;&lt;br&gt;문제는 그 순간부터였다.&lt;br&gt;&lt;br&gt;광고와 홍보의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했다.&lt;br&gt;&lt;br&gt;대표적인 것이 블로그 체험단이다.&lt;br&gt;나 역시 딸과 함께 오랫동안 블로그 체험단을 했었다.&lt;br&gt;&lt;br&gt;처음에는 단순한 경험 공유라고 생각했다.&lt;br&gt;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음 한쪽이 불편해졌다.&lt;br&gt;&lt;br&gt;지원받고 쓰는 글은 결국 자유롭기 어렵다는 사실 때문이었다.&lt;br&gt;&lt;br&gt;음식이 별로여도, 서비스가 불쾌해도, 글을 완전히 솔직하게 쓰기는 쉽지 않았다.&lt;br&gt;식당은 돈을 내고, 대행사는 체험단을 모집하고, 체험단은 음식을 제공받고 글을 올린다.&lt;br&gt;&lt;br&gt;겉으로는 후기였지만, 구조만 보면 이미 광고였다.&lt;br&gt;&lt;br&gt;광고가 넘쳐난 시대보다 더 위험한 건, 광고가 아닌 척하는 시대다.&lt;br&gt;&lt;br&gt;물론 포털에는 협찬 표시가 붙는다.&lt;br&gt;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그런 글을 믿는다.&lt;br&gt;&lt;br&gt;광고보다 덜 상업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lt;br&gt;&lt;br&gt;바로 그 지점이 가장 무섭다.&lt;br&gt;&lt;br&gt;광고는 광고라고 말하지만,&lt;br&gt;홍보는 경험의 얼굴로 들어온다.&lt;br&gt;&lt;br&gt;그래서 더 깊게 스며든다.&lt;br&gt;&lt;br&gt;실제로 블로그 체험단을 하면서 몇 번은 이런 생각도 했었다.&lt;br&gt;&lt;br&gt;차라리 내가 직접 돈을 내고 먹는 게 낫겠다고.&lt;br&gt;&lt;br&gt;좋게 써야 하는데 도저히 좋게 쓸 수 없는 곳들도 있었기 때문이다.&lt;br&gt;음식도, 위생도, 서비스도 쉽게 눈감기 어려운 곳들이 있었다.&lt;br&gt;&lt;br&gt;문제는 음식만이 아니었다.&lt;br&gt;어떻게든 가게를 버텨보려 애쓰던 업주의 마음까지 보였기 때문이다.&lt;br&gt;&lt;br&gt;그럴 때 가장 무거웠던 건 음식값이 아니었다.&lt;br&gt;&lt;br&gt;양심이었다.&lt;br&gt;&lt;br&gt;내 글을 읽고 누군가 그 식당을 찾아갔을 수도 있다.&lt;br&gt;그리고 실망했을 수도 있다.&lt;br&gt;&lt;br&gt;그 생각이 들면 글쓰기가 무섭게 느껴진다.&lt;br&gt;몇 줄의 문장이 누군가의 시간과 기대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lt;br&gt;&lt;br&gt;사람들은 광고는 거짓이고 홍보는 진심이라고 생각한다.&lt;br&gt;하지만 지금은 그 둘이 너무 교묘하게 섞여 있다.&lt;br&gt;&lt;br&gt;광고는 후기의 얼굴을 하고 들어오고,&lt;br&gt;홍보는 경험의 언어를 빌려 신뢰를 얻는다.&lt;br&gt;&lt;br&gt;그리고 소비자는 그 사이에서 점점 더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lt;br&gt;&lt;br&gt;어쩌면 지금 시대의 가장 위험한 광고는,&lt;br&gt;광고 같아 보이지 않는 광고인지도 모른다.&lt;br&gt;&lt;br&gt;사람은 거짓말에 속는 것이 아니다.&lt;br&gt;대부분은 믿고 싶은 말 앞에서 스스로 경계를 내려놓는다.&lt;br&gt;&lt;br&gt;광고는 사라진 적이 없다.&lt;br&gt;우리가 광고를 믿지 않게 되자, 광고가 사람의 얼굴을 하고 들어왔을 뿐이다.&lt;br&gt;&lt;br&gt;우리는 정말 광고를 싫어하게 된 걸까.&lt;br&gt;아니면 광고라는 사실만 숨기면, 결국 무엇이든 믿어버리게 된 걸까.&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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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hu, 28 May 2026 05:18:38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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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사람을 판단하는 가장 조용한 기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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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376&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cXdeLj/dJMb997AKKJ/Bl1WxPDawsJemiI59qgat1/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cXdeLj/dJMb997AKKJ/Bl1WxPDawsJemiI59qgat1/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cXdeLj/dJMb997AKKJ/Bl1WxPDawsJemiI59qgat1/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cXdeLj%2FdJMb997AKKJ%2FBl1WxPDawsJemiI59qgat1%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376&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376&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살면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 아니었다.&lt;br&gt;누구를 오래 곁에 둘 것인가를 판단하는 일이었다.&lt;br&gt;&lt;br&gt;어떤 사람은 가까워질수록 선명해졌고,&lt;br&gt;어떤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낯설어졌다.&lt;br&gt;&lt;br&gt;관계는 결국 감정이 아니라 기준의 문제였다.&lt;br&gt;&lt;br&gt;1. 오해받을 자유와 침묵의 비용&lt;br&gt;&lt;br&gt;사람은 설명되기 전에 이미 판단된다.&lt;br&gt;그래서 관계는 언제나 오해 위에서 시작된다.&lt;br&gt;&lt;br&gt;오해는 예외가 아니라 기본값이다.&lt;br&gt;누군가는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결론을 내리고, 누군가는 일부만 보고 전체를 안다고 믿는다.&lt;br&gt;&lt;br&gt;여기서 대부분은 설명으로 해결하려 한다.&lt;br&gt;하지만 설명은 관계를 회복시키기보다, 오히려 자기 증명의 루프를 만든다.&lt;br&gt;&lt;br&gt;모든 오해를 풀려는 사람은 결국 삶을 해명으로 소비하게 된다.&lt;br&gt;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점점 사라진다.&lt;br&gt;&lt;br&gt;관계는 설명으로 유지되지 않는다.&lt;br&gt;설명 없이도 유지되는 것만 남는다.&lt;br&gt;&lt;br&gt;침묵은 포기가 아니라 정리다.&lt;br&gt;때로는 관계를 가장 선명하게 만드는 방식이다.&lt;br&gt;&lt;br&gt;당신은 지금 이해받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lt;br&gt;아니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침묵할 수 있는가?&lt;br&gt;&lt;br&gt;2. 기대라는 왜곡된 거리&lt;br&gt;&lt;br&gt;사람은 타인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lt;br&gt;항상 “내가 기대한 크기”로 본다.&lt;br&gt;&lt;br&gt;그래서 관계는 처음부터 어긋난다.&lt;br&gt;상대가 아니라 기대가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lt;br&gt;&lt;br&gt;기대가 커질수록 실망은 정교해진다.&lt;br&gt;그리고 실망이 쌓이면 사람은 타인을 더 이상 사람이 아니라 평가 데이터로 보기 시작한다.&lt;br&gt;&lt;br&gt;이 순간 관계는 이미 변질된다.&lt;br&gt;&lt;br&gt;타인을 낮춰보는 시선은 결국 자신을 낮추는 방식으로 돌아온다.&lt;br&gt;왜냐하면 보는 방식은 곧 자신을 구성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lt;br&gt;&lt;br&gt;그래서 필요한 것은 단순하다.&lt;br&gt;가까이도 멀리도 아닌 “정확한 거리”다.&lt;br&gt;&lt;br&gt;무관심이 아니라 왜곡 없는 시선.&lt;br&gt;그게 관계의 최소 조건이다.&lt;br&gt;&lt;br&gt;당신은 사람을 보고 있는가,&lt;br&gt;아니면 당신의 기대를 보고 있는가?&lt;br&gt;&lt;br&gt;3. 판단이 남기는 잔해&lt;br&gt;&lt;br&gt;사람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일부를 놓치고 있다.&lt;br&gt;이해는 종종 판단으로 변질되기 때문이다.&lt;br&gt;&lt;br&gt;타인의 단점을 보는 일은 생각보다 빠르게 습관이 된다.&lt;br&gt;그리고 그 습관은 결국 자기 사고방식을 바꾼다.&lt;br&gt;&lt;br&gt;비판은 정리가 아니라 축적이다.&lt;br&gt;남을 향한 판단이 많아질수록, 세계를 보는 방식이 더 단단하게 굳어진다.&lt;br&gt;&lt;br&gt;하지만 그 단단함은 결국 나를 향해 닫힌다.&lt;br&gt;세상은 점점 좁아진다.&lt;br&gt;&lt;br&gt;그래서 필요한 것은 해석이 아니라 거리다.&lt;br&gt;모든 사람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태도.&lt;br&gt;&lt;br&gt;선택하지 않는 이해는 결국 피로가 된다.&lt;br&gt;인간관계는 분석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lt;br&gt;&lt;br&gt;당신은 사람을 이해하고 있는가,&lt;br&gt;아니면 판단하는 방식을 강화하고 있는가?&lt;br&gt;&lt;br&gt;4. 고치는 관계, 맞는 관계&lt;br&gt;&lt;br&gt;관계가 깨질 때 사람은 늘 고치려 한다.&lt;br&gt;하지만 인간은 수리 대상이 아니다.&lt;br&gt;&lt;br&gt;맞지 않는 사람을 바꾸려는 순간, 관계는 이미 노동이 된다.&lt;br&gt;노동이 된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lt;br&gt;&lt;br&gt;반대로 맞는 관계는 설명이 필요 없다.&lt;br&gt;조정 없이도 흐름이 생긴다.&lt;br&gt;&lt;br&gt;여기서 중요한 기준은 단 하나다.&lt;br&gt;변화 가능성이 아니라 적합성이다.&lt;br&gt;&lt;br&gt;이 기준은 냉정해 보이지만 가장 현실적이다.&lt;br&gt;인간은 변화로 유지되는 존재가 아니라, 맞는 구조에서 안정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lt;br&gt;&lt;br&gt;관계는 프로젝트가 아니다.&lt;br&gt;함께 존재하는 방식의 발견이다.&lt;br&gt;&lt;br&gt;당신은 누군가를 고치고 있는가,&lt;br&gt;아니면 맞지 않는 관계 속에서 자신을 소모하고 있는가?&lt;br&gt;&lt;br&gt;5. 끝까지 읽히는 사람&lt;br&gt;&lt;br&gt;사람은 책처럼 처음으로 판단할 수 없다.&lt;br&gt;진짜 차이는 언제나 중간 이후에 드러난다.&lt;br&gt;&lt;br&gt;처음은 대부분 괜찮다.&lt;br&gt;문제는 시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괜찮은가이다.&lt;br&gt;&lt;br&gt;중간이 무너지는 사람,&lt;br&gt;끝에서 다른 얼굴이 드러나는 사람,&lt;br&gt;시간이 갈수록 더 깊어지는 사람.&lt;br&gt;&lt;br&gt;그 차이가 관계의 본질이다.&lt;br&gt;&lt;br&gt;그래서 중요한 것은 인상이 아니라 지속이다.&lt;br&gt;겉이 아니라 구조다.&lt;br&gt;&lt;br&gt;좋은 사람은 첫 페이지가 아니라 마지막 페이지에서 완성된다.&lt;br&gt;&lt;br&gt;당신은 사람을 첫 장으로 닫고 있는가,&lt;br&gt;아니면 끝까지 읽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lt;br&gt;&lt;br&gt;관계는 결국 누군가를 붙잡는 기술이 아니라,&lt;br&gt;끝까지 함께 읽을 사람을 알아보는 일이었다.&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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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Wed, 27 May 2026 08:46:03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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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amp;quot;감사합니다&amp;rdquo;와 &amp;ldquo;고맙습니다&amp;rdquo;는 같은 말이 아니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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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bmxBs8/dJMcabddMVG/SZwtSlTNpRpcor2jTl8OPK/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bmxBs8/dJMcabddMVG/SZwtSlTNpRpcor2jTl8OPK/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bmxBs8/dJMcabddMVG/SZwtSlTNpRpcor2jTl8OPK/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bmxBs8%2FdJMcabddMVG%2FSZwtSlTNpRpcor2jTl8OPK%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br&gt;오늘 쓰레드 글을 읽다가 발견한 문구 하나가 마음을 이끌었다.&lt;br&gt;“감사하다”는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고마운 마음을 느끼는 뜻이고, “고맙다”는 우리말로 누군가의 도움이나 호의에 마음이 흐뭇하고 즐거운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lt;br&gt;&lt;br&gt;단어는 설명이 아니라 감정의 구조다.&lt;br&gt;&lt;br&gt;같은 말인데도, 그 안에 들어 있는 마음의 깊이는 전혀 다르게 전달된다.&lt;br&gt;우리는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말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관계의 온도를 바꾸고 있다.&lt;br&gt;&lt;br&gt;단어를 이해하는 순간, 의미보다 결이 먼저 다르게 느껴졌다.&lt;br&gt;같은 감정인데도 말이 다르면 마음이 머무는 자리도 달라진다.&lt;br&gt;&lt;br&gt;그래서인지 “감사합니다”는 예의가 느껴지고 “고맙습니다”는 마음이 더 느껴진다고 한다.&lt;br&gt;짧은 문장인데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lt;br&gt;&lt;br&gt;예의와 마음은 같은 말이 아니라 거리의 차이다.&lt;br&gt;&lt;br&gt;우리는 너무 자주 말의 의미만 알고, 그 말이 실제로 어떤 온도를 남기는지는 놓치며 살아간다.&lt;br&gt;&lt;br&gt;한자와 우리말의 차이가 아니라, 결국 마음이 드러나는 방식의 차이처럼 느껴졌다.&lt;br&gt;&lt;br&gt;말은 결국 뜻을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의 온도를 남기는 방식인지도 모른다.&lt;br&gt;&lt;br&gt;당신은 지금, 누군가에게 전해야 할 “고맙습니다”를&lt;br&gt;여전히 마음속에만 보관하고 있지는 않은가?&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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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ue, 26 May 2026 17:38:42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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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사람에게 지친 시대, 우리는 왜 동물을 가족이라 부르게 되었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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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zx6wh/dJMcaiXG87z/7NkIa5m9vRVBYM3sPj6ue1/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zx6wh/dJMcaiXG87z/7NkIa5m9vRVBYM3sPj6ue1/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zx6wh/dJMcaiXG87z/7NkIa5m9vRVBYM3sPj6ue1/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zx6wh%2FdJMcaiXG87z%2F7NkIa5m9vRVBYM3sPj6ue1%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애견·애묘라는 단어조차 모르고 살던 시절의 이야기다.&lt;br&gt;&lt;br&gt;어린 시절 우리 집에도 강아지가 있었다. 지금처럼 품종을 따지고 이름을 붙여 키우는 개가 아니었다. 동네에서는 그냥 ‘똥개 새끼’라고 불렀고, 우리도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말했다. 지금 돌아보면 반려라기보다 사육에 가까웠다. 하지만 어린 나는 몰랐다. 품에 안고 자던 체온과 학교를 다녀오면 꼬리를 흔들며 달려오던 모습만 또렷하게 남아 있다.&lt;br&gt;&lt;br&gt;먹이는 것도 단순했다. 집에서 먹고 남은 밥과 국을 한데 모아 주는 게 전부였다. 예방접종이나 건강관리 같은 개념은 희미했고, 개는 가족이라기보다 집을 지키는 존재에 가까웠다.&lt;br&gt;&lt;br&gt;골목에는 돌아다니는 개들도 많았다. 아이들은 돌을 던지거나 막대기로 겁을 주며 쫓아냈다. 지금 기준이라면 분명 동물학대일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절 사람들은 그것을 잔인함으로 배우지 못했다. 사람도 먹고살기 바빴고, 동물에 대한 감수성 역시 지금과는 전혀 다른 시대였다.&lt;br&gt;&lt;br&gt;그래서인지 지금의 애견·애묘 문화는 아직도 내게 낯설다.&lt;br&gt;&lt;br&gt;유모차에 강아지를 태우고, 횡단보도를 건너며 아이처럼 품에 안는다. 카페와 식당, 호텔까지 함께 들어가고, 미용실과 유치원, 전용 옷과 장난감까지 생겨났다. 이제 반려동물은 취미가 아니라 하나의 생활 방식이 되었다.&lt;br&gt;&lt;br&gt;아이 대신 반려동물과 살아가는 젊은 부부들도 흔하다. 누군가는 새로운 가족 형태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시대의 변화라고 말한다. 아마 사람에게 받은 상처보다 동물이 주는 온기가 더 편안한 세상인지도 모른다.&lt;br&gt;&lt;br&gt;나 역시 강아지와 고양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에 가깝다. 다만 내가 살아온 시대의 감각과 지금의 문화 사이에는 분명한 거리감이 있다. 나는 아직 동물을 사람과 완전히 같은 위치에 두는 시선이 익숙하지 않다.&lt;br&gt;&lt;br&gt;그래서 말을 아낀다.&lt;br&gt;&lt;br&gt;내 생각을 꺼내는 순간 누군가에게는 시대에 뒤처진 사람으로 보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공감 능력이 부족한 사람처럼 보일 테니까.&lt;br&gt;&lt;br&gt;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lt;br&gt;&lt;br&gt;예전에는 사람이 외로움을 견디게 했다. 힘들어도 가족과 부딪히며 살았고, 상처를 받아도 결국 다시 사람에게 돌아갔다. 관계는 피곤했지만, 그 피곤함까지 견디며 살아가는 것이 삶이라고 배웠다.&lt;br&gt;&lt;br&gt;지금은 다르다.&lt;br&gt;&lt;br&gt;사람은 점점 어려워졌고, 관계는 쉽게 끊어진다. 그러다 보니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존재에게 마음이 머무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른다.&lt;br&gt;&lt;br&gt;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lt;br&gt;&lt;br&gt;우리는 정말 동물을 더 사랑하게 된 것일까.&lt;br&gt;&lt;br&gt;아니면 이제는 상처를 감당하면서까지 사람을 끝까지 품어낼 자신을 잃어버린 것일까.&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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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25 May 2026 17:40:31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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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우리는 왜 매번 같은 정치에 실망하면서도 또 투표하는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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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200&quot; data-origin-height=&quot;896&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wiuVI/dJMcahq2e4m/pv85BclZA7pFh6AtkY3AJ1/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wiuVI/dJMcahq2e4m/pv85BclZA7pFh6AtkY3AJ1/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wiuVI/dJMcahq2e4m/pv85BclZA7pFh6AtkY3AJ1/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wiuVI%2FdJMcahq2e4m%2Fpv85BclZA7pFh6AtkY3AJ1%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200&quot; height=&quot;896&quot; data-origin-width=&quot;1200&quot; data-origin-height=&quot;896&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정치인은 무엇을 먹고 사는가.&lt;br&gt;&lt;br&gt;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국민의 신뢰를 먹고 살아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국민의 피로와 분노를 먹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심한 말 같지만, 오랜 시간 정치판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쉽게 부정하기 어려운 말이기도 하다.&lt;br&gt;&lt;br&gt;나는 살아오면서 수많은 정치인의 말을 들었다. 선거철만 되면 거리로 나와 허리를 굽히고 시민을 섬기겠다고 말한다. 국민을 위해 살겠다고 외친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당선이 되는 순간, 그 모습은 너무도 빠르게 달라진다. 낮은 자세는 사라지고 권력을 가진 사람처럼 행동하는 모습들이 반복된다.&lt;br&gt;&lt;br&gt;우리는 그런 장면을 너무 오래 보아왔다.&lt;br&gt;&lt;br&gt;벌써 40년이 넘었다.&lt;br&gt;&lt;br&gt;그래서인지 이제는 정치인의 말보다 표정을 먼저 보게 된다. 공약보다 눈빛을 보게 된다. 정말 국민 걱정을 하는 사람의 얼굴인지, 아니면 이번 선거만 넘기면 된다는 얼굴인지 사람들은 생각보다 빨리 알아챈다.&lt;br&gt;&lt;br&gt;지금도 지방선거철이 시작되었다. 아침 사거리마다 선거운동원들이 팻말을 들고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출근길 시민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바람이 차가운 새벽에도 목이 쉬어가며 이름을 외친다.&lt;br&gt;&lt;br&gt;신호대기 중 창문 너머로 그 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가끔 묘한 생각이 든다.&lt;br&gt;&lt;br&gt;선거철에는 저렇게 가까이 다가오던 사람들이 왜 당선만 되고 나면 점점 멀어지는 것일까.&lt;br&gt;&lt;br&gt;먹고사는 일만으로도 버거운 사람들에게 정치는 원래 숨통을 조금이라도 틔워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현실은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사람들 한숨부터 먼저 나온다. 식당에서도, 캠핑장에서도, 친구들과 술 한잔하는 자리에서도 결국 마지막에는 다들 비슷한 말을 남긴다.&lt;br&gt;&lt;br&gt;“다 똑같다.”&lt;br&gt;&lt;br&gt;그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게 된 지도 오래되었다.&lt;br&gt;&lt;br&gt;물론 모든 정치인이 다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묵묵하게 자기 자리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조용히 일하는 사람보다 크게 싸우는 사람이 더 많이 보이는 정치. 어쩌면 그것이 지금 정치가 가진 가장 깊은 병인지도 모른다.&lt;br&gt;&lt;br&gt;선거에 나온 사람들 중에는 정당과 상관없이 존경받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한다. 대부분은 오히려 정당 밖에서 자신의 삶으로 신뢰를 쌓아온 사람들이다. 하지만 막상 투표장에 들어가면 결국 우리는 또 정당을 본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 안에서 하나를 골라야 하는 현실 앞에서 마음은 무거워진다.&lt;br&gt;&lt;br&gt;내가 처음 정치라는 것을 인식했던 기억은 고등학교 시절이었다.&lt;br&gt;&lt;br&gt;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방 안에 작은 수첩 하나가 놓여 있었다. 표지에는 ‘민주정의당’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아마 아버지에게 지급된 당원수첩이었던 것 같다. 당시 아버지는 가게를 하셨는데, 동네 사람들이 자주 모여들어 이야기꽃을 피우곤 했다. 아버지는 그들 사이에서 늘 바른말을 하던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누군가는 아버지를 자기 편으로 만들고 싶어 했던 것 같다.&lt;br&gt;&lt;br&gt;그 시절의 나는 정치가 무엇인지도 잘 몰랐다. 그런데도 그 당원수첩이 마치 대단한 임명장처럼 느껴졌다. 괜히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기도 했다.&lt;br&gt;&lt;br&gt;지금 생각하면 참 순진했다.&lt;br&gt;&lt;br&gt;정치의 본질은 모르면서 이름과 권위만 보고 대단하다고 믿었던 것이다.&lt;br&gt;&lt;br&gt;세월이 흐른 뒤 돌아보니 정치라는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냉정했다. 뉴스에서는 늘 국민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국민이 화면 속 정치인들에게서 느끼는 것은 책임보다 편 가르기인 경우가 더 많았다.&lt;br&gt;&lt;br&gt;우리 역사 속에는 존경받던 지도자들도 있었다. 자신의 자리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했던 사람들도 분명 존재했다. 그런데 왜 지금의 정치인들은 ‘존경’이라는 단어와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일까.&lt;br&gt;&lt;br&gt;존경은 직책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선거에서 이겼다고 생기는 것도 아니다. 오랫동안 지켜본 국민이 조용히 인정할 때 비로소 만들어지는 것이다.&lt;br&gt;&lt;br&gt;하지만 지금의 정치는 존경보다 혐오를 더 빨리 남긴다.&lt;br&gt;&lt;br&gt;정치인은 국민 위에 서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 앞에 서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는 국민보다 권력의 눈치를 더 많이 보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lt;br&gt;&lt;br&gt;어쩌면 더 두려운 것은 정치인의 거짓말이 아니다.&lt;br&gt;수없이 실망하면서도 결국 또 같은 구호 앞에 서게 되는 우리의 익숙함인지도 모른다.&lt;br&gt;&lt;br&gt;정치는 변하지 않는다고들 말한다.&lt;br&gt;그 말이 무서운 이유는,&lt;br&gt;이제는 많은 국민들조차 그것을 체념처럼 받아들이며 살아간다는 것이다.&lt;br&gt;&lt;br&gt;선거철마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바꾸겠다고 말한다.&lt;br&gt;&lt;br&gt;하지만 정말 바뀌지 않는 것은 정치인들일까.&lt;br&gt;&lt;br&gt;아니면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lt;br&gt;실망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은 아닐까.&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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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25 May 2026 17:38:48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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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사기꾼보다 더 위험한 것은 기대였다&amp;rdquo;</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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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LJO58/dJMcaicp8Xq/6hBdvOmTkY7W75W6a7TzCK/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LJO58/dJMcaicp8Xq/6hBdvOmTkY7W75W6a7TzCK/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LJO58/dJMcaicp8Xq/6hBdvOmTkY7W75W6a7TzCK/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LJO58%2FdJMcaicp8Xq%2F6hBdvOmTkY7W75W6a7TzCK%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내가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내가 살던 창원과 처가집이 있는 김해는 산 하나만 넘으면 될 정도로 가까웠다. 주말이면 자연스럽게 처가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lt;br&gt;&lt;br&gt;어느 날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들려왔다. 당시 삼미그룹 부회장이 미국에서 들어와 장모님의 동생인 이모를 만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황당했지만 직접 볼 기회가 생겼다.&lt;br&gt;&lt;br&gt;장인어른은 낚시를 좋아했고, 그 사람도 함께 있었다고 했다. 미국 생활이 길어 한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며 햄버거를 사 오라고 해서 우리 부부는 햄버거를 들고 갔다.&lt;br&gt;&lt;br&gt;처음 본 순간 이상했다. 허름한 옷차림, 세월에 찌든 얼굴, 카세트 이어폰을 꽂고 흥얼거리는 어설픈 영어 소리까지. 대기업 부회장이라는 분위기와는 너무 멀었다.&lt;br&gt;&lt;br&gt;그런데도 장인어른, 장모님, 친척들 모두가 그를 믿고 있었다. 이상한 점은 많았지만 누구도 먼저 의심하려 하지 않았다. 사람은 사실보다 기대를 먼저 믿을 때가 있다. 특히 누군가 잘되기를 바랄 때는 더 그렇다.&lt;br&gt;&lt;br&gt;나는 결국 삼미그룹 비서실에 직접 전화를 했다. 이름과 인상착의를 확인한 뒤 확신했다. 사칭이었다.&lt;br&gt;&lt;br&gt;나는 처가집 식구들에게 조용히 말했다.&lt;br&gt;“사기꾼입니다.”&lt;br&gt;&lt;br&gt;순간 집안은 조용해졌다. 놀란 표정은 있었지만 아무도 말을 잇지 못했다. 믿고 있던 희망이 무너질 때 사람은 먼저 침묵한다. 나는 그날 그 침묵을 오래 기억하게 되었다.&lt;br&gt;&lt;br&gt;결국 그 사기꾼과의 관계는 끊어졌지만 경찰 신고까지는 가지 않았다. 사건은 그렇게 조용히 끝났고, 시간이 흐른 뒤에는 가족들 사이에서 가끔 꺼내는 에피소드가 되었다.&lt;br&gt;&lt;br&gt;사기는 욕심을 먹고 산다. 돈이든 외로움이든 체면이든, 사람이 간절히 원하는 것 위에 사기꾼은 자연스럽게 희망을 올려놓는다. 그러면 거짓은 생각보다 쉽게 진실처럼 보인다.&lt;br&gt;&lt;br&gt;나는 아직도 가장 위험한 사람이 누구인지 안다.&lt;br&gt;“나는 절대 안 당한다”라고 말하는 사람이다.&lt;br&gt;&lt;br&gt;사기는 멍청한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다.&lt;br&gt;자신의 욕심을 끝까지 의심하지 않는 사람을 찾는다.&lt;br&gt;&lt;br&gt;어쩌면 그날 처가집에 들어온 것은 사기꾼 한 사람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lt;br&gt;사람마다 마음속에 숨겨두고 있던 기대와 결핍까지 함께 들어왔는지도 모른다.&lt;br&gt;&lt;br&gt;당신은 그때, 정말 속은 쪽이었을까.&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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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25 May 2026 08:03:56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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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살아남기 위해 떠난 사람들은 돌아오지 못한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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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cQi2k4/dJMcadviiRm/BFZxs9UlxJhBO4imhLuDwk/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cQi2k4/dJMcadviiRm/BFZxs9UlxJhBO4imhLuDwk/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cQi2k4/dJMcadviiRm/BFZxs9UlxJhBO4imhLuDwk/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cQi2k4%2FdJMcadviiRm%2FBFZxs9UlxJhBO4imhLuDwk%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어제 멀리 인천에서 내려온 처제 부부와 우리 부부, 장모님, 처남까지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집에서 준비한 음식들을 꺼내 놓고 술잔을 주고받았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lt;br&gt;&lt;br&gt;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다.&lt;br&gt;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오래 따뜻했다.&lt;br&gt;&lt;br&gt;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과의 식사는 늘 그렇다. 음식보다 시간이 먼저 기억에 남는다.&lt;br&gt;&lt;br&gt;예전에는 그래도 자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먼 지역으로 떠난 뒤부터는 얼굴 한 번 보는 일조차 쉽지 않아졌다. 나는 그 선택이 얼마나 어려웠을지 안다. 사람은 단순히 집만 옮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살아온 시간까지 함께 옮겨야 한다.&lt;br&gt;&lt;br&gt;익숙했던 거리.&lt;br&gt;늘 지나던 골목.&lt;br&gt;부르면 금방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lt;br&gt;&lt;br&gt;사람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장소에 남기며 살아간다.&lt;br&gt;&lt;br&gt;다행히 일은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동서의 형님이 이미 기반을 잡고 있는 사업을 함께 돕는 상황이라 먹고사는 문제는 어느 정도 안정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은 일만으로 버텨지지 않는다.&lt;br&gt;&lt;br&gt;낯선 지역에는 친구도 없고 오래된 관계도 없다. 하루 종일 사람을 만나도 정작 마음 둘 곳은 없는 시간. 가장 힘든 것은 일이 아니라, 아무 일 없는 척 살아내야 하는 외로움인지도 모른다.&lt;br&gt;&lt;br&gt;서로 다른 분위기와 문화 속에서 스스로를 맞춰 가는 일. 웃고 대화는 하지만 끝내 완전히 섞이지 못한 채 돌아오는 밤들. 아마 처제 부부도 떠나기 전까지 수없이 흔들렸을 것이다. 몇 번이나 망설였고, 몇 번이나 돌아가고 싶었을 것이다.&lt;br&gt;&lt;br&gt;하지만 결국 사람은 살아내기 위해 떠난다.&lt;br&gt;&lt;br&gt;새로운 출발이라는 말은 아름답지만 실제의 시간은 대체로 거칠다. 낯선 곳의 하루는 길고, 외로움은 조용히 사람을 깎아낸다. 결국 사람은 버티는 법부터 배우게 된다.&lt;br&gt;&lt;br&gt;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된다.&lt;br&gt;&lt;br&gt;나 역시 생존을 위해 고향을 떠나 직장생활을 시작했다.&lt;br&gt;어느 순간부터 고향은 돌아갈 곳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이 되어 있었다.&lt;br&gt;&lt;br&gt;견디던 시간들이 결국 자신을 만들었다는 것을.&lt;br&gt;외롭던 날들이 삶의 뿌리가 되었다는 것을.&lt;br&gt;&lt;br&gt;어쩌면 인생은 행복했던 순간보다 견댌던 시간으로 기억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제의 술자리도 내게는 오래 남는다. 서로의 삶을 다 알지는 못해도, 각자의 자리에서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며 살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lt;br&gt;&lt;br&gt;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떠난다.&lt;br&gt;고향을 떠나고, 사람을 떠나고, 익숙했던 자신을 떠난다.&lt;br&gt;&lt;br&gt;그리고 대부분은 돌아가지 못한다.&lt;br&gt;&lt;br&gt;살아남을 수는 있다.&lt;br&gt;하지만 어떤 떠남은, 사람 안의 가장 오래된 모습을 끝내 사라지게 만든다.&lt;br&gt;&lt;br&gt;당신은 지금, 무엇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가.&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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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25 May 2026 07:28:43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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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전통은 왜 누군가의 희생 위에서만 유지되는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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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dXChb3/dJMcadhQPN3/97gvuhH7tr2ep9PrHTBHjK/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dXChb3/dJMcadhQPN3/97gvuhH7tr2ep9PrHTBHjK/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dXChb3/dJMcadhQPN3/97gvuhH7tr2ep9PrHTBHjK/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dXChb3%2FdJMcadhQPN3%2F97gvuhH7tr2ep9PrHTBHjK%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벌초는 나에게 아주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lt;br&gt;&lt;br&gt;아버지를 대신해 형과 내가 결혼을 한 뒤부터, 우리는 매년 추석이 다가오면 남해로 내려가 벌초를 했다. 삼촌도 함께했다. 나이가 많이 드신 삼촌과 형, 그리고 나. 셋이서 예초기 두 대를 번갈아 메고 산을 오르내리며 여섯 기의 묘를 하루 종일 정리했다.&lt;br&gt;&lt;br&gt;처음 벌초를 시작했을 때의 기억은 아직도 몸이 먼저 떠오른다. 예초기를 하루 종일 돌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손이 계속 떨렸다. 손바닥은 얼얼했고 어깨는 무너질 듯 아팠다. 밤이 되어도 손끝의 진동이 멈추지 않았다. 마치 몸 안에 작은 기계가 계속 돌아가는 느낌이었다.&lt;br&gt;&lt;br&gt;그때는 그냥 당연한 줄 알았다. 아버지가 하던 일이었고, 집안의 어른들이 해 오던 일이었기 때문이다.&lt;br&gt;&lt;br&gt;하지만 직접 해 보니 벌초는 단순히 풀을 베는 일이 아니었다. 사람의 마음도 함께 깎여 나갔다.&lt;br&gt;&lt;br&gt;산소 주변의 억센 풀은 생각보다 질겼고 예초기의 칼날은 위험했다. 풀 사이 돌을 잘못 치면 돌이 총알처럼 튀어 올랐다. 얼굴 옆을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심장이 내려앉았다.&lt;br&gt;&lt;br&gt;무거운 예초기를 메고 경사진 산을 오르내리다 보면 셔츠는 땀으로 달라붙었다. 벌초를 마치고 나면 옷은 잘려 나간 풀들과 흙먼지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장갑 안은 축축했고 팔은 감각이 둔해졌다. 풀 베인 냄새와 젖은 흙냄새가 몸에 오래 남았다. 추석은 쉬는 명절이 아니라 버텨 내는 날에 가까웠다.&lt;br&gt;&lt;br&gt;그렇게 거의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lt;br&gt;&lt;br&gt;시간이 갈수록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쳤다. 큰집과 작은삼촌네는 벌초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늘 오는 사람만 왔고, 하는 사람만 했다. 누군가는 새벽부터 산에서 풀을 베는데 누군가는 다 끝나갈 즈음 얼굴만 비추고 갔다.&lt;br&gt;&lt;br&gt;처음에는 참고 넘겼다. 하지만 말하지 않은 불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속에서 오래 눌린 돌처럼 남았다.&lt;br&gt;&lt;br&gt;결국 일이 터진 날도 있었다.&lt;br&gt;&lt;br&gt;그날은 비까지 내렸다. 비에 젖은 풀은 더 무거웠고 흙길은 미끄러웠다. 우리는 거의 말이 없었다. 산에는 예초기 돌아가는 소리만 길게 울렸다.&lt;br&gt;&lt;br&gt;한참 뒤, 산 아래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큰집 사촌형이었다. 우산을 들고 천천히 올라오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작업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lt;br&gt;&lt;br&gt;그 순간 안에 쌓여 있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졌다.&lt;br&gt;&lt;br&gt;왜 늘 우리는 먼저 와서 고생해야 하냐고. 왜 벌초는 하는 사람만 계속 하게 되느냐고. 다 끝나갈 때쯤 와서 얼굴만 비추는 게 도대체 뭐냐고.&lt;br&gt;&lt;br&gt;빗물인지 땀인지 모를 물이 얼굴을 타고 흘렀다. 손에 들고 있던 예초기를 그대로 던져 버렸다. 산속에 쇠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나는 두 번 다시 벌초하지 않겠다고 소리를 질렀다.&lt;br&gt;&lt;br&gt;그날 이후 나는 직접 벌초를 하지 않았다.&lt;br&gt;&lt;br&gt;돌이켜 보면 그 싸움은 벌초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람은 힘든 일을 해서 지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희생이 너무 오래 당연하게 취급될 때, 그때 무너진다.&lt;br&gt;&lt;br&gt;지금은 사촌동생과 형, 그리고 내가 비용을 함께 내서 벌초 대행을 맡긴다. 예전처럼 새벽부터 운전해서 내려갈 일도 없고, 무거운 예초기를 멜 일도 없다. 무엇보다 마음의 스트레스가 사라졌다.&lt;br&gt;&lt;br&gt;처음에는 직접 하지 않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전통은 사람을 지키기 위해 있는 것이지, 사람을 소모시키기 위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lt;br&gt;&lt;br&gt;예전에는 매장 문화가 자연스러웠고 벌초 역시 가족의 의무처럼 이어졌다. 하지만 시대는 변하고 있다. 지금은 화장 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고, 납골당과 수목장이 늘어나면서 벌초 자체를 하지 않는 가정도 많아졌다. 예전처럼 온 가족이 산에 모여 하루 종일 벌초를 하는 풍경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lt;br&gt;&lt;br&gt;전통은 오래 남아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계속 감당하고 있기 때문에 겨우 유지되는 것이다.&lt;br&gt;&lt;br&gt;어쩌면 우리 세대가 마지막 벌초 세대일지도 모른다.&lt;br&gt;&lt;br&gt;세월이 지나면 산소의 풀은 다시 자란다. 그리고 어떤 집안에서는 늘 같은 사람만 다시 예초기를 멘다.&lt;br&gt;&lt;br&gt;우리는 정말 조상을 기억하기 위해 벌초를 했던 것일까.&lt;br&gt;&lt;br&gt;아니면 ‘가족’과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늘 같은 사람의 희생만 조용히 반복시키고 있었던 것일까.&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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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25 May 2026 07:22:57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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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들키지 않을 만큼만 살아가는 사람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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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848&quot; data-origin-height=&quot;1264&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riu1m/dJMcagS9mru/ESHeIZCBrdfz5G0H1uqDbk/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riu1m/dJMcagS9mru/ESHeIZCBrdfz5G0H1uqDbk/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riu1m/dJMcagS9mru/ESHeIZCBrdfz5G0H1uqDbk/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riu1m%2FdJMcagS9mru%2FESHeIZCBrdfz5G0H1uqDbk%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848&quot; height=&quot;1264&quot; data-origin-width=&quot;848&quot; data-origin-height=&quot;1264&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성인 남자에게 하루를 시작하며 가장 귀찮은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면도라고 말할 것이다. 하루만 지나도 얼굴에는 수염이 올라오고, 이틀만 지나면 사람의 인상까지 달라진다. 피곤과 무기력이 가장 먼저 얼굴에 걸린다. 결국 사람은 다시 면도기 앞에 선다.&lt;br&gt;&lt;br&gt;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수염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칼면도기를 쓰기 시작한 뒤부터 이상하리만큼 더 빠르고 거칠게 자라났다. 매일 면도를 해야 했고, 그때마다 피부는 쉽게 베였다. 세면대에 번지는 붉은 피를 바라보며, 나는 왜 이 귀찮은 일을 평생 반복해야 하는지 생각하곤 했다.&lt;br&gt;&lt;br&gt;성인의 상징처럼 자라는 수염이었지만, 내게 그것은 어울림보다 피로에 가까웠다.&lt;br&gt;&lt;br&gt;결국 나는 건식 전기면도기를 샀다. 절삭력은 조금 부족했지만 피부를 베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다. 충전만 하면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는 편리함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편리함은 해결이 아니었다. 다음 날 아침이면 수염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올라왔다.&lt;br&gt;&lt;br&gt;면도를 끝낸 거울 속 얼굴은 분명 깔끔해져 있었지만, 이상하게 더 지쳐 보이는 날도 있었다.&lt;br&gt;&lt;br&gt;어느 날은 집게로 수염을 하나씩 뽑기까지 했다. 눈물이 맺힐 만큼 아팠지만, 지금의 고통만 견디면 앞으로는 편해질 거라 믿었다. 그러나 며칠 뒤 다시 올라온 수염은 내가 했던 고생을 비웃기라도 하듯 제자리를 채우고 있었다.&lt;br&gt;&lt;br&gt;그때 처음 알았다.&lt;br&gt;없애고 싶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lt;br&gt;&lt;br&gt;가끔은 생각한다. 수염이 영원히 자라지 않게 만드는 약이 있다면 나는 이미 샀을지도 모른다고.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수염이 있기에 면도기가 존재하고, 누군가는 또 그 수염으로 먹고산다. 세상은 그렇게 한쪽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lt;br&gt;&lt;br&gt;사람도 그렇다. 관계도 그렇다. 한쪽으로만 기울어진 마음은 결국 다른 무게를 견디지 못한다. 오래전의 나는 내 생각이 맞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람에게 상처 입고, 실패하고, 후회하는 시간을 지나며 조금씩 알게 되었다. 맞는 말보다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순간도 세상에는 있다는 것을.&lt;br&gt;&lt;br&gt;물론 지금도 완전히 균형 잡힌 사람은 아니다. 아직도 내 안에는 기울어진 부분이 남아 있다. 다만 예전처럼 그것을 신념이라 믿으며 밀어붙이지 않을 뿐이다.&lt;br&gt;&lt;br&gt;아침마다 거울 앞에 서서 수염을 깎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lt;br&gt;&lt;br&gt;사람은 정말 자신의 모난 부분을 다듬으며 살아가는 걸까.&lt;br&gt;아니면 결국 바뀐 척하며, 들키지 않을 만큼만 자신을 정리하며 살아가는 걸까.&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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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Fri, 22 May 2026 08:22:01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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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사람은 왜 무너 지는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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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WYmKT/dJMcab5lycT/Tre3knZex64Rlg9Q9e0ecK/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WYmKT/dJMcab5lycT/Tre3knZex64Rlg9Q9e0ecK/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WYmKT/dJMcab5lycT/Tre3knZex64Rlg9Q9e0ecK/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WYmKT%2FdJMcab5lycT%2FTre3knZex64Rlg9Q9e0ecK%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작은 중소기업에 다닐수록 부정과 비리에 대한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말을 나는 부정할 수 없다. 이것은 책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직접 보고 느낀 이야기다.&lt;br&gt;&lt;br&gt;대기업은 부정을 막기 위해 수많은 시스템을 만든다. 결재 라인을 세분화하고, 감사 조직을 두고, 교육도 반복한다. 사람의 욕심이 조직을 무너뜨린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lt;br&gt;&lt;br&gt;그런데 세상을 오래 살아보니 결국 모든 시스템은 사람이 운영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마음먹고 숨기려 하면 어디에나 틈은 생긴다.&lt;br&gt;&lt;br&gt;뉴스에 나오는 은행 횡령이나 대기업 비리 기사를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경험했던 시스템 안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lt;br&gt;&lt;br&gt;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생각이 달라졌다.&lt;br&gt;&lt;br&gt;결국 마지막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었다.&lt;br&gt;&lt;br&gt;나는 비교적 부정과 비리에 흔들리지 않았던 편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내 안에 오래 박혀 있던 엔지니어적 사고 때문이었다.&lt;br&gt;&lt;br&gt;설계는 감정으로 움직이지 않는다.&lt;br&gt;수치가 틀리면 결과도 틀어진다.&lt;br&gt;도면은 사람 사정까지 이해해주지 않는다.&lt;br&gt;&lt;br&gt;나는 오랫동안 그런 기준 속에서 일했다. 그래서 대기업을 나와 중소기업으로 옮긴 뒤에도 같은 방식으로 일했다.&lt;br&gt;&lt;br&gt;한 번은 같이 일하던 후배가 회사 카드를 달라고 했다. 이유를 묻자 담배를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lt;br&gt;&lt;br&gt;순간 말을 잃었다.&lt;br&gt;&lt;br&gt;너무 자연스러운 얼굴이었다.&lt;br&gt;&lt;br&gt;나는 짧게 말했다.&lt;br&gt;&lt;br&gt;“담배는 네 돈으로 사라. 회사 돈은 그런 데 쓰는 게 아니다.”&lt;br&gt;&lt;br&gt;후배는 웃으며 넘어갔지만 나는 그 일을 가볍게 보지 않았다. 사람은 큰돈부터 무너지지 않는다. 대개는 작은 합리화부터 시작된다.&lt;br&gt;&lt;br&gt;시간이 지나며 더 충격적인 이야기도 들었다. 거래처 한 부장이 업체들에게 정기적으로 뒷돈을 받는다는 이야기였다. 거래를 유지시켜 주는 대가였다.&lt;br&gt;&lt;br&gt;처음에는 화가 났다.&lt;br&gt;&lt;br&gt;그런데 이상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분노보다 다른 감정이 남았다.&lt;br&gt;&lt;br&gt;이해였다.&lt;br&gt;&lt;br&gt;회사는 그 사실을 알고도 바로 해고하지 못했다고 했다. 당장 사람 하나 다시 구하는 일조차 버거운 중소기업 현실 때문이었다.&lt;br&gt;&lt;br&gt;그 말을 듣고 한동안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lt;br&gt;&lt;br&gt;작은 중소기업의 월급만으로 가족을 책임지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버겁다. 생활비와 대출이자를 내고 나면 통장에는 거의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어떤 가장들은 퇴근 후에도 대리운전을 한다. 그런데도 삶은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lt;br&gt;&lt;br&gt;그렇게 끝까지 몰리면 사람은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다.&lt;br&gt;&lt;br&gt;처음에는 죄책감을 느낀다.&lt;br&gt;하지만 반복되면 생존이 된다.&lt;br&gt;&lt;br&gt;어느 순간 선은 흐려지고, 사람들은 그 안에서 서로 모른 척 살아간다.&lt;br&gt;&lt;br&gt;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lt;br&gt;&lt;br&gt;만약 우리 집도 아내가 경제를 함께 책임져주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내가 외벌이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했다면 정말 끝까지 지금의 기준을 지킬 수 있었을까.&lt;br&gt;&lt;br&gt;솔직히 자신이 없었다.&lt;br&gt;&lt;br&gt;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 안은 조용했다. 신호등 앞에 멈춰 서 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lt;br&gt;&lt;br&gt;나는 끝까지 버틴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몰리지 않았던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lt;br&gt;&lt;br&gt;창밖으로 지나가는 불빛들이 유난히 차갑게 보였다.&lt;br&gt;&lt;br&gt;누군가는 오늘도 원칙을 말하고, 누군가는 오늘도 몰래 선을 넘는다.&lt;br&gt;&lt;br&gt;그리고 대부분은 그 사이 어디쯤에서 흔들리며 살아간다.&lt;br&gt;&lt;br&gt;나는 이제 함부로 사람을 욕하지 못한다.&lt;br&gt;&lt;br&gt;정말 무너진 사람은 처음부터 악했던 사람이 아니라, 오래 버티다 지쳐버린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lt;br&gt;&lt;br&gt;그래서 더 무섭다.&lt;br&gt;&lt;br&gt;사람은 신념으로만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lt;br&gt;&lt;br&gt;마지막까지 인간을 붙들어주는 것은 도덕이 아니라, 어쩌면 버틸 수 있는 환경인지도 모른다는 사실이.&lt;br&gt;&lt;br&gt;지금 당신이 지키고 있는 기준은 정말 당신의 신념인가.&lt;br&gt;&lt;br&gt;아니면 아직, 무너지지 않아도 되는 삶 안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가.&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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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hu, 21 May 2026 10:32:02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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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부부는 왜 돈보다 먼저 신뢰를 잃는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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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024&quot; data-origin-height=&quot;1024&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kRX8e/dJMcab5ltPM/Re0FikxSW327ULlVCMNMxK/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kRX8e/dJMcab5ltPM/Re0FikxSW327ULlVCMNMxK/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kRX8e/dJMcab5ltPM/Re0FikxSW327ULlVCMNMxK/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kRX8e%2FdJMcab5ltPM%2FRe0FikxSW327ULlVCMNMxK%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024&quot; height=&quot;1024&quot; data-origin-width=&quot;1024&quot; data-origin-height=&quot;1024&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결혼을 하고 나서도 월급 관리는 자연스럽게 내가 맡았다. 결혼 전부터 해오던 방식이었다. 월급이 들어오면 저축할 금액을 먼저 나누고, 고정지출과 생활비를 계산한 뒤 남은 돈의 흐름을 정리했다.&lt;br&gt;&lt;br&gt;결혼 후 달라진 것은 하나였다.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점이었다. 아내에게 생활비를 주는 일은 가장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월급명세서를 숨긴 적이 없었다. 월급과 적금, 차량 대출금과 보험료까지 모두 공개했다.&lt;br&gt;&lt;br&gt;돈의 흐름을 숨기지 않는다는 것은 중요하다. 사람은 돈보다 감추는 태도에서 더 큰 불안을 느낀다. 부부의 신뢰도 결국 그런 작은 투명성 위에서 쌓인다.&lt;br&gt;&lt;br&gt;당시 대기업의 급여는 안정적이었다. 짝수 달마다 나오는 보너스와 연말 성과급은 목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다. 통장 잔고가 조금씩 늘어날 때마다 미래에 대한 불안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lt;br&gt;&lt;br&gt;하지만 인생은 오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았다. 대기업을 퇴직한 뒤 몇 번의 창업 실패를 겪었고, 결국 다시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문제는 급여였다. 외벌이로 가정을 유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현실은 자존심보다 훨씬 냉정했다.&lt;br&gt;&lt;br&gt;퇴직 이후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수입이 아니라 자신감이었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들어오던 월급이 사라지고, 통장 잔고보다 앞으로의 시간이 더 불안해졌다. 가장이라는 이름은 그대로인데 현실은 이미 달라져 있었다.&lt;br&gt;&lt;br&gt;결국 아내가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가정을 함께 책임졌다. 그 시기부터 생활의 중심은 자연스럽게 아내 쪽으로 기울었다.&lt;br&gt;&lt;br&gt;어느 날 아내가 말했다.&lt;br&gt;이제부터는 월급 관리도 자기가 해보겠다고.&lt;br&gt;&lt;br&gt;나는 별다른 말 없이 통장을 넘겨주었다. 누가 관리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돈의 방향과 투명성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lt;br&gt;&lt;br&gt;하지만 몇 달 뒤 아내는 다시 통장을 내게 돌려주었다.&lt;br&gt;도저히 못하겠으니 다시 맡아달라고 했다.&lt;br&gt;&lt;br&gt;카드값과 생활비, 예상하지 못한 지출과 저축 계획. 매달 반복되는 숫자는 사람을 조용히 지치게 만들었다.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돈을 관리한다는 것은 계산기를 두드리는 일이 아니라 미래의 불안을 대신 짊어지는 일이라는 것을. 경제권은 권한보다 책임에 가까웠다.&lt;br&gt;&lt;br&gt;결국 다시 월급 관리는 내게 돌아왔고, 나는 작년 말까지 그렇게 직장생활을 마무리했다.&lt;br&gt;&lt;br&gt;돌이켜보면 부부 사이에서 중요한 것은 경제권이 아니었다. 누가 통장을 쥐고 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였다.&lt;br&gt;&lt;br&gt;나는 지금까지 물건을 사면서 아내의 허락을 받고 산 적은 거의 없다. 대신 숨기지 않았다. 필요해서 샀다고 생각한 물건들은 그대로 말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아내에게 잔소리를 듣는 일도 많았다.&lt;br&gt;&lt;br&gt;“그걸 왜 또 샀어?”&lt;br&gt;&lt;br&gt;나는 이유를 설명했고, 아내는 끝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지을 때도 있었다. 그래도 숨기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lt;br&gt;&lt;br&gt;숨기는 순간 신뢰는 멀어진다.&lt;br&gt;&lt;br&gt;부부 사이의 금은 거창한 사건으로 생기지 않는다. 몰래 만든 통장 하나, 말하지 않은 카드값 하나, 숨겨둔 소비 하나가 더 위험하다. 처음에는 머리카락처럼 얇은 틈이다. 하지만 그 틈은 결국 관계 전체를 흔드는 균열이 된다.&lt;br&gt;&lt;br&gt;사람은 돈을 잃는 것보다 믿었던 마음이 무너졌다는 사실에 더 오래 상처를 받는다. 그래서 부부는 사랑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서로의 삶을 숨기지 않겠다는 태도가 관계를 오래 버티게 만든다.&lt;br&gt;&lt;br&gt;그래서 나는 돈보다 신뢰를 먼저 지키려고 했다. 투명하게 사용하고, 감출 이유가 없는 삶을 살려고 했다. 아내가 나를 믿는 이유도 결국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lt;br&gt;&lt;br&gt;요즘은 MZ세대 부부들이 수입 통장을 따로 관리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시대가 달라졌고 살아가는 방식도 달라졌을 것이다.&lt;br&gt;&lt;br&gt;하지만 세대가 달라도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다. 부부를 끝까지 버티게 만드는 것은 돈의 액수가 아니라 서로를 향한 신뢰라는 사실이다. 통장이 하나이든 두 개이든 마지막에 남는 것은 결국 숨기지 않았다는 기억이다.&lt;br&gt;&lt;br&gt;당신이 숨기고 있는 그 통장.&lt;br&gt;&lt;br&gt;정말 돈만 들어 있다고 생각하는가.&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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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hu, 21 May 2026 08:40:12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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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요일이 사라진 삶, 나는 아직도 시간을 믿고 있는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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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376&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bsf3pI/dJMcahdqFAB/NHMnWWWkw0vGb5XqaeqMAk/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bsf3pI/dJMcahdqFAB/NHMnWWWkw0vGb5XqaeqMAk/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bsf3pI/dJMcahdqFAB/NHMnWWWkw0vGb5XqaeqMAk/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bsf3pI%2FdJMcahdqFAB%2FNHMnWWWkw0vGb5XqaeqMAk%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376&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376&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요일이 사라진 날들.&lt;br&gt;퇴직 이후의 현재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말 같다.&lt;br&gt;&lt;br&gt;직장생활에서 요일은 날짜보다 더 강한 기준이었다.&lt;br&gt;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반복.&lt;br&gt;그리고 토·일이라는 예고된 해방.&lt;br&gt;&lt;br&gt;그 구조 안에서 삶은 이미 설계되어 있었다.&lt;br&gt;휴식과 이동, 그리고 기대까지 포함된 시간이었다.&lt;br&gt;&lt;br&gt;하지만 지금은 다르다.&lt;br&gt;&lt;br&gt;요일이 사라졌다.&lt;br&gt;아니, 필요하지 않다.&lt;br&gt;&lt;br&gt;다만 사람을 만나는 시간만이 남아 있다.&lt;br&gt;지인들의 요일에 맞춰 움직이는 방식으로.&lt;br&gt;&lt;br&gt;주말이 되어야 얼굴이 보인다.&lt;br&gt;캠핑장에서, 모임에서, 잠깐의 만남 속에서.&lt;br&gt;&lt;br&gt;나에게만 요일이 사라진 셈이다.&lt;br&gt;&lt;br&gt;요일이 사라졌다는 감각은&lt;br&gt;시간의 공백이 아니라 구조의 해체다.&lt;br&gt;&lt;br&gt;출근과 퇴근으로 나뉘던 하루는 사라지고&lt;br&gt;흐름만 남는다.&lt;br&gt;&lt;br&gt;처음에는 자유처럼 보이지만&lt;br&gt;곧 방향이 없는 상태로 다가온다.&lt;br&gt;&lt;br&gt;시간은 이름을 잃고 흐르기만 한다.&lt;br&gt;&lt;br&gt;사라졌다는 건&lt;br&gt;리듬이 보이지 않는 상태다.&lt;br&gt;&lt;br&gt;그러나 사라진 자리에는&lt;br&gt;또 다른 리듬이 생긴다.&lt;br&gt;&lt;br&gt;주중의 시간.&lt;br&gt;나는 나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움직인다.&lt;br&gt;&lt;br&gt;대부분 함께 있지만&lt;br&gt;하루의 일부는 각자의 흐름으로 흩어진다.&lt;br&gt;&lt;br&gt;운동을 하고, 일을 보고,&lt;br&gt;가끔 외식을 한다.&lt;br&gt;&lt;br&gt;그 반복 속에서 하루는 더 이상 나뉘지 않는다.&lt;br&gt;그냥 이어진다.&lt;br&gt;&lt;br&gt;가끔은 이런 일이 있다.&lt;br&gt;&lt;br&gt;캠핑을 다녀온 뒤&lt;br&gt;스크린골프를 한 게임 하고 점심을 먹은 날.&lt;br&gt;&lt;br&gt;하루가 너무 자연스럽게 이어져&lt;br&gt;월요일이 화요일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lt;br&gt;&lt;br&gt;시간은 흐르는데&lt;br&gt;요일만 미끄러진다.&lt;br&gt;&lt;br&gt;다시 요일을 인식하는 것은&lt;br&gt;복귀가 아니라 재정렬이다.&lt;br&gt;&lt;br&gt;중요한 것은 요일이 아니다.&lt;br&gt;시간을 어떤 기준으로 살아내는가다.&lt;br&gt;&lt;br&gt;당신은 요일을 살고 있는가.&lt;br&gt;아니면 요일 밖에 있는가.&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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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Wed, 20 May 2026 15:32:20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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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그날의 복도는 아직도 비어 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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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bkjw1o/dJMcahdpQN2/nlHzWFhvqoK6Nxv4PHsvtK/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bkjw1o/dJMcahdpQN2/nlHzWFhvqoK6Nxv4PHsvtK/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bkjw1o/dJMcahdpQN2/nlHzWFhvqoK6Nxv4PHsvtK/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bkjw1o%2FdJMcahdpQN2%2FnlHzWFhvqoK6Nxv4PHsvtK%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최종 완성글 (상위 0.01% 완성본)&lt;br&gt;&lt;br&gt;학폭 문제는 지금이나 예나 크게 다르지 않다.&lt;br&gt;중학교 시절, 나 역시 소위 잘 나가는 친구들과 어울려 있었다.&lt;br&gt;&lt;br&gt;그들 곁에는 ‘짱’이라 불리는 중심이 있었고, 그 주변으로 무리가 형성됐다.&lt;br&gt;말보다 먼저 분위기가 사람을 정리했다.&lt;br&gt;그 안에 있다는 것은 보호이자 동시에 규칙의 수용이었다.&lt;br&gt;&lt;br&gt;그 중심에 있던 아이들은 대체로 가정형편이 넉넉한 편은 아니었다.&lt;br&gt;그 주변에는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친구들이 섞였고, 그렇게 작은 서열이 자연스럽게 굳어졌다.&lt;br&gt;나는 그 사이에서 완전히 속하지도, 완전히 벗어나지도 않은 채 선을 유지했다.&lt;br&gt;그 거리감이 당시에는 가장 안전한 선택처럼 느껴졌다.&lt;br&gt;&lt;br&gt;어느 날, 복도 끝에서 들려온 말이 있었다.&lt;br&gt;“야, 너 한번 붙자.”&lt;br&gt;웃음 섞인 말이었지만, 그 순간 공기는 바뀌었다.&lt;br&gt;&lt;br&gt;주변 시선이 한쪽으로 모였다.&lt;br&gt;누군가는 이미 결과를 보고 있는 듯했고, 누군가는 침묵하고 있었다.&lt;br&gt;거절은 선택이 아니라 해석이었다.&lt;br&gt;그때 나는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 밀려 들어갔다.&lt;br&gt;결국 그 말을 받아들였다.&lt;br&gt;&lt;br&gt;하지만 약속 장소에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lt;br&gt;복도 끝에서부터 시작된 긴장은, 아무 일도 없이 끝났다.&lt;br&gt;그 허무함은 오히려 더 오래 남았다.&lt;br&gt;그것이 장난이었는지, 구조였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lt;br&gt;&lt;br&gt;고등학교로 올라가도 구조는 달라지지 않았다.&lt;br&gt;이름만 다른 집단이 있었고, 서열은 여전히 존재했다.&lt;br&gt;복도를 지나는 행렬은 힘의 이동처럼 보였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길을 비켰다.&lt;br&gt;침묵은 질서가 됐다.&lt;br&gt;&lt;br&gt;화장실과 골목은 또 다른 규칙이 작동하는 공간이었다.&lt;br&gt;담배와 술은 예외가 아니었고, 충돌은 사건이 아니라 분위기였다.&lt;br&gt;학교는 두 개의 세계로 나뉘어 있었다. 규칙 안과 규칙 밖.&lt;br&gt;&lt;br&gt;시간이 지나 성인이 된 뒤, 그 장면들은 영화처럼 다시 떠올랐다.&lt;br&gt;그러나 그것은 기억이라기보다 구조의 잔상에 가까웠다.&lt;br&gt;사람은 바뀌었지만 장면은 바뀌지 않았다.&lt;br&gt;&lt;br&gt;지금도 뉴스에서는 같은 이름이 반복된다.&lt;br&gt;학폭이라는 단어는 사라지지 않고 형태만 바뀌어 등장한다.&lt;br&gt;&lt;br&gt;결국 중요한 것은 사건이 아니라 반복이다.&lt;br&gt;그리고 그 반복은 아직도 설명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lt;br&gt;&lt;br&gt;“그날의 복도는 아직도 비어 있다.”&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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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ue, 19 May 2026 16:06:20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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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삐삐가 울리던 순간, 누군가는 정말 나를 찾고 있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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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xQaN9/dJMcaicly5v/SmjabQ82akh7s6oBsnl2Ak/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xQaN9/dJMcaicly5v/SmjabQ82akh7s6oBsnl2Ak/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xQaN9/dJMcaicly5v/SmjabQ82akh7s6oBsnl2Ak/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xQaN9%2FdJMcaicly5v%2FSmjabQ82akh7s6oBsnl2Ak%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삐삐는 내게 처음 주어진 개인 번호의 디지털 기기였다.&lt;br&gt;지금처럼 누구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던 시대가 아니었다.&lt;br&gt;번호 하나를 가진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어른이 된 기분이 들던 시절이었다.&lt;br&gt;&lt;br&gt;자동차회사로 이직한 뒤 내가 처음 맡은 일 중 하나는 사장 차량에 차량용 핸드폰 키트를 설치하는 일이었다.&lt;br&gt;당시 가격으로 300만 원이 넘던 카폰은 내 월급의 여덟 배가 넘는 물건이었다.&lt;br&gt;그 시절 핸드폰은 단순한 전화기가 아니었다.&lt;br&gt;일부 임원이나 부장급들만 사용할 수 있었고, 허리춤에 달린 작은 기계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이 머물렀다.&lt;br&gt;핸드폰은 곧 권한이었고, 위치였으며, 쉽게 닿을 수 없는 삶의 상징처럼 보였다.&lt;br&gt;&lt;br&gt;그 중심에는 늘 Motorola가 있었다.&lt;br&gt;모토롤라는 당시 시대를 대표하는 이름이었다.&lt;br&gt;&lt;br&gt;시간이 지나며 삐삐가 대중 속으로 들어왔다.&lt;br&gt;허리나 가방에 달린 삐삐는 어느새 유행이 되었고, 거리마다 삐삐 대리점이 생겨났다.&lt;br&gt;&lt;br&gt;지금 생각하면 참 불편한 기계였다.&lt;br&gt;문자를 받으면 다시 공중전화나 집 전화로 연락해야 했다.&lt;br&gt;하지만 우리는 그 불편함 속에서 기다림을 배웠고, 짧은 숫자 안에 마음을 담았다.&lt;br&gt;&lt;br&gt;허리춤에서 갑자기 울리던 진동은 짧았지만 강렬했다.&lt;br&gt;액정 속 숫자를 해독하듯 바라보던 순간에는, 누군가가 나를 찾고 있다는 감정이 먼저 도착하곤 했다.&lt;br&gt;&lt;br&gt;1004는 “천사”, 8282는 “빨리빨리”, 7942는 “친구사이”.&lt;br&gt;몇 개의 숫자만으로도 사람들은 감정을 압축했고, 늦게 걸려온 전화 한 통에도 마음이 움직였다.&lt;br&gt;짧았지만 오래 남는 말들이 있었다.&lt;br&gt;&lt;br&gt;나 역시 회사에서 지급한 업무용 삐삐를 늘 허리에 차고 다녔다.&lt;br&gt;편리한 기기였지만 동시에 족쇄이기도 했다.&lt;br&gt;삐삐가 울리면 어디에 있든 다시 회사와 연결되었다.&lt;br&gt;그때 처음 느꼈다.&lt;br&gt;기술은 사람을 편하게 만들지만, 때로는 사람을 놓아주지 않는다는 것을.&lt;br&gt;&lt;br&gt;생각해보면 내가 삐삐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시간은 많지 않았다.&lt;br&gt;대부분은 회사의 호출이었다.&lt;br&gt;그 작은 기계는 소통의 도구이면서, 보이지 않는 통제의 시작이기도 했다.&lt;br&gt;&lt;br&gt;그 뒤 PCS폰과 시티폰 시대를 지나 휴대폰이 빠르게 퍼졌고, 결국 지금의 스마트폰 시대에 도착했다.&lt;br&gt;&lt;br&gt;이제 스마트폰은 못하는 것이 없다.&lt;br&gt;통화는 물론이고 검색, 공부, 영상 시청, 화상통화, 금융, 쇼핑까지 손안에서 해결된다.&lt;br&gt;세상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리해졌다.&lt;br&gt;&lt;br&gt;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의 마음은 더 조급해졌고, 기다림은 사라졌다.&lt;br&gt;언제든 연결되는 시대가 되었지만, 정작 서로의 마음에는 쉽게 닿지 못한다.&lt;br&gt;&lt;br&gt;삐삐 시절에는 연락 한 번에도 마음이 움직였다.&lt;br&gt;공중전화 앞에서 동전을 만지며 무슨 말을 먼저 할지 고민했고, 늦은 전화 한 통에도 반가움이 있었다.&lt;br&gt;불편했지만 사람의 온도는 더 가까웠다.&lt;br&gt;&lt;br&gt;우리는 기술의 속도만큼 행복해졌을까.&lt;br&gt;아니면 너무 쉽게 연결되는 세상 속에서,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던 마음부터 먼저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lt;br&gt;&lt;br&gt;그리고 지금 당신의 스마트폰에는 수천 개의 연락처가 저장되어 있지만,&lt;br&gt;정말 보고 싶은 사람에게 망설임 없이 전화를 걸 수 있는 번호는 몇 개나 남아 있는가.&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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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ue, 19 May 2026 08:02:32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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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전화기는 늘 가까워졌는데, 마음은 왜 멀어졌을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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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bobpyR/dJMcaf7GIal/HDQePPhYMLK2uZke7klDZ0/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bobpyR/dJMcaf7GIal/HDQePPhYMLK2uZke7klDZ0/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bobpyR/dJMcaf7GIal/HDQePPhYMLK2uZke7klDZ0/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bobpyR%2FdJMcaf7GIal%2FHDQePPhYMLK2uZke7klDZ0%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어릴 적 전화기는 단순한 가전제품이 아니었다.&lt;br&gt;그 집의 형편과 삶의 수준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전화기가 있는 집은 드물었고, 전화번호를 가진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의 여유를 의미하던 시절이었다. 학교 가정환경 조사표에 TV와 전화기가 적혀 있으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잘사는 집”이라고 생각했다.&lt;br&gt;&lt;br&gt;그래서 동네 공중전화는 늘 사람들로 붐볐다. 동전을 넣고 시간과 거리에 따라 요금이 올라가던 공중전화는 그 시대의 풍경이었다. 전화 한 통을 위해 시간을 맞추고, 전화가 있는 집 번호를 빌려 연락을 주고받던 시절. 불편했지만 그 기다림 속에는 사람의 온기가 있었다.&lt;br&gt;&lt;br&gt;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형은 직장생활로 번 돈으로 집에 처음 전화기를 놓았다. 검은 전화기 한 대가 집 안에 들어오던 날의 분위기를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벨이 울리지도 않았는데 가족들은 괜히 전화기 주변을 맴돌았다. 무엇보다 “우리 집 전화번호”가 생겼다는 사실이 특별했다. 이제 우리도 누군가의 연락을 받을 수 있는 집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어린 마음에도 묘한 자부심이 생겼다.&lt;br&gt;&lt;br&gt;첫 직장에서도 전화기는 특별한 존재였다. 사무실 전화기는 대부분 상급자 자리 위에 놓여 있었고, 시외전화가 가능한 전화기는 단 하나뿐이었다. 늘 부서장 앞에 놓인 전화기였다.&lt;br&gt;&lt;br&gt;야근을 하던 날이면 모두 퇴근한 뒤 조심스럽게 그 자리에 앉아 집에 전화를 걸곤 했다.&lt;br&gt;“이번 주는 일이 바빠서 집에 가지 못한다”는 말을 전하는 짧은 몇 분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었다. 그 시절 전화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그리움을 이어주는 통로였다.&lt;br&gt;&lt;br&gt;시간이 흐르면서 전화는 빠르게 늘어났다. 그리고 어느 날, 드디어 내 책상 위에도 전화기 한 대가 놓였다. 나에게 걸려오는 전화를 내가 직접 받고, 내 자리에서 전화를 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늘 다른 사람 전화를 빌려 쓰던 시절과는 전혀 다른 감정이었다. 전화기 하나였지만 그 안에는 책임감과 존재감, 그리고 어른이 되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는 감정까지 함께 담겨 있었다.&lt;br&gt;&lt;br&gt;하지만 시대는 다시 빠르게 변했다. 집집마다 놓여 있던 유선전화는 사라졌고, 한 집에 한 대였던 전화기는 가족 수만큼 늘어났다. 지금은 사람마다 스마트폰 하나씩을 손에 쥔 시대가 되었다.&lt;br&gt;&lt;br&gt;분명 세상은 가까워졌다. 언제 어디서든 연락할 수 있게 되었고, 정보는 손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사람의 마음은 예전보다 더 멀어진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lt;br&gt;&lt;br&gt;예전에는 전화벨이 울리면 가족 모두가 함께 반응했다. 누가 받을지 눈치를 보며 웃었고, 짧은 통화에도 기다림과 설렘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같은 집 안에서도 각자의 스마트폰만 바라본 채 하루를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lt;br&gt;&lt;br&gt;언제든 연락할 수 있게 되었지만,&lt;br&gt;정작 기다리는 사람은 사라졌다.&lt;br&gt;&lt;br&gt;연결은 쉬워졌지만 대화는 줄어든 시대.&lt;br&gt;우리는 더 많이 이어졌지만 정말 가까워진 것은 맞을까.&lt;br&gt;&lt;br&gt;그 시절 불편했던 전화기보다,&lt;br&gt;지금 우리의 마음이 더 연결되지 않는 것은 아닐까.&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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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18 May 2026 18:03:13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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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바리깡 소리가 멈춘 교실에서 사라진 것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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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bJKXdT/dJMcabRI7JR/A0J2EfkNZNafgH9viWjxjk/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bJKXdT/dJMcabRI7JR/A0J2EfkNZNafgH9viWjxjk/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bJKXdT/dJMcabRI7JR/A0J2EfkNZNafgH9viWjxjk/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bJKXdT%2FdJMcabRI7JR%2FA0J2EfkNZNafgH9viWjxjk%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br&gt;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되던 시절, 많은 것이 달라졌다. 교복과 모자를 착용하면서 두발 규정도 함께 따라왔다. 긴 머리는 허용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른바 ‘바리깡 머리’를 하고 다녔다. 그 시절 바리깡은 단순한 이발 도구가 아니라 학교 규율의 상징 같은 존재였다.&lt;br&gt;&lt;br&gt;하지만 한창 멋을 알고 싶던 사춘기 학생들에게 빡빡 깎은 머리는 달갑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머리를 조금이라도 길러 보려는 학생들과 이를 단속하는 선생님들 사이에는 늘 숨막히는 신경전이 이어졌다. 조회 시간마다 친구들 머리를 훑어보던 선생님의 눈빛은 마치 검문검색과도 같았다. 학생들은 귀를 덮으려 애썼고, 선생들은 귀가 보이도록 밀어 올렸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풍경이지만, 당시에는 모두가 진심이었다.&lt;br&gt;&lt;br&gt;특히 주임선생에게 걸리는 날은 최악이었다. 선생님은 늘 바리깡을 들고 다녔고, 단속에 걸리면 머리 한가운데를 밀어버리는 이른바 ‘고속도로’를 내곤 했다. 지금 시대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머리에 줄 하나가 생긴 친구들은 하루 종일 모자를 눌러쓰고 다녔고, 결국 다시 이발소로 갈 수밖에 없었다. 친구들은 배를 잡고 웃었지만, 정작 당사자는 창피함에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했다. 어린 시절의 자존심은 생각보다 쉽게 상처를 입었다.&lt;br&gt;&lt;br&gt;학교 안 이발소 풍경도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서비스라는 개념은 없었다. 의자에 앉으면 바리깡 소리가 잠시 지나갔고, 머리는 순식간에 밀려 나갔다. 바닥에는 잘린 머리카락이 수북했고, 공기에는 싸한 소독약 냄새가 섞여 있었다. 머리를 감는 것도, 떨어진 머리카락을 털어내는 것도 모두 학생들 몫이었다. 위생 상태도 좋지 못했다. 소독이 제대로 되지 않은 바리깡 때문에 머리에 버짐 같은 피부병이 생겨 고생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그래도 누구 하나 크게 문제 삼지 못했다. 그 시절 학교는 말보다 먼저 익숙해져야 하는 곳이었다.&lt;br&gt;&lt;br&gt;고등학생이 되면서 두발과 교복 자율화가 시작되었고, 그런 억압과 단속은 조금씩 사라졌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것이 오래된 군사문화와 통제 중심 교육의 흔적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당시에는 모두가 그렇게 살아왔기에 당연한 줄만 알았다. 시대는 변했고, 학생을 통제하던 방식도 사라졌다.&lt;br&gt;&lt;br&gt;돌이켜보면 선생이라는 이름 아래 행해졌던 폭력과 강압은 분명 없어져야 했다. 학생을 가르친다는 이유로 체벌과 공포가 정당화되던 시대는 끝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친 자율 속에서 최소한의 선마저 흐려지고 있는 현실 또한 씁쓸하게 느껴진다.&lt;br&gt;&lt;br&gt;며칠 전 스승의 날에 학생들이 준 케이크조차 먹지 말라는 교육청 지침이 내려왔다는 기사를 보며 한숨이 나왔다. 순수한 마음은 오해의 대상이 되었고, 관계는 기억보다 기록이 먼저 남는 시대가 되었다. 폭력은 사라졌지만, 어쩌면 함께 사라진 것은 사람 사이의 온기인지도 모른다.&lt;br&gt;&lt;br&gt;예전 교실에는 두려움이 있었다.&lt;br&gt;지금 교실에는 거리감이 남아 있다.&lt;br&gt;&lt;br&gt;무엇이 더 좋은 교육인지는 쉽게 답할 수 없다. 다만 어느 시대든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보다 분위기를 먼저 배우며 자란다.&lt;br&gt;&lt;br&gt;바리깡 소리가 교실 복도를 울리던 시대는 지나갔다. 그러나 그 소리보다 더 낯선 것은, 서로를 믿지 못하는 교실이 점점 당연해지고 있다는 사실인지도 모른다.&lt;br&gt;&lt;br&gt;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아이들을 더 자유롭게 만든 것일까.&lt;br&gt;아니면 단지, 상처받지 않는 법만 먼저 가르치고 있는 것일까.&lt;br&gt;&lt;br&gt;언젠가 아이들은 기억할 것이다.&lt;br&gt;자신들의 머리를 얼마나 짧게 잘랐는지가 아니라,&lt;br&gt;어른들이 자신들을 어떤 눈빛으로 바라보았는지를.&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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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18 May 2026 09:55:00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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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사람들은 왜 결승선에서만 박수를 칠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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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896&quot; data-origin-height=&quot;1200&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belLVq/dJMcaciNuf4/gRJVRB8kuE8pN97g8EIbN1/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belLVq/dJMcaciNuf4/gRJVRB8kuE8pN97g8EIbN1/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belLVq/dJMcaciNuf4/gRJVRB8kuE8pN97g8EIbN1/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belLVq%2FdJMcaciNuf4%2FgRJVRB8kuE8pN97g8EIbN1%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896&quot; height=&quot;1200&quot; data-origin-width=&quot;896&quot; data-origin-height=&quot;1200&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얼마전 우연히 인터넷에서 본 기사 하나에 나는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다.&lt;br&gt;초등학교 운동회가 학교 주변 주민들의 소음 민원 때문에 축소되거나, 아예 사라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lt;br&gt;&lt;br&gt;내가 기억하는 운동회는 단순한 학교 행사가 아니었다.&lt;br&gt;학생과 학부모, 선생님까지 함께 어울리던 작은 축제였다.&lt;br&gt;그 시절 운동회는 하루짜리 행사였지만, 아이들에게는 한 계절 전체를 흔드는 기다림이었다.&lt;br&gt;&lt;br&gt;가을운동회는 초등학교 시절 가장 큰 행사였다.&lt;br&gt;운동회 한 달 전부터 학교 분위기는 달라졌다.&lt;br&gt;달리기 순서를 정하고, 줄다리기 위치를 맞추고, 응원 연습을 하며 아이들은 하루씩 들떠 갔다.&lt;br&gt;&lt;br&gt;운동회 당일이면 학교 교문 앞에는 좌판이 늘어섰다.&lt;br&gt;솜사탕 냄새와 번데기 냄새가 뒤섞였고, 운동장 위 만국기는 바람을 가르며 펄럭였다.&lt;br&gt;그 풍경만 봐도 가슴이 먼저 뛰었다.&lt;br&gt;&lt;br&gt;청군과 백군으로 나뉘어 줄다리기, 달리기, 박 터뜨리기를 했다.&lt;br&gt;점수에 따라 승패가 갈렸고 응원은 점점 뜨거워졌다.&lt;br&gt;응원단장이 앞으로 나와 목청을 높이면 운동장은 함성으로 흔들렸다.&lt;br&gt;&lt;br&gt;지금 생각하면 단순한 놀이였다.&lt;br&gt;하지만 그 안에는 경쟁도, 협동도, 함께 웃는 열기도 있었다.&lt;br&gt;운동장은 시끄러웠지만 살아 있었다.&lt;br&gt;&lt;br&gt;운동회의 마지막은 언제나 이어달리기였다.&lt;br&gt;내 기억 속 한 장면은 아직도 선명하다.&lt;br&gt;&lt;br&gt;마지막 주자는 두 명이었다.&lt;br&gt;앞서 달리던 친구는 전교회장이었고, 뒤따르던 친구는 공부보다 싸움으로 더 유명했던 친구였다.&lt;br&gt;누구나 앞선 친구의 우승을 예상했다.&lt;br&gt;&lt;br&gt;그런데 마지막 직선 코스에서 승부가 뒤집혔다.&lt;br&gt;뒤따르던 친구가 이를 악물고 속도를 끌어올리더니 끝내 역전에 성공했다.&lt;br&gt;결승선을 먼저 통과하는 순간 운동장은 터져 나갔다.&lt;br&gt;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뛰었고, 먼지가 일 정도로 운동장이 흔들렸다.&lt;br&gt;&lt;br&gt;그 장면은 아직도 내 가슴 속에 남아 있다.&lt;br&gt;사람은 예상된 승리보다 뒤집어진 결과에 더 크게 열광한다.&lt;br&gt;&lt;br&gt;세월이 흐르며 우리는 수많은 스포츠 경기를 본다.&lt;br&gt;육상, 복싱, 유도, 야구까지 대부분 사람들은 강자보다 약자를 응원한다.&lt;br&gt;강한 자가 이기면 예상이지만, 약자가 뒤집으면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lt;br&gt;&lt;br&gt;내 기억 속 최고의 경기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였다.&lt;br&gt;상대 투수는 당대 최고의 에이스였고, 내가 응원하던 팀의 타자는 형편없는 타율의 선수였다.&lt;br&gt;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다.&lt;br&gt;&lt;br&gt;하지만 결과는 역전 홈런이었다.&lt;br&gt;&lt;br&gt;타구가 담장을 넘어가는 순간, 경기장은 함성보다 먼저 침묵으로 흔들렸다.&lt;br&gt;믿기지 않는 장면 앞에서 사람들은 잠시 숨을 멈췄고, 그 다음에야 폭발하듯 환호가 터져 나왔다.&lt;br&gt;그때 처음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말이 무엇인지 알았다.&lt;br&gt;예상 밖의 결과는 사람의 심장을 흔든다.&lt;br&gt;&lt;br&gt;생각해 보면 인생도 다르지 않다.&lt;br&gt;완전히 실패하고,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일어나는 사람들이 있다.&lt;br&gt;우리는 그런 사람에게 박수를 보낸다.&lt;br&gt;동시에 그 삶을 부러워한다.&lt;br&gt;&lt;br&gt;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결과만 소비한다.&lt;br&gt;성공 뒤에 숨어 있던 긴 고통과 좌절은 잘 보려 하지 않는다.&lt;br&gt;무너졌던 밤은 지워지고, 마지막 장면만 남는다.&lt;br&gt;&lt;br&gt;화려한 성공은 쉽게 소비된다.&lt;br&gt;하지만 견딘 시간은 오래 남는다.&lt;br&gt;&lt;br&gt;어쩌면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lt;br&gt;진짜 위대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무너지고도 다시 일어서는 힘이라는 것을.&lt;br&gt;&lt;br&gt;운동회가 사라지는 시대라고 한다.&lt;br&gt;하지만 내가 아쉬운 것은 행사 하나가 없어지는 일이 아니다.&lt;br&gt;&lt;br&gt;아이들이 함께 소리 지르고, 지고 울고, 이기고 뛰어다니며 몸으로 배우던 감정들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아쉽다.&lt;br&gt;끝까지 뛰어보는 경험보다 중요한 교육은 사실 많지 않다.&lt;br&gt;&lt;br&gt;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완벽한 승리가 아니다.&lt;br&gt;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의 숨결이다.&lt;br&gt;&lt;br&gt;당신은 지금 누구에게 박수를 치고 있는가.&lt;br&gt;조명 아래 웃고 있는 승자인가, 아니면 아무도 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무너진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사람인가.&lt;br&gt;&lt;br&gt;어쩌면 자기 인생의 마지막 역전 주인공은, 아직 포기하지 않은 평범한 당신인지도 모른다.&lt;br&gt;&lt;br&gt;사람들은 늘 결승선에 먼저 박수를 보낸다.&lt;br&gt;하지만 가장 길었던 싸움은, 아무도 보지 않았던 마지막 직선에서 이미 끝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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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un, 17 May 2026 21:29:43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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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우리는 왜 어른이 되면서 보물을 잃어버렸을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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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896&quot; data-origin-height=&quot;1200&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cb2XPo/dJMcadhKA2o/ERkUfiTySRcqpMkkBhC0d1/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cb2XPo/dJMcadhKA2o/ERkUfiTySRcqpMkkBhC0d1/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cb2XPo/dJMcadhKA2o/ERkUfiTySRcqpMkkBhC0d1/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cb2XPo%2FdJMcadhKA2o%2FERkUfiTySRcqpMkkBhC0d1%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896&quot; height=&quot;1200&quot; data-origin-width=&quot;896&quot; data-origin-height=&quot;1200&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소풍은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추억이었다.&lt;br&gt;&lt;br&gt;초등학교 때 소풍은 봄과 가을, 일 년에 두 번 있었다. 소풍 날짜가 정해지면 마음은 이미 학교를 떠나 있었다. 달력을 들여다보며 날짜를 기다리던 시간, 전날 밤이면 설레서 쉽게 잠들지 못하던 기억. 어린 마음에 소풍은 가장 큰 행사였고 가장 기다려지는 선물이었다.&lt;br&gt;어쩌면 그 시절 우리는, 아직 잃어버린 것이 없는 마음으로 세상을 기다리던 마지막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lt;br&gt;&lt;br&gt;소풍날 아침이면 어머니는 새벽부터 김밥을 싸셨다. 부엌 가득 번지던 참기름 냄새와 김 냄새, 그리고 터진 김밥 한 조각을 몰래 집어 먹던 순간의 맛. 지금의 어떤 비싼 음식보다 더 귀하고 맛있었다.&lt;br&gt;&lt;br&gt;가방 안에는 과자와 음료수, 삶은 계란 몇 개가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친구들과 떠들며 학교를 나서던 발걸음은 이상하리만큼 가벼웠다.&lt;br&gt;&lt;br&gt;우리가 가던 곳은 학교 근처 공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평범한 장소였지만 그날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넓은 놀이터였다. 장기자랑이 시작되면 조용하던 친구도 노래를 불렀고, 선생님도 평소보다 더 많이 웃으셨다.&lt;br&gt;&lt;br&gt;하지만 소풍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역시 보물찾기였다.&lt;br&gt;&lt;br&gt;아이들은 풀숲과 나무 뒤를 뒤지며 숨겨진 쪽지를 찾았다. 누군가 “찾았다!” 하고 외치는 순간, 주변 아이들의 눈빛까지 흔들렸다. 그때의 설렘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었다. 정말 세상 어딘가에 숨겨진 보석을 발견한 기분이었다.&lt;br&gt;&lt;br&gt;어렵게 찾은 쪽지를 펼치면 공책이나 연필 같은 작은 선물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기뻤던 이유는 물건 때문이 아니었다. 내 힘으로 무언가를 찾아냈다는 벅찬 감정 때문이었다.&lt;br&gt;&lt;br&gt;돌이켜보면 어린 시절의 우리는 모두 보물을 찾던 사람들이었다.&lt;br&gt;&lt;br&gt;꿈을 찾고 희망을 찾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기대하며 살았다. 작은 일에도 쉽게 웃었고 별것 아닌 일에도 가슴이 뛰었다.&lt;br&gt;&lt;br&gt;하지만 어른이 된 뒤 우리는 더 이상 보물을 찾지 않았다.&lt;br&gt;&lt;br&gt;살아남기 위해 경쟁했고,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렸다. 현실은 꿈보다 생존을 먼저 요구했고, 그렇게 버티며 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무엇을 위해 달려가는지도 잊고 있었다.&lt;br&gt;&lt;br&gt;퇴근길 자동차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이 낯설게 느껴지던 날도 있었다. 웃음은 줄어들었고, 말수마저 삶의 무게만큼 천천히 닳아갔다.&lt;br&gt;&lt;br&gt;몸은 지쳐갔고 마음은 메말라 갔다.&lt;br&gt;보물을 찾겠다며 들판을 뛰어다니던 아이는 사라지고, 계산과 불안만 남은 어른이 되어 있었다.&lt;br&gt;&lt;br&gt;가장 빛나던 시절에는 가진 것이 없었는데 행복했고, 가장 많은 것을 손에 쥔 뒤에는 웃음을 잃어버렸다.&lt;br&gt;&lt;br&gt;나 역시 오랫동안 멀리서만 보물을 찾았다. 성공과 인정, 더 나은 삶이라는 이름으로 끝없이 달려갔다. 하지만 그렇게 헤매고 돌아온 끝에서야 깨달았다.&lt;br&gt;&lt;br&gt;내가 찾던 보물은 처음부터 가까이에 있었다는 것을.&lt;br&gt;&lt;br&gt;지금 나의 보물은 아내이고 아이들이다. 힘겨운 시간을 견디게 해준 것도 가족이었고, 다시 살아갈 이유가 되어준 것도 가족이었다.&lt;br&gt;&lt;br&gt;멀리 가야만 보물이 있을 거라 믿었던 시간들. 손에 잡히지 않는 무언가를 좇느라 정작 가장 소중한 것을 보지 못했던 날들. 결국 인생은 없는 것을 찾아 헤매는 일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을 뒤늦게 알아보는 과정인지도 모른다.&lt;br&gt;&lt;br&gt;어린 시절 보물찾기에서 가장 슬펐던 순간은 끝내 쪽지를 발견하지 못했을 때였다.&lt;br&gt;&lt;br&gt;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더 슬픈 건 따로 있다.&lt;br&gt;&lt;br&gt;평생을 살아놓고도, 자기 인생의 보물이 무엇인지 끝내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lt;br&gt;&lt;br&gt;그리고 당신은 지금, 무엇을 잃은 채 살아가고 있는가.&lt;br&gt;&lt;br&gt;인생의 보물은 대부분, 잃어버린 뒤에야 이름이 붙는다.&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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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at, 16 May 2026 07:03:32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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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나는 퇴직 후 처음으로 나를 설명하지 못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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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896&quot; data-origin-height=&quot;1200&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Dkc6G/dJMcahxGlNq/qq0ocKNPFrTMwid7hV5Yc0/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Dkc6G/dJMcahxGlNq/qq0ocKNPFrTMwid7hV5Yc0/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Dkc6G/dJMcahxGlNq/qq0ocKNPFrTMwid7hV5Yc0/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Dkc6G%2FdJMcahxGlNq%2Fqq0ocKNPFrTMwid7hV5Yc0%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896&quot; height=&quot;1200&quot; data-origin-width=&quot;896&quot; data-origin-height=&quot;1200&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글을 쓰는 지금의 내 모습을 보고 의외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lt;br&gt;몇십 년 동안 나를 봐왔던 지인들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lt;br&gt;&lt;br&gt;“이 사람이 이런 글을 쓴다고?”&lt;br&gt;&lt;br&gt;아마 그렇게 느끼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lt;br&gt;내가 살아오며 보여준 모습과 글 속의 모습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lt;br&gt;&lt;br&gt;글 속의 나는 가끔 철학적인 말을 하고, 추상적인 생각도 꺼낸다.&lt;br&gt;그러면 사람들은 자신들이 기억하던 내 모습과 자꾸 비교하게 된다.&lt;br&gt;무뚝뚝하고 직선적이던 사람이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느냐는 것이다.&lt;br&gt;&lt;br&gt;하지만 사람이라는 게 원래 겉으로 보이는 모습 하나만 있는 건 아닌 것 같다.&lt;br&gt;살면서 밖으로 꺼내지 않았을 뿐이지 누구나 자기만의 생각과 질문을 안고 살아간다.&lt;br&gt;다만 먹고 사는 일이 바빴고, 현실이 급했을 뿐이다.&lt;br&gt;&lt;br&gt;내 글은 지금도 딱딱하다.&lt;br&gt;직선적이고,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불편할 수도 있다.&lt;br&gt;그래서 표현을 조금 부드럽게 바꾸고 문장을 조금 다듬기도 한다.&lt;br&gt;&lt;br&gt;사실 그것도 별거 아니다.&lt;br&gt;음식에 양념 조금 더하는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lt;br&gt;그런데 사람들은 문장보다 사람 자체를 먼저 판단한다.&lt;br&gt;글을 읽으면서도 ‘이 사람이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부터 생각한다.&lt;br&gt;&lt;br&gt;어쩌면 사람은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아니라,&lt;br&gt;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모습대로 남을 기억하는지도 모르겠다.&lt;br&gt;&lt;br&gt;퇴직 후 사람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lt;br&gt;&lt;br&gt;“요즘 뭐 하세요?”&lt;br&gt;&lt;br&gt;예전에는 어렵지 않은 질문이었다.&lt;br&gt;회사 이름과 직함이 대신 대답해줬기 때문이다.&lt;br&gt;&lt;br&gt;그런데 이제는 그 짧은 질문 앞에서 잠시 생각하게 된다.&lt;br&gt;대답을 몰라서가 아니다.&lt;br&gt;아직은 나 자신을 다시 만들어가는 중이라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lt;br&gt;&lt;br&gt;겨우 첫발을 내디딘 사람 같은 느낌.&lt;br&gt;지금의 나는 딱 그 정도에 서 있다.&lt;br&gt;&lt;br&gt;그래서 요즘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 사람인지 예전보다 더 자주 생각하게 된다.&lt;br&gt;&lt;br&gt;중요한 건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이다.&lt;br&gt;늦었을 수는 있어도 멈춘 건 아니다.&lt;br&gt;지금도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 앞으로 가려고 한다.&lt;br&gt;&lt;br&gt;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한 번은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lt;br&gt;&lt;br&gt;“당신은 누구인가.”&lt;br&gt;&lt;br&gt;그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못한다고 해서 틀린 삶은 아닐 것이다.&lt;br&gt;나 역시 아직 답을 찾아가는 중이니까.&lt;br&gt;&lt;br&gt;하지만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lt;br&gt;&lt;br&gt;평생 남들이 기억하는 모습으로만 살아가다 보면,&lt;br&gt;정작 자기 자신은 끝내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채 인생이 지나가는 건 아닐까 하고.&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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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Fri, 15 May 2026 14:46:32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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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냉장고는 가득한데 마음은 왜 허기로운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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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896&quot; data-origin-height=&quot;1200&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u2GcF/dJMcagFywpF/R1dKHqkD3rs27kuseTRci0/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u2GcF/dJMcagFywpF/R1dKHqkD3rs27kuseTRci0/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u2GcF/dJMcagFywpF/R1dKHqkD3rs27kuseTRci0/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u2GcF%2FdJMcagFywpF%2FR1dKHqkD3rs27kuseTRci0%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896&quot; height=&quot;1200&quot; data-origin-width=&quot;896&quot; data-origin-height=&quot;1200&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냉장고는 가득한데&lt;br&gt;&lt;br&gt;내가 좋아했던 어릴 적 음식 중 최고는 콩나물비빔밥이었다.&lt;br&gt;먹을 것이 부족했던 유년기를 지나 중학생이 되었을 때도 밥상 위의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고기반찬은 귀했고, 그나마 생선류가 가장 흔한 단백질이었다. 지금은 비싼 생선이 된 갈치나 고등어도 그 시절에는 국민생선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소고기는 명절에나 겨우 맛볼 수 있었고, 가끔 소고기국이 올라오면 집안 형편이 조금 나아졌다는 정도를 짐작할 뿐이었다.&lt;br&gt;&lt;br&gt;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늘 배가 고팠다.&lt;br&gt;엄마에게 밥을 달라고 하면 지금처럼 따뜻한 보온밥이 아니라 찬밥이 대부분이었다. 반찬도 넉넉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콩나물무침에 찬밥을 넣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어 큰 양푼에 비벼 주셨다. 양푼에서 올라오던 참기름 냄새는 어린 내 허기를 먼저 감싸 안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콩나물비빔밥은 내 기억 속 가장 선명한 한 끼가 되었다.&lt;br&gt;&lt;br&gt;한 숟가락을 입안에 넣으면 참기름의 고소한 향이 먼저 퍼졌고, 뒤이어 콩나물의 아삭한 식감이 따라왔다. 특별한 재료는 없었지만 그 어떤 음식보다 만족스러웠다. 배가 불러서 좋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나는 그 뒤로도 반찬이 없으면 엄마에게 콩나물비빔밥을 자주 해 달라고 졸랐다. 엄마는 밥 한 그릇을 남김없이 비우는 내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셨다.&lt;br&gt;&lt;br&gt;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콩나물비빔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lt;br&gt;가난한 집안의 지혜였고, 부족함 속에서도 아이 배를 든든히 채워 주려던 엄마의 사랑이었다. 값비싼 재료 하나 없었지만 그 밥에는 사람을 살리는 마음이 들어 있었다.&lt;br&gt;&lt;br&gt;배는 오래전에 부르게 살게 되었는데, 이상하게 마음은 그때보다 더 자주 허기졌다.&lt;br&gt;&lt;br&gt;사회생활을 시작한 뒤부터는 엄마의 콩나물비빔밥을 먹을 기회가 거의 사라졌다. 경제적으로 독립했고, 배고픔과도 멀어졌다. 어릴 적 마음껏 먹지 못했던 고기류는 일상이 되었고, 선택할 수 있는 음식은 넘칠 만큼 많아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음식은 많아졌는데 기억나는 맛은 점점 줄어들었다.&lt;br&gt;&lt;br&gt;가끔 아내에게 콩나물비빔밥 이야기를 꺼내 보지만 현실은 예전과 다르다.&lt;br&gt;지금은 부부 둘만 살기에 반찬 하나를 만들기 위해 장을 보고 손질하고 남는 재료를 감당하는 일이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느껴진다. 음식은 풍요로워졌지만, 한 끼를 둘러싼 기다림과 정성은 사라졌다. 냉장고는 가득한데 마음은 허전한 날이 많다.&lt;br&gt;&lt;br&gt;퇴직 후의 삶을 살면서 나는 자주 생각한다.&lt;br&gt;앞으로의 인생은 얼마나 더 많이 가지느냐보다 무엇을 끝까지 잃지 않고 살아가느냐의 문제라는 것을.&lt;br&gt;&lt;br&gt;젊을 때는 앞으로만 달렸다. 더 많이 벌고, 더 좋은 곳으로 가고,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람은 성공보다 기억으로 버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오래 남는 것은 비싼 음식이 아니라, 자신을 가장 따뜻하게 살려 주었던 한 끼의 기억이다.&lt;br&gt;&lt;br&gt;나는 아직도 가끔 콩나물비빔밥이 먹고 싶다.&lt;br&gt;단지 그 맛 때문만은 아니다. 그 한 그릇 안에는 배고팠던 시간과 가족의 온기, 그리고 나를 끝까지 사람답게 붙들어 준 마음의 냄새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lt;br&gt;&lt;br&gt;사람은 결국 가장 배고팠던 시절보다, 가장 따뜻했던 시절을 오래 그리워하며 살아간다.&lt;br&gt;&lt;br&gt;우리는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lt;br&gt;하지만 정작 삶에서 가장 사람답던 순간들은, 그렇게 하나씩 뒤에 두고 온 것은 아닐까.&lt;br&gt;&lt;br&gt;지금 당신의 삶에는&lt;br&gt;배는 채워 주지 못해도 마음만은 끝까지 살려 주는 것이 아직 남아 있는가?&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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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Fri, 15 May 2026 08:01:08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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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끝까지 나로 남을 수 있는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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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bR864Y/dJMcajhT4xC/tsvJKWB0ylxgIklsnUxPyk/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bR864Y/dJMcajhT4xC/tsvJKWB0ylxgIklsnUxPyk/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bR864Y/dJMcajhT4xC/tsvJKWB0ylxgIklsnUxPyk/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bR864Y%2FdJMcajhT4xC%2FtsvJKWB0ylxgIklsnUxPyk%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내가 쓰는 글의 대부분은 내 경험에서 나온다.&lt;br&gt;어떤 날은 한 줄도 쓰지 못하고, 어떤 날은 몇 편씩 써 내려간다.&lt;br&gt;&lt;br&gt;경험과 추억이 섞인 기억은 쉽게 꺼내지지 않는다.&lt;br&gt;좋은 기억도 있지만,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 기억도 있기 때문이다.&lt;br&gt;&lt;br&gt;처음엔 좋은 것만 골라 쓰려 했다.&lt;br&gt;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lt;br&gt;결국 나는 알게 되었다.&lt;br&gt;좋고 나쁨의 기준조차 내 기억 안에 있었다는 것을.&lt;br&gt;&lt;br&gt;글은 회고이고, 자화상이며, 결국 나 자신이다.&lt;br&gt;겉만 보여줄 것인지, 안쪽까지 드러낼 것인지.&lt;br&gt;&lt;br&gt;난 결국 숨기지 않기로 했다.&lt;br&gt;&lt;br&gt;잘못도, 부끄러움도, 외면하고 싶었던 시간도.&lt;br&gt;&lt;br&gt;그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졌다.&lt;br&gt;응어리처럼 굳어 있던 과거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lt;br&gt;&lt;br&gt;상처는 덮는다고 사라지지 않았다.&lt;br&gt;마주했을 때 비로소 지나가기 시작했다.&lt;br&gt;&lt;br&gt;감추고 있을 때는 과거가 나를 붙잡고 있었지만, 꺼내기 시작하자 비로소 내가 과거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lt;br&gt;&lt;br&gt;부끄럽고 남사스러웠던 말과 행동들도 이제는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lt;br&gt;글쓰기는 늘 반성과 자기성찰로 끝난다.&lt;br&gt;&lt;br&gt;누가 뭐라고 하든 상관없다.&lt;br&gt;나는 내 길을 갈 것이다.&lt;br&gt;&lt;br&gt;완벽해서가 아니다.&lt;br&gt;적어도 남의 삶이 아니라 내 삶이기 때문이다.&lt;br&gt;&lt;br&gt;사람은 끝내 자신이 숨기려 했던 것들로 이루어진다.&lt;br&gt;&lt;br&gt;글은 결국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끝까지 외면하지 않으려는 싸움이었다.&lt;br&gt;&lt;br&gt;그래서 나는 오늘도 쓴다.&lt;br&gt;&lt;br&gt;끝까지 당신으로 남을 수 있는가.&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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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hu, 14 May 2026 16:51:25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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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우리는 왜 그것을 당연하다고 믿었을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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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VNdml/dJMcaffzp5t/xcSVCa1MtCiJyN9jsK4K10/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VNdml/dJMcaffzp5t/xcSVCa1MtCiJyN9jsK4K10/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VNdml/dJMcaffzp5t/xcSVCa1MtCiJyN9jsK4K10/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VNdml%2FdJMcaffzp5t%2FxcSVCa1MtCiJyN9jsK4K10%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도시락 검사...&lt;br&gt;&lt;br&gt;지금 들으면 믿기 힘든 이야기일 것이다.&lt;br&gt;하지만 나는 정말로 국민학교 시절, 도시락 검사를 받았다.&lt;br&gt;&lt;br&gt;나라에서는 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잡곡을 권장했고, 학교에서는 점심시간마다 선생님이 직접 도시락을 검사했다.&lt;br&gt;아이들은 책상 위에 도시락을 올려놓고 뚜껑을 열어야 했다.&lt;br&gt;&lt;br&gt;잡곡 비율 30퍼센트 이상.&lt;br&gt;&lt;br&gt;점심시간이 되면 교실 안에는 도시락 뚜껑 여는 소리가 이어졌다.&lt;br&gt;알루미늄 도시락에서 김이 올라왔고, 아이들은 자기 도시락 안을 괜히 한번 더 들여다봤다.&lt;br&gt;콩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흰쌀밥이 너무 많은 건 아닌지 어린 마음에도 눈치를 봤다.&lt;br&gt;&lt;br&gt;왜 그래야 하는지는 몰랐다.&lt;br&gt;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했고, 그것이 당연한 시대였다.&lt;br&gt;&lt;br&gt;누군가는 밥 위에 콩을 더 올려놓았고, 누군가는 검사 전에 친구 도시락과 바꿔보기도 했다.&lt;br&gt;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장면이지만, 그 시절 아이들에게 점심시간은 단순히 밥 먹는 시간이 아니었다.&lt;br&gt;&lt;br&gt;어른들이 만든 기준 속으로 어린 우리가 조용히 들어가던 시간이었다.&lt;br&gt;&lt;br&gt;그런데 지금은 쌀이 남아돈다.&lt;br&gt;과자와 음료까지 쌀 소비를 늘리려는 시대가 되었다.&lt;br&gt;&lt;br&gt;세월은 이렇게 기준까지 바꿔버린다.&lt;br&gt;&lt;br&gt;그 시절 당연했던 것들은 지금 보면 이상하고, 지금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것들 역시 언젠가는 낡은 이야기가 될지 모른다.&lt;br&gt;&lt;br&gt;사람은 자기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시대의 공기 안에서 살아간다.&lt;br&gt;지나고 나서야 깨닫는다.&lt;br&gt;내 의지라고 믿었던 것들 중 많은 것이 시대가 만든 기준이었다는 것을.&lt;br&gt;&lt;br&gt;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기준 속에서 살아온 세대가 바로 우리 세대다.&lt;br&gt;하지만 그때는 다들 그렇게 살았다.&lt;br&gt;&lt;br&gt;나는 아이들이나 후배들에게 옛날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lt;br&gt;공감 없는 고리타분한 이야기처럼 들릴 걸 알기 때문이다.&lt;br&gt;&lt;br&gt;세대는 경험이 다르고, 경험이 다르면 당연함도 달라진다.&lt;br&gt;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풍경은 지금 세대에게는 낯선 이야기일 뿐이다.&lt;br&gt;&lt;br&gt;그래도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lt;br&gt;불편했고 촌스러웠지만, 그 시절에는 함께 버티는 사람들의 온도가 있었다는 생각.&lt;br&gt;&lt;br&gt;우리 세대는 참 애매한 위치에 놓여 있다.&lt;br&gt;부모 세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지만, 정작 아이들에게는 큰 흔적을 남기지 못한 세대.&lt;br&gt;&lt;br&gt;제사, 성묘, 효도.&lt;br&gt;&lt;br&gt;나 역시 아이들에게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lt;br&gt;억지로 가르쳐서 이어질 수 있는 가치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lt;br&gt;&lt;br&gt;어쩌면 우리 세대는 마지막으로 ‘당연함’을 몸으로 배운 세대인지도 모른다.&lt;br&gt;이유보다 순서를 먼저 배웠고, 견디는 것을 먼저 익혔다.&lt;br&gt;&lt;br&gt;돌아보면 도시락 검사도 그랬다.&lt;br&gt;모두가 당연하다고 믿었지만 결국 시대는 변했고, 기준도 바뀌었다.&lt;br&gt;&lt;br&gt;어쩌면 지금 우리도 그 시절 어른들과 다르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lt;br&gt;우리는 아이들을 이해한다고 말하지만, 결국 자기 시대의 기준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으니까.&lt;br&gt;&lt;br&gt;그래서 가끔 두렵다.&lt;br&gt;&lt;br&gt;훗날 내 아이들도 언젠가 나를 떠올리며,&lt;br&gt;지금의 내가 끝까지 맞다고 믿고 있는 것들을 보며 이렇게 생각하게 될까 봐.&lt;br&gt;&lt;br&gt;“왜 저걸 그렇게 당연하게 믿었을까.”&lt;br&gt;&lt;br&gt;그리고 그 순간에야 나도 깨닫게 될지 모른다.&lt;br&gt;한때 이해할 수 없었던 부모 세대의 모습으로,&lt;br&gt;이미 천천히 늙어가고 있었다는 것을.&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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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hu, 14 May 2026 09:49:34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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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우리는 왜 금지된 화면에 끌렸을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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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RKOe7/dJMcahdlEWV/HhKXPqp3U4hdnO0jeHRzd0/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RKOe7/dJMcahdlEWV/HhKXPqp3U4hdnO0jeHRzd0/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RKOe7/dJMcahdlEWV/HhKXPqp3U4hdnO0jeHRzd0/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RKOe7%2FdJMcahdlEWV%2FHhKXPqp3U4hdnO0jeHRzd0%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나는 부산의 작은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넉넉한 동네는 아니었지만, 일부 지역에는 제법 잘사는 집들이 있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의 집은 우리 집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lt;br&gt;&lt;br&gt;양옥집 안에는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물건들이 가득했다. 어린 내 눈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집에는 부모님이 늘 없었다. 새벽부터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하셨고 밤늦게서야 돌아오셨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친구와 나는 그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공부도 하고, 만화책도 보고, TV도 함께 봤다.&lt;br&gt;&lt;br&gt;그 집 TV에서는 가끔 일본 방송이 잡혔다. 부산이라는 도시였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안테나를 이리저리 돌리다 보면 흐릿한 흑백 화면 속 일본 방송이 나타났다. 화면은 흔들렸고 잡음도 심했지만, 어린 우리에게 그것은 다른 세계의 문처럼 느껴졌다. 한국 방송과는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말은 알아듣지 못해도 공기와 감각은 분명 달랐다.&lt;br&gt;&lt;br&gt;그러던 어느 날 늦은 밤, 우연히 일본 성인 드라마 방송이 잡혔다. 여자의 상반신이 그대로 노출된 장면은 이제 막 청소년기에 들어선 우리에게 충격이었다. 친구와 나는 눈을 떼지 못했다.&lt;br&gt;&lt;br&gt;그날 이후 우리는 밤마다 안테나를 돌렸다. 성적 호기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방송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화면은 금세 끊겼고 신호는 사라졌다. 결국 우리는 지쳐 포기했다.&lt;br&gt;&lt;br&gt;돌이켜보면 우리가 붙잡고 싶었던 것은 방송이 아니라, 금지된 세계를 엿본다는 감각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의 호기심은 늘 경계 밖을 향해 있었다.&lt;br&gt;&lt;br&gt;시간이 흐르고 세상은 비디오 시대로 넘어갔다. 자연스럽게 일본 비디오도 접하게 되었다. 공식 유통된 영상도 당시 기준으로는 충분히 파격적이었지만, 몰래 유통되던 성인 비디오 테이프는 상상 이상이었다. 부산과 일본을 오가는 배의 선원들을 통해 들어왔다는 이야기도 많았다.&lt;br&gt;&lt;br&gt;그 시절 그런 테이프를 가진 사람은 남자들 사이에서 작은 권력이었다. 서로 빌려 달라며 줄을 섰다. 금지된 것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더 강한 호기심을 만들었다. 어둠 속에서 돌던 것일수록 더 뜨겁게 소비되던 시대였다.&lt;br&gt;&lt;br&gt;이후 자동차 회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일본은 내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일본 자동차 회사와 기술 제휴를 하며 연수생들이 일본으로 건너갔고, 귀국한 사람들을 통해 일본의 문화와 영상물을 더 많이 접하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합법이지만 한국에서는 불법이라는 사실이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데도 기준과 허용의 범위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충격이었다.&lt;br&gt;&lt;br&gt;나 역시 일본에 장기 체류하며 그 차이를 직접 보았다. 비디오 가게와 서점, 가판대 어디에서든 성인 잡지와 만화를 쉽게 볼 수 있었다. 그것이 숨겨진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당시 한국 정서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lt;br&gt;&lt;br&gt;처음에는 이해보다 거부감이 컸다. 내가 배운 상식과 눈앞의 현실이 계속 충돌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것은 단순히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었다. 오래된 문화와 사회 분위기, 국민성, 시대의 흐름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였다.&lt;br&gt;&lt;br&gt;그리고 지금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시대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장면들이 너무 쉽게 소비된다. 이제는 굳이 숨기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되었다. 결국 우리 사회도 시대의 흐름 속에서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이다.&lt;br&gt;&lt;br&gt;예전에는 절대 안 된다고 믿었던 것들이 이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연스럽게 유통된다. 세상은 그렇게 기준을 바꾸며 움직인다.&lt;br&gt;&lt;br&gt;하지만 더 낯선 것은 세상의 변화가 아니었다.&lt;br&gt;변해가는 세상을 보며 흔들리는 내 기준이었다.&lt;br&gt;&lt;br&gt;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들이 시대 앞에서 낡아가는 순간, 사람은 자신이 늙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실감하게 된다. 따라가자니 마음이 불편하고, 멈춰 서 있자니 시대에서 밀려나는 기분이 든다. 어쩌면 이것이 지금 시니어 세대가 느끼는 가장 깊은 혼란인지도 모른다.&lt;br&gt;&lt;br&gt;한때는 숨겨야 했던 것들이&lt;br&gt;이제는 너무 쉽게 소비된다.&lt;br&gt;&lt;br&gt;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lt;br&gt;세상이 변한 것인지,&lt;br&gt;내가 뒤처진 것인지조차 헷갈리기 시작한다.&lt;br&gt;&lt;br&gt;나는 아직도 가끔 생각한다.&lt;br&gt;&lt;br&gt;내가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lt;br&gt;옛날의 기준이었을까.&lt;br&gt;&lt;br&gt;아니면&lt;br&gt;변해가는 세상 속에서도 끝내 잃지 말아야 할&lt;br&gt;사람의 부끄러움이었을까.&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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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hu, 14 May 2026 09:17:15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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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우리는 왜 그 시절만 그리워하는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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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1DWXx/dJMcacpAbgt/zxVrj7Jms1Ra8JAK6HU5oK/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1DWXx/dJMcacpAbgt/zxVrj7Jms1Ra8JAK6HU5oK/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1DWXx/dJMcacpAbgt/zxVrj7Jms1Ra8JAK6HU5oK/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1DWXx%2FdJMcacpAbgt%2FzxVrj7Jms1Ra8JAK6HU5oK%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수학여행의 추억&lt;br&gt;&lt;br&gt;초등학교 6학년이 되자 꿈에 그리던 수학여행을 가게 되었다. 목적지는 부산에서 가까운 경주였다. 당시 부산에서는 초등학교는 경주, 중학교는 속리산, 고등학교는 설악산을 가는 것이 하나의 공식처럼 이어지던 시절이었다.&lt;br&gt;&lt;br&gt;그때 아이들에게 수학여행은 단순한 체험학습이 아니었다. 집을 떠나 친구들과 2박 3일을 함께 보낸다는 것 자체가 사건이었다. 봄·가을마다 가던 당일치기 소풍과는 전혀 달랐다. 소풍에는 없고 수학여행에만 있던 것이 있었다.&lt;br&gt;&lt;br&gt;‘밤.’&lt;br&gt;&lt;br&gt;부모 곁을 떠나 친구들과 같은 방에서 잠든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은 이미 여행을 떠나 있었다. 전날 밤에는 괜히 잠이 오지 않았다. 가방은 몇 번이나 다시 열어보았고, 머리맡에 둔 과자봉지 하나만 봐도 마음이 먼저 들떴다. 어린 시절의 설렘은 거창하지 않았다. 내일 집을 떠난다는 사실 하나면 충분했다.&lt;br&gt;&lt;br&gt;지금 생각하면 겨우 경주였다. 하지만 그 시절 아이들에게 경주는 아주 먼 세상이었다. 버스를 타고, 다시 기차를 타고, 낯선 역에 내리는 순간의 공기까지 아직 희미하게 남아 있다. 기차 창문에 이마를 기대고 바라보던 풍경, 삶은 계란 냄새와 귤껍질 향이 뒤섞인 객차의 공기까지도 어렴풋이 기억난다.&lt;br&gt;&lt;br&gt;첨성대와 불국사, 석굴암을 둘러보았지만 솔직히 문화재의 의미는 잘 몰랐다. 지금 기억나는 것은 돌탑보다 친구들의 웃음소리다.&lt;br&gt;&lt;br&gt;밤이 되면 작은 방 안은 금세 시끄러워졌다. 누군가는 과자를 몰래 꺼냈고, 누군가는 이불 속에서 장난을 쳤다. 선생님 발소리가 들리면 모두 숨죽였다가, 멀어지면 다시 웃음이 터졌다. 좁은 방 안에 뒤엉킨 웃음과 장난, 이유 없이 들떠 있던 공기까지도 아직 기억 속에 남아 있다.&lt;br&gt;&lt;br&gt;돌아보면 별것 아닌 장면들이다. 그런데 인생은 이상하게 그런 순간들을 가장 오래 품고 산다. 행복은 늘 지나간 뒤에야 자신의 이름을 알려준다.&lt;br&gt;&lt;br&gt;중학교와 고등학교 때도 수학여행을 갔지만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초등학교 마지막 수학여행이었다. 아마 그 여행이 ‘동심의 마지막 계절’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친구와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 하루가 가득 차던 시간 말이다.&lt;br&gt;&lt;br&gt;버스 안에서 목이 쉬도록 노래를 부르고 박수를 치며 춤을 추던 기억도 떠오른다. 창밖 풍경은 흐릿한데 이상하게 그 들뜬 마음만은 아직 남아 있다. 그때 우리는 가진 것은 적었지만 설렘만큼은 넘치게 가지고 있었다.&lt;br&gt;&lt;br&gt;어느새 그 기억도 50년 전 이야기가 되었다. 이름조차 흐려진 친구들도 있고, 장면들은 오래된 필름처럼 희미해졌다. 그런데도 감정만은 사라지지 않는다. 기억은 흐려져도 마음은 어떤 시간을 끝내 놓아주지 못한다.&lt;br&gt;&lt;br&gt;성인이 된 뒤에는 더 먼 곳을 여행했다. 민박도 가고 모텔도 가고 호텔과 펜션도 이용했다. 더 좋은 숙소에서 더 편하게 잠들 수 있게 되었지만, 더 뜨거운 밤은 다시 오지 않았다.&lt;br&gt;&lt;br&gt;생각해 보면 그때 묵었던 숙소는 초라했다. 방은 좁았고, 이불에서는 낯선 냄새가 났고, 모든 것이 불편했다. 그런데도 그 하룻밤은 평생의 기억이 되었다.&lt;br&gt;&lt;br&gt;아마 여행의 본질은 장소가 아니라 감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에는 작은 이동 하나에도 마음이 먼저 흔들렸다. 떠난다는 사실만으로 설레었고, 낯선 밤공기조차 추억이 되었다.&lt;br&gt;&lt;br&gt;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시간도 있고, 돈도 있고, 더 좋은 숙소와 더 편한 교통도 있다. 하지만 그 시절 수학여행 전날의 두근거림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lt;br&gt;&lt;br&gt;우리는 더 멀리 떠날 수 있게 되었지만,&lt;br&gt;더 이상 설레지 못하는 어른이 되었다.&lt;br&gt;&lt;br&gt;사람은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다.&lt;br&gt;조금씩 처음의 마음을 잃어가는 것이다.&lt;br&gt;&lt;br&gt;결국 사람이 평생 그리워하는 것은 여행지가 아니다.&lt;br&gt;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lt;br&gt;그 시절의 자기 자신이다.&lt;br&gt;&lt;br&gt;나이가 들수록 마음은 자꾸 과거로 걸어 들어간다. 새로운 풍경 앞에서도 결국 찾게 되는 것은 잃어버린 시간의 냄새다.&lt;br&gt;&lt;br&gt;어쩌면 사람은 앞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lt;br&gt;자신이 가장 빛나던 순간의 폐허 위에서 늙어가는지도 모른다.&lt;br&gt;&lt;br&gt;그리고 마지막에 이런 생각이 남는다.&lt;br&gt;&lt;br&gt;당신은 아직도 오늘을 설레며 살아가고 있는가.&lt;br&gt;아니면 이미 끝난 시절의 추억만 붙든 채,&lt;br&gt;자신의 현재를 천천히 잃어가고 있는가.&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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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hu, 14 May 2026 09:11:18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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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죽지 못한 하루를 반복하며 살아간다는 것</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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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bMCTak/dJMcabqGogP/LIP3BMIOMo6dS21ahlFtg0/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bMCTak/dJMcabqGogP/LIP3BMIOMo6dS21ahlFtg0/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bMCTak/dJMcabqGogP/LIP3BMIOMo6dS21ahlFtg0/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bMCTak%2FdJMcabqGogP%2FLIP3BMIOMo6dS21ahlFtg0%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내가 처음 꿈을 본 장소는 학교도 집도 아니었다.&lt;br&gt;냄새 나고 낡은 3류 극장이었다.&lt;br&gt;&lt;br&gt;하루에 두 편의 영화를 틀어주던 그 극장은 의자도 삐걱거렸고 공기마저 눅눅했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곰팡내와 담배 냄새가 뒤섞여 숨이 막힐 정도였다.&lt;br&gt;&lt;br&gt;그런데도 나는 그곳이 좋았다.&lt;br&gt;&lt;br&gt;극장 문을 밀고 들어가는 순간, 어린 나의 세상은 현실보다 조금 더 커졌기 때문이다.&lt;br&gt;&lt;br&gt;신문배달을 할 때 극장도 배달 구역에 포함되어 있었기에 신문을 전해주고서 극장 안에서 잠깐 10분에서 20분 사이 화면을 보기도 했다. 그 짧은 시간은 어린 나에게 세상을 훔쳐보는 시간이었다. 어두운 공간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바깥 현실은 사라졌고 스크린 속 사람들만 살아 움직였다.&lt;br&gt;&lt;br&gt;용돈이 생기면 직접 표를 구매해서 들어가기도 했고 상영 중 필름이 자주 끊어져 깜깜한 극장 안에서 기다리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누군가는 담배에 불을 붙였으며 누군가는 다시 화면이 켜지기를 묵묵히 기다렸다.&lt;br&gt;&lt;br&gt;나는 그 시간이 싫지 않았다.&lt;br&gt;&lt;br&gt;모두가 불편해하던 그 암전의 순간조차 어린 나에게는 이야기의 일부였다. 어둠 속에서 사람들의 숨소리를 듣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lt;br&gt;&lt;br&gt;간혹 복도를 지나칠 때면 극장에 걸리는 영화간판을 보기도 했는데 지금과 달리 화공이 직접 붓으로 그린 간판도 볼 수가 있었다. 거칠게 덧칠된 색감, 배우들의 과장된 표정, 붓끝이 지나간 흔적들은 지금의 선명한 디지털 이미지보다 훨씬 뜨거운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다.&lt;br&gt;&lt;br&gt;그 시절 사람들은 영화를 보기 전부터 이미 꿈을 상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lt;br&gt;&lt;br&gt;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그룹 아바의 탄생기 영화였다. 그 안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은 어린 내게 전혀 다른 세계를 열어주었다. 낯선 언어와 멜로디는 내가 살던 작은 동네 밖에도 수많은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느끼게 해주었다.&lt;br&gt;&lt;br&gt;그때 처음 알았다.&lt;br&gt;&lt;br&gt;이 작은 화면 하나가 사람의 마음과 인생까지 흔들 수 있다는 것을.&lt;br&gt;&lt;br&gt;중학교 시절엔 학기말 시험이 끝나면 학교에서 단체로 영화를 보러 갔었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영화관은 시내에 있는 1급 상영관으로 바뀌었다. 깨끗한 의자와 화려한 로비, 밝은 조명은 어린 나에게 하나의 문화처럼 느껴졌다.&lt;br&gt;&lt;br&gt;3류 극장의 낡은 바닥을 밟던 아이는 그렇게 조금씩 더 넓은 세상으로 걸어가고 있었다.&lt;br&gt;&lt;br&gt;그렇게 시작된 나의 영화 인생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비디오 시대로 넘어갔다가 다시 극장으로 돌아왔다. 비디오테이프를 빌려 보던 시절도 있었고 DVD를 모으던 시간도 있었다. 시대는 변했고 영상을 보는 방식도 달라졌다. 이제는 집에서도 거대한 화면으로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lt;br&gt;&lt;br&gt;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lt;br&gt;&lt;br&gt;사람은 현실이 버거울수록 더 자주 이야기 속으로 숨어든다는 사실이다.&lt;br&gt;&lt;br&gt;어릴 적 스크린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드는 꿈이었다면 지금의 화면은 현실과 상상을 함께 비추는 거울에 가깝다. 나이가 들수록 주인공보다 스쳐 지나가는 조연의 표정 하나에 더 오래 시선이 머문다. 젊을 때는 결과를 보았지만 지금은 사람의 외로움과 침묵을 먼저 보게 된다.&lt;br&gt;&lt;br&gt;결국 사람은 자신의 나이만큼 이야기를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lt;br&gt;&lt;br&gt;아내와 함께 보는 영화는 여전히 특별하다. 집안 거실의 TV도 충분히 크지만 영화관이 주는 몰입감과는 비교할 수 없다. 불이 꺼지고 화면이 켜지는 순간의 집중감, 웅장한 사운드, 같은 장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숨소리는 여전히 특별한 감각으로 남아 있다.&lt;br&gt;&lt;br&gt;빔프로젝터로 집을 영화관처럼 꾸미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기술은 점점 좋아졌지만 이상하게도 어린 시절 극장에서 느꼈던 그 설렘만큼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lt;br&gt;&lt;br&gt;어릴 적 감성은 사라졌지만 지금의 나는 결국 그 시대 위에 세워진 사람이다. 낡은 극장의 어둠, 끊어진 필름을 기다리던 시간, 붓으로 그린 간판, 그리고 스크린 속 음악에 가슴 뛰던 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lt;br&gt;&lt;br&gt;영화를 통해 꾸던 꿈은 이제 많이 사라졌다. 어쩌면 나는 너무 현실적인 사람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꿈보다 계산을 먼저 배우는 일이기 때문이다.&lt;br&gt;&lt;br&gt;언젠가부터 나는 결말보다 현실의 월급과 내일의 책임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lt;br&gt;&lt;br&gt;문득 두려워졌다.&lt;br&gt;&lt;br&gt;나는 언제부터 가슴보다 현실을 먼저 계산하는 사람이 되었을까.&lt;br&gt;&lt;br&gt;하지만 나는 계속 영화를 볼 것이다.&lt;br&gt;잃어버린 꿈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lt;br&gt;삶이 사람을 현실적으로 만들 수는 있어도 끝끝내 마음까지 늙게 만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lt;br&gt;&lt;br&gt;그리고 언젠가 다시, 아무 이유 없이 가슴 뛰던 그 시절의 나를 만나기 위해서.&lt;br&gt;&lt;br&gt;어린 시절의 나는 낡은 극장 의자에 앉아 작은 화면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꿈꾸던 아이였다.&lt;br&gt;&lt;br&gt;그런데 지금의 나는,&lt;br&gt;세상 대부분을 손안에 쥐고도 더 이상 아무것에도 가슴 뛰지 않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lt;br&gt;&lt;br&gt;우리는 더 많은 것을 가지며 살아가게 되었지만,&lt;br&gt;정작 가장 중요한 무언가는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lt;br&gt;&lt;br&gt;꿈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lt;br&gt;현실이라는 이름 아래 조용히 묻혀버렸을 뿐이다.&lt;br&gt;&lt;br&gt;당신은 마지막으로 가슴이 뛰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기억하는가.&lt;br&gt;&lt;br&gt;만약 그 기억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면,&lt;br&gt;지금 당신은 정말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lt;br&gt;&lt;br&gt;아니면 이미 오래전부터,&lt;br&gt;죽지 못한 하루를 반복하며 견디고만 있는 것인가.&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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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hu, 14 May 2026 09:04:00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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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사회는 어제의 박수를 기억하지 않는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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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768&quot; data-origin-height=&quot;1376&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QXBal/dJMcaakWHDy/dKCWGVjDc4djuUkND54kp1/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QXBal/dJMcaakWHDy/dKCWGVjDc4djuUkND54kp1/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QXBal/dJMcaakWHDy/dKCWGVjDc4djuUkND54kp1/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QXBal%2FdJMcaakWHDy%2FdKCWGVjDc4djuUkND54kp1%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768&quot; height=&quot;1376&quot; data-origin-width=&quot;768&quot; data-origin-height=&quot;1376&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캠핑장에서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가끔 이상한 생각이 든다.&lt;br&gt;&lt;br&gt;사람은 가장 잘하던 것을 잃고 난 뒤에야,&lt;br&gt;비로소 자기 인생의 진짜 실력을 들키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lt;br&gt;&lt;br&gt;같이 캠핑장을 다니는 아주 친한 지인 부부가 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캠핑장에서 함께 음식을 만들고, 늦은 밤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어쩌면 친척 이상의 관계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가까워진 세월이 벌써 4년이 넘었다.&lt;br&gt;&lt;br&gt;밤이 깊어지면 자연스럽게 살아온 이야기들이 나온다.&lt;br&gt;누군가는 가족 이야기를 하고, 누군가는 지나간 직장 이야기를 한다.&lt;br&gt;&lt;br&gt;그런데 운동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만큼은 그의 표정이 아주 잠깐 달라진다.&lt;br&gt;웃고는 있지만 눈빛 어딘가에는 아직 끝나지 못한 시간이 남아 있는 듯했다.&lt;br&gt;&lt;br&gt;처음부터 내가 알고 지내던 사람은 아니었다. 처남의 오래된 인연으로 알게 된 사람이었다. 처남 역시 고등학교 때까지 축구선수 생활을 했고, 그 지인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거쳐 실업팀 선수 생활까지 했던 유망한 선수였다고 한다.&lt;br&gt;&lt;br&gt;하지만 결국 부상이라는 벽 앞에서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lt;br&gt;&lt;br&gt;무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혹독한 훈련과 경쟁을 견디며 살아왔던 사람이다.&lt;br&gt;새벽 운동. 끝없는 체력훈련. 부상을 참고 뛰어야 했던 경기들.&lt;br&gt;단 한 번의 실수에도 밀려날 수 있는 경쟁.&lt;br&gt;&lt;br&gt;그 모든 시간을 무너뜨리는 데는 단 한 번의 부상이면 충분했다.&lt;br&gt;&lt;br&gt;운동은 끝났는데, 그는 살아남아야 했다.&lt;br&gt;&lt;br&gt;평생 공만 차던 사람이 갑자기 사회로 나와야 한다.&lt;br&gt;명함도 없다. 기술도 없다.&lt;br&gt;다시 처음부터 살아야 한다.&lt;br&gt;&lt;br&gt;운동선수들에게 운동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다.&lt;br&gt;그것은 자신이 살아온 시간이고, 존재 이유이며, 마지막 자존심이다.&lt;br&gt;&lt;br&gt;그래서 운동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직업을 잃는 일이 아니다.&lt;br&gt;자기 인생 하나가 통째로 무너지는 일이다.&lt;br&gt;&lt;br&gt;사람은 꿈이 끝나서 무너지는 게 아니다.&lt;br&gt;꿈밖에 없던 삶이 끝날 때 무너진다.&lt;br&gt;&lt;br&gt;아마 그 지인 역시 수많은 고민과 방황 속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것이다. 운동만 하던 사람이 전혀 다른 일을 배우며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잔인한 과정이다.&lt;br&gt;&lt;br&gt;특히 한때 운동장에서 박수를 받던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lt;br&gt;&lt;br&gt;사회는 어제의 박수를 기억하지 않는다.&lt;br&gt;&lt;br&gt;운동장을 떠난 사람들은 그제야 다른 세상을 배운다.&lt;br&gt;&lt;br&gt;버티지 못하면 끝이다.&lt;br&gt;&lt;br&gt;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이후였다.&lt;br&gt;&lt;br&gt;그는 결국 기술을 배웠고, 지금은 그 분야에서 누구보다 능숙하게 일하고 있다. 자신의 기술로 인정받으며 살아가는 진짜 프로의 모습이었다.&lt;br&gt;&lt;br&gt;캠핑장에서 무심하게 고기를 굽고, 사람들과 웃으며 잔을 부딪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끔 잊게 된다.&lt;br&gt;저 평범한 웃음 하나를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견뎌야 했는지를.&lt;br&gt;&lt;br&gt;나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늘 같은 생각을 한다.&lt;br&gt;&lt;br&gt;직장이 사라진 사람은 흔들리지만,&lt;br&gt;직업을 가진 사람은 다시 살아난다.&lt;br&gt;&lt;br&gt;가끔은 그런 생각도 든다.&lt;br&gt;만약 그가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lt;br&gt;&lt;br&gt;어쩌면 선수로 성공했을 수도 있다.&lt;br&gt;반대로 더 깊은 실패 속에 남겨졌을 수도 있다.&lt;br&gt;&lt;br&gt;누구도 모른다.&lt;br&gt;&lt;br&gt;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lt;br&gt;그는 가장 잘하던 것을 잃고도 인생까지 잃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lt;br&gt;&lt;br&gt;사실 운동선수로 성공하는 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좁다.&lt;br&gt;수많은 선수들이 졸업을 하지만, 선택받는 사람은 극소수다. 그리고 그들조차 부상 하나로 모든 것이 끝나기도 한다.&lt;br&gt;&lt;br&gt;물론 끝까지 도전해 다시 프로 무대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다.&lt;br&gt;하지만 그것은 아주 드문 경우다.&lt;br&gt;&lt;br&gt;대부분은 결국 사회라는 전혀 다른 경기장 위에 선다.&lt;br&gt;&lt;br&gt;나 역시 자동차회사에 재직하던 시절, 야구 동호회를 만들면서 중학교·고등학교·프로 2군 출신 선수들을 회사에 입사시킨 경험이 있었다. 대부분은 현실에 적응하며 묵묵히 살아갔다.&lt;br&gt;&lt;br&gt;아마 지금쯤이면 정년퇴직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을 것이다.&lt;br&gt;&lt;br&gt;그들도 처음에는 운동을 내려놓는 것이 죽을 만큼 힘들었을 것이다.&lt;br&gt;10년 넘게 해온 자신의 전부를 포기하는 일이 쉬울 리 없다.&lt;br&gt;&lt;br&gt;하지만 결국 그들은 깨달았을 것이다.&lt;br&gt;&lt;br&gt;인생은 한 가지 재능만으로 끝까지 버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을.&lt;br&gt;때로는 가장 잘하는 것을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이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것을.&lt;br&gt;&lt;br&gt;사람들은 포기를 실패라고 말한다.&lt;br&gt;하지만 살아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lt;br&gt;&lt;br&gt;어떤 포기는 무너짐이 아니라 방향 전환이었다.&lt;br&gt;&lt;br&gt;박수는 끝났지만, 인생은 끝나지 않았다.&lt;br&gt;&lt;br&gt;캠핑장에서 술잔을 들고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lt;br&gt;&lt;br&gt;사람은 결국 무엇을 이루었느냐보다,&lt;br&gt;무엇을 잃고도 다시 살아냈느냐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고.&lt;br&gt;&lt;br&gt;10년 넘게 해왔던 자신의 전부를 스스로 내려놓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리에서 다시 처음부터 살아간다는 것.&lt;br&gt;&lt;br&gt;그 결심은 결코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lt;br&gt;&lt;br&gt;그래서 나는 그들을 볼 때마다 존경하게 된다.&lt;br&gt;박수받던 순간보다, 아무도 박수쳐주지 않는 현실 속에서 다시 살아낸 삶이 더 대단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lt;br&gt;&lt;br&gt;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가.&lt;br&gt;&lt;br&gt;당신 인생에서 가장 잘하던 단 하나가 완전히 사라진다면,&lt;br&gt;당신은 정말 다시 살아낼 수 있는 사람인가.&lt;br&gt;&lt;br&gt;아니면 당신도,&lt;br&gt;이미 끝난 인생 하나를 아직 놓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인가.&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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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ue, 12 May 2026 08:01:44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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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손주가 떠난 집은 왜 더 넓어졌을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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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dC1U0F/dJMcafNmUzB/1ZmpGbifmQsh7zFQoAfkYk/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dC1U0F/dJMcafNmUzB/1ZmpGbifmQsh7zFQoAfkYk/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dC1U0F/dJMcafNmUzB/1ZmpGbifmQsh7zFQoAfkYk/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dC1U0F%2FdJMcafNmUzB%2F1ZmpGbifmQsh7zFQoAfkYk%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손주의 울음과 재롱이 사라진 지금의 시간은 적막함만 감돈다.&lt;br&gt;지난주 딸아이 부부가 수원으로 올라갔다. 손주도 같이 태우고서.&lt;br&gt;&lt;br&gt;길지는 않았지만 손주와 딸애가 있을 때는 집안 전체에 살아 있는 기운이 돌았다. 작은 발소리 하나에도 공기가 흔들렸고, 이유 없이 웃게 되는 순간들이 하루 사이사이에 스며들었다. TV 소리보다 손주의 옹알이가 더 크게 남았고, 식탁 위 젖병 하나조차 집안의 체온처럼 느껴졌다.&lt;br&gt;&lt;br&gt;하지만 떠나고 난 뒤의 집은 금세 조용해졌다.&lt;br&gt;현관문이 닫히는 소리는 짧았지만, 그 뒤에 남은 적막은 오래 갔다. 사람은 떠났는데 이상하게 시간까지 같이 빠져나간 느낌이었다. 원래 크기의 집인데도 더 넓어 보였고, 익숙했던 공간인데도 낯설게 느껴졌다.&lt;br&gt;&lt;br&gt;그제야 알게 된다.&lt;br&gt;집은 평수가 아니라 사람의 온도로 채워진다는 것을.&lt;br&gt;&lt;br&gt;이제 다시 우리 부부만의 시간으로 돌아왔다.&lt;br&gt;오랫동안 익숙했던 생활인데도 며칠 전까지 들리던 울음과 웃음이 사라지니 조용함이 아니라 공허함처럼 느껴진다. 아내와 마주 앉아 밥을 먹다가도 둘 다 잠시 말이 끊긴다. 서로 같은 허전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안다.&lt;br&gt;&lt;br&gt;이제 남은 것은 아이들이 남기고 간 온기만큼을 우리 둘이 다시 채워 넣는 일이다.&lt;br&gt;아내와 내가 만드는 공기가 얼마나 따뜻해질지는 모른다. 같은 온기를 다시 바라면 욕심일 것이다. 세월은 같은 장면을 다시 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lt;br&gt;&lt;br&gt;그래도 사람은 살아가기 위해 다시 말을 건넨다.&lt;br&gt;더 같이 앉아 있고, 더 많이 이야기하고, 별것 아닌 하루를 함께 나누며 조금씩 빈 공간을 메워간다. 결국 부부란 사랑만으로 사는 관계가 아니라, 사라져가는 시간의 체온을 서로 붙잡아주는 관계인지도 모르겠다.&lt;br&gt;&lt;br&gt;처음에는 손주의 울음소리에 적응하지 못했던 나였다.&lt;br&gt;귓가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소리가 정신없게만 느껴졌는데, 이제는 그 울음조차 자장가처럼 그립다. 사람 마음은 참 이상하다. 힘들다고 느끼던 순간이 지나고 나면, 가장 그리운 장면으로 남는다.&lt;br&gt;&lt;br&gt;어쩌면 행복은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lt;br&gt;당시에는 귀찮고 정신없어서 모르고 지나쳤던 평범한 소음 속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lt;br&gt;&lt;br&gt;요즘은 매일 올라오는 손주 사진으로 그리움을 대신한다.&lt;br&gt;휴대폰 속 작은 웃음 하나에도 한참을 바라보게 된다. 오늘은 무엇을 먹었는지, 얼마나 컸는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그런 사소한 것들이 하루의 마음을 움직인다.&lt;br&gt;&lt;br&gt;잘 커주리라 생각한다.&lt;br&gt;아니, 딸아이가 잘 키워줄 것이다. 부모가 되어 보니 자식을 키운다는 것은 정답을 아는 일이 아니라, 불안과 책임을 끌어안고 하루를 버텨내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더 믿게 된다. 내 딸도 그렇게 자기 아이를 품으며 성장하고 있을 것이다.&lt;br&gt;&lt;br&gt;나는 가끔 기도를 한다.&lt;br&gt;손주가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세상에 너무 크게 다치지 않기를. 그리고 언젠가 성인이 된 손주와 마주 앉아 오래된 이야기를 웃으며 꺼낼 수 있기를.&lt;br&gt;&lt;br&gt;하지만 그 미래를 생각하면 한편으로 두렵기도 하다.&lt;br&gt;그때까지 나는 어떤 모습으로 손주를 바라보게 될까. 지금보다 더 단단한 사람으로 남아 있을까, 아니면 세월에 닳아버린 얼굴로 겨우 웃고 있을까. 생존이 우선인 삶이 될지, 조금은 여유로운 노년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lt;br&gt;&lt;br&gt;더 두려운 것은 다른 데 있다.&lt;br&gt;세월 끝에서 손주가 기억하는 내가, 따뜻했던 할아버지로 남을지 아니면 그저 나이 든 어른 한 사람으로 흐릿하게 남을지 그것은 지금 내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lt;br&gt;&lt;br&gt;결국 사람은 돈으로 기억되지 않는다.&lt;br&gt;함께 있었던 시간의 온도로 기억된다.&lt;br&gt;&lt;br&gt;그래서 오늘도 나는 생각한다.&lt;br&gt;지금 이 평범한 하루가 언젠가는 다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된다는 것을.&lt;br&gt;&lt;br&gt;언젠가 손주가 내 사진을 바라보며&lt;br&gt;“할아버지가 보고 싶다”라고 말해줄 사람이 될지,&lt;br&gt;아니면 액자 속 이름만 남은 사람이 될지는&lt;br&gt;지금 내가 사랑을 어떻게 건네며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다.&lt;br&gt;&lt;br&gt;당신은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살아 있을 때 안아주고 있는가,&lt;br&gt;아니면 장례식이 끝난 뒤에야 뒤늦게 후회할 준비를 하고 있는가?&lt;br&gt;&lt;br&gt;사람은 죽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lt;br&gt;세상 어디에도 더 이상 자신을 기다려주는 사람이 없어질 때,&lt;br&gt;그때 비로소 정말 사라진다.&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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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11 May 2026 15:03:16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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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사람은 돈보다 &amp;lsquo;선택할 수 있는 하루&amp;rsquo;로 자유로워진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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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376&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OQFUV/dJMcahdiPq3/kNBUcYxRUX8F2ndkbtgDPk/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OQFUV/dJMcahdiPq3/kNBUcYxRUX8F2ndkbtgDPk/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OQFUV/dJMcahdiPq3/kNBUcYxRUX8F2ndkbtgDPk/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OQFUV%2FdJMcahdiPq3%2FkNBUcYxRUX8F2ndkbtgDPk%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376&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376&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아내와 난 결혼하고서부터 거의 대부분 시간을 같이 보내왔다. 이런 습관처럼 이어온 세월이 결코 짧지는 않다.&lt;br&gt;아내와 나는 너무 오래 함께해서 이제는 침묵조차 대화가 되었다.&lt;br&gt;아내와 같이 한다는 게 아주 편안한 옷을 입은 것처럼 편안하다.&lt;br&gt;오래 입어 몸에 익은 옷은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다. 사람도 그렇다. 오래 함께했다는 것은 서로를 견디는 시간을 지나, 서로가 삶의 일부가 되었다는 뜻인지도 모른다.&lt;br&gt;&lt;br&gt;아내와 나는 취미생활도 거의 비슷하다. 장박.캠핑.스크린골프.영화보기가 대표적이다. 아내가 먼저 골프를 하기 시작하면서 모임을 만들었고 스크린골프를 일주일에 한번 모임을 가진다.&lt;br&gt;같은 취미를 공유한다는 건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일이 아니었다. 같은 풍경을 보고 같은 웃음을 나누며, 서로의 하루를 조금씩 닮아가는 일이었다.&lt;br&gt;&lt;br&gt;그 모임 회원 중에 한명의 언니가 있는데 정말 인생을 멋지게 산다고 했다. 직업은 미용실 사장님이면서 취미는 야생화사진 촬영.골프.시니어모델촬영까지 한다고 한다. 나는 귀를 의심했다. 가끔은 TV에서 나오는 아주 특이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길 들은 적이 있지만 아내 지인 언니가 그런 사람이라는 사실, 그리고 아주 가까이 있다는 것에 신기했다.&lt;br&gt;대부분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삶의 반경이 좁아진다. 익숙한 하루 안으로 자신을 접어 넣는다. 그런데 그 언니의 삶은 반대로 계속 넓어지고 있었다. 생계를 넘어 자기 자신을 더 큰 세상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lt;br&gt;&lt;br&gt;나이는 50대 후반의 미장원 사장이지만 한편으로는 아주 앞서 나가는 멋진 시니어의 시간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나이때 여자들과는 다른 자기만의 인생을 즐기고 살아간다는 점이 나에게 전해주는 시사점은 정말 새롭게 다가왔다.&lt;br&gt;나이를 먹는다고 모두 같은 방향으로 늙어가는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시간을 버티며 살아가고, 누군가는 시간을 자기 방식으로 다시 설계하며 살아간다. 그 차이는 결국 자기 삶을 선택할 수 있는 힘에서 갈리는 것 같았다.&lt;br&gt;누군가는 먹고살기 위해 하루를 반복하고, 누군가는 같은 하루 안에서도 자기 인생을 조금씩 확장해간다.&lt;br&gt;&lt;br&gt;아내는 그 언니처럼 되기 위해, 아니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 기술은 미용이다. 그 기술로 인해 미용실을 직접 운영하고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보다 나은 자기의 인생을 위해 투자하면서 사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인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 같다.&lt;br&gt;결국 자유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이 아니었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삶이었다. 기술은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나이가 들어도 자기 삶을 무너지지 않게 붙들어주는 힘인지도 모른다.&lt;br&gt;&lt;br&gt;경제적으로 자유를 누리는 것은 쉽지가 않다. 평생을 갈아 넣어서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것이 우리네 인생에서 최고의 목표가 아닐까라고 생각을 해 본다.&lt;br&gt;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말한다. 하지만 자유를 위해 견뎌야 하는 반복과 외로움까지 감당하려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자유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끝내 아무에게나 허락되지는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lt;br&gt;&lt;br&gt;아마도 자유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작은 울림이었던 것 같다. 오늘도 내일도 나는 꿈만 꾸지는 않을 것이다. 꿈이 아닌 현실 속에 살아가는 자유인이 되기 위해 조금씩 나아갈 것이다.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다. 목표달성은 없다. 언제인지도 모른다.&lt;br&gt;어쩌면 자유는 멀리 도착해서 얻는 결과가 아니라, 자기 삶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 안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lt;br&gt;&lt;br&gt;꿈꾸는 동안 나는 이미 자유인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lt;br&gt;&lt;br&gt;사람은 결국 가진 돈의 크기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하루의 개수만큼 자유로워지는지도 모른다.&lt;br&gt;&lt;br&gt;그런데 우리는 왜 자유를 원한다고 말하면서도,&lt;br&gt;정작 자유로워지기 위해 필요한 책임과 외로움은 피하려 하는 걸까.&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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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11 May 2026 10:57:29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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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사람들로 꽉 찼던 그 버스는, 왜 지금보다 덜 외롭던 걸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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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bUAg4v/dJMcab5dyIt/bK3O7KOedt6NBLDbRASrSk/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bUAg4v/dJMcab5dyIt/bK3O7KOedt6NBLDbRASrSk/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bUAg4v/dJMcab5dyIt/bK3O7KOedt6NBLDbRASrSk/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bUAg4v%2FdJMcab5dyIt%2FbK3O7KOedt6NBLDbRASrSk%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그 시절 우리는 버스를 타기 위해 뛰었지만, 지금은 사람을 피하기 위해 차를 몬다.”&lt;br&gt;&lt;br&gt;시내버스를 타고 다녀야 했던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다.&lt;br&gt;집에서 버스를 타고 학교까지 가는 데만 거의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단순한 통학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절의 등굣길은 하루를 시작하기 전부터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작은 생존 전쟁이었다.&lt;br&gt;&lt;br&gt;초창기 버스에는 버스안내양이 있었다. 아침 등교 시간의 버스는 언제나 만원이었다. 사람 한 명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버스안내양은 문 앞에서 몸을 비틀며 승객들을 밀어 넣었다.&lt;br&gt;“안으로 들어가세요!”&lt;br&gt;쉴 새 없이 터져 나오던 그 외침은 단순한 안내가 아니라, 버스를 움직이게 만드는 절박한 생활의 소리 같았다.&lt;br&gt;&lt;br&gt;지금 생각하면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당시의 버스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었다. 학교를 가야 했고, 직장에 가야 했고, 하루를 버텨야 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작은 사회였다.&lt;br&gt;&lt;br&gt;사람들은 버스를 타기 위해 뛰었다. 문이 닫히기 직전 손잡이를 붙잡고 몸을 밀어 넣었고, 누군가는 계단 끝에 발 하나만 겨우 걸친 채 흔들리는 차 안에서 버텼다. 급정거라도 하는 날이면 사람들 몸이 한꺼번에 앞으로 쏠렸고, 서로 모르는 사람의 어깨와 등을 붙잡으며 넘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lt;br&gt;&lt;br&gt;겨울이면 창문에는 김이 가득 서렸다. 누군가 손가락으로 유리창에 무언가를 끄적이면 금세 다시 하얗게 흐려졌다. 숨조차 답답했던 버스 안에서 나는 가끔 창문 틈 사이로 보이는 바깥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곤 했다. 아직 해도 다 뜨지 않은 거리 위로 사람들이 각자의 하루를 끌고 걸어가고 있었다.&lt;br&gt;&lt;br&gt;1시간 가까운 버스 통학은 어린 학생에게 결코 쉬운 시간이 아니었다. 많은 승객들로 가득 찬 공간 안에는 사람마다 다른 삶의 냄새가 섞여 있었다. 땀 냄새, 작업복 냄새, 시장에서 막 올라탄 사람들의 냄새, 담배 냄새까지 뒤엉켰다. 지금처럼 쾌적한 냉난방도 없었고 넓은 좌석도 없었다. 여름이면 숨이 막혔고, 겨울이면 찬바람이 발목부터 스며들었다.&lt;br&gt;&lt;br&gt;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안에는 지금보다 사람 냄새가 있었다.&lt;br&gt;불편했고 비좁았지만, 사람들은 서로 기대어 버텼다. 누군가는 꾸벅꾸벅 졸았고, 누군가는 신문을 접어 읽었고, 누군가는 창밖만 바라봤다. 말은 없었지만, 다들 하루 하나씩은 등에 지고 타고 있었다.&lt;br&gt;&lt;br&gt;혼잡한 버스 안에서도 사람들은 서로를 외면하지만은 않았다. 앉아 있던 사람은 학생들의 무거운 가방을 대신 안아주었고, 누군가는 나이 드신 어른이 타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은 비좁게 부딪혔지만, 이상하게 마음까지 밀려나지는 않았던 시절이었다.&lt;br&gt;&lt;br&gt;아주 가끔은 버스가 너무 흔들려 어린 내가 중심을 잃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가 내 가방을 붙잡아 주거나 어깨를 밀어주곤 했다. 별말도 없었다. 그냥 다시 넘어지지 말라는 듯 잠깐 손을 내밀 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짧은 순간들이 이상하리만큼 오래 기억에 남는다.&lt;br&gt;&lt;br&gt;세월이 흐르면서 나는 버스에서 점점 멀어졌다. 자가용을 직접 운전하게 되면서 시내버스를 탈 일도 거의 사라졌다. 지금은 가끔 지나가는 버스를 바라볼 뿐이다. 그런데 요즘 버스를 보면 예전과는 너무 다르다. 승객들은 비교적 편안하게 앉아 있고, 차 안도 조용하다. 이어폰을 꽂은 채 각자의 화면만 바라본다. 한때 사람들로 터질 듯했던 버스는 이제 빈 좌석이 더 눈에 들어온다.&lt;br&gt;&lt;br&gt;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lt;br&gt;그 많던 승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lt;br&gt;&lt;br&gt;누군가는 자가용을 가지게 되었고, 누군가는 도시를 떠났고, 누군가는 늙어서 더 이상 버스를 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이미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lt;br&gt;그 안에는 분명 학생이었던 나도 있었다.&lt;br&gt;&lt;br&gt;아주 어릴 적, 엄마 손에 이끌려 서면까지 버스를 타고 갔던 기억이 아직도 희미하게 남아 있다. 사람들 틈에서 엄마 손을 놓칠까 봐 더 세게 붙잡았고,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작은 몸도 같이 흔들렸다. 그때의 나는 버스 번호도, 목적지도 몰랐다. 다만 엄마 손만 놓치지 않으면 된다고 믿었다.&lt;br&gt;&lt;br&gt;돌아보면 우리는 모두 어디론가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lt;br&gt;학교로, 직장으로, 시장으로, 그리고 삶으로.&lt;br&gt;&lt;br&gt;하지만 이상하게도 삶은 점점 편리해졌는데, 사람은 점점 혼자 견디는 데 익숙해졌다.&lt;br&gt;예전 버스는 사람들로 너무 꽉 차 있었는데, 이상하게 지금보다 덜 외로웠다.&lt;br&gt;&lt;br&gt;어쩌면 우리는 더 빠르게 살아가는 법은 배웠지만,&lt;br&gt;낯선 사람의 가방을 잠시 대신 안아주던 마음부터 먼저 내려놓고 살아온 것은 아닐까.&lt;br&gt;&lt;br&gt;지금도 가끔 신호대기 중 멀리 지나가는 시내버스를 바라보면,&lt;br&gt;왠지 그 안 어딘가에는 아직 어린 시절의 내가 사람들 틈에 흔들리며 서 있을 것만 같다.&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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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s>https://shgam.tistory.com/entry/%EC%82%AC%EB%9E%8C%EB%93%A4%EB%A1%9C-%EA%BD%89-%EC%B0%BC%EB%8D%98-%EA%B7%B8-%EB%B2%84%EC%8A%A4%EB%8A%94-%EC%99%9C-%EC%A7%80%EA%B8%88%EB%B3%B4%EB%8B%A4-%EB%8D%9C-%EC%99%B8%EB%A1%AD%EB%8D%98-%EA%B1%B8%EA%B9%8C#entry261comment</comments>
      <pubDate>Mon, 11 May 2026 08:55:36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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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끝까지 내 이름을 불러줄 사람이 있습니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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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c1PzAY/dJMcacbZruA/x67qkKmRmyyxuTiEMNl3fk/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c1PzAY/dJMcacbZruA/x67qkKmRmyyxuTiEMNl3fk/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c1PzAY/dJMcacbZruA/x67qkKmRmyyxuTiEMNl3fk/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c1PzAY%2FdJMcacbZruA%2Fx67qkKmRmyyxuTiEMNl3fk%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오랜만에 아내 친구들 부부와 만남을 가졌다.&lt;br&gt;4명의 아내 친구들 부부, 그리고 우리 부부까지 모두 10명이 한자리에 모였다.&lt;br&gt;&lt;br&gt;맛있는 음식이 이어졌고, 오래된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오갔다.&lt;br&gt;누군가는 크게 웃었고, 누군가는 “그때 기억나냐”며 지난 시간을 꺼냈다.&lt;br&gt;처음에는 그저 평범한 저녁 자리라고 생각했다.&lt;br&gt;&lt;br&gt;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어느 순간 대화보다 사람들의 얼굴을 더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lt;br&gt;&lt;br&gt;그리고 문득 마음에 걸리는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lt;br&gt;&lt;br&gt;그 자리에 모인 부부들 가운데, 이혼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었다.&lt;br&gt;&lt;br&gt;누군가는 말할 수 있다.&lt;br&gt;표본이 적어서 그럴 뿐이라고.&lt;br&gt;우연히 오래 함께 산 사람들만 남은 것 아니냐고.&lt;br&gt;&lt;br&gt;하지만 나는 그 말을 쉽게 넘길 수가 없었다.&lt;br&gt;&lt;br&gt;30년 가까운 시간을 함께 살아오면서 갈등이 왜 없었겠는가.&lt;br&gt;부부싸움이 왜 없었겠는가.&lt;br&gt;말로 다 하지 못한 서운함과 외로움,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왜 없었겠는가.&lt;br&gt;&lt;br&gt;아마 서로를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날도 있었을 것이다.&lt;br&gt;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남보다 더 멀게 느껴졌던 시간도 있었을 것이다.&lt;br&gt;한때는 사랑보다 침묵이 더 길었던 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lt;br&gt;&lt;br&gt;결혼은 사랑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lt;br&gt;좋은 감정은 언젠가 흔들리고, 설렘은 결국 생활 속으로 사라진다.&lt;br&gt;&lt;br&gt;그래서 끝까지 남는 것은 마음보다 태도다.&lt;br&gt;떠나지 않는 사람의 책임감이고, 무너져도 다시 돌아오는 마음이다.&lt;br&gt;&lt;br&gt;나는 오래 산 부부들을 볼 때마다 늘 비슷한 생각을 한다.&lt;br&gt;&lt;br&gt;사랑은 뜨거운 감정이 아니라,&lt;br&gt;상처를 다 알고도 다시 저녁 식탁에 마주 앉는 능력에 가깝다고.&lt;br&gt;&lt;br&gt;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평생 사랑을 찾다가,&lt;br&gt;정작 끝까지 자기 옆에 남아준 사람의 마음은 끝내 알아보지 못한다.&lt;br&gt;&lt;br&gt;그날 모임에서 내가 본 것도 바로 그런 장면이었다.&lt;br&gt;&lt;br&gt;억지로 만든 웃음은 오래 보면 티가 난다.&lt;br&gt;불편한 관계는 사소한 침묵 하나만으로도 흔들린다.&lt;br&gt;그런데 그들의 얼굴에는 오래 함께 살아온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편안함이 있었다.&lt;br&gt;&lt;br&gt;누군가 말을 끊어도 화내지 않았고, 작은 실수는 웃으며 넘겼다.&lt;br&gt;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서로를 알고 있다는 눈빛이 있었다.&lt;br&gt;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안정되어 있었고,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단단했다.&lt;br&gt;&lt;br&gt;나는 그 장면이 참 부러웠다.&lt;br&gt;&lt;br&gt;젊을 때는 사랑이 특별한 감정이라고 생각했다.&lt;br&gt;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진짜 사랑은 끝까지 자리를 비우지 않는 사람에 더 가까웠다.&lt;br&gt;&lt;br&gt;함께 늙어간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공유하는 일이 아니다.&lt;br&gt;같은 현실을 견디고, 비슷한 상처를 지나며, 어느 순간 서로가 서로의 생활이 되어가는 일이다.&lt;br&gt;&lt;br&gt;그래서 오래된 부부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묘한 울림이 생긴다.&lt;br&gt;대단한 성공담보다 더 어려운 것을 해낸 사람들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lt;br&gt;&lt;br&gt;세상은 끊임없이 더 높이 올라가라고 말한다.&lt;br&gt;더 많이 벌고, 더 좋은 집에 살고, 더 화려한 인생을 증명하라고 몰아붙인다.&lt;br&gt;&lt;br&gt;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점점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lt;br&gt;&lt;br&gt;인생의 마지막에 남는 것은&lt;br&gt;어디에서 살았는지가 아니라 누구와 끝까지 남았는가일지도 모른다고.&lt;br&gt;&lt;br&gt;내 가장 초라했던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lt;br&gt;내가 무너졌던 순간을 함께 지나온 사람.&lt;br&gt;그리고 긴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내 이름을 가장 익숙하게 불러주는 사람.&lt;br&gt;&lt;br&gt;사람은 결국 혼자 늙지 못한다.&lt;br&gt;&lt;br&gt;그래서 어쩌면 결혼의 진짜 가치는&lt;br&gt;행복했던 시간보다도,&lt;br&gt;도망치고 싶었던 시간 속에서 서로를 완전히 놓지 않았다는 사실에 있는지도 모른다.&lt;br&gt;&lt;br&gt;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지막까지 마음에 남은 것은 음식도, 웃음소리도 아니었다.&lt;br&gt;&lt;br&gt;수많은 시간을 견디고도&lt;br&gt;끝내 서로의 옆자리를 비워두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lt;br&gt;&lt;br&gt;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끝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lt;br&gt;&lt;br&gt;인생의 마지막 날,&lt;br&gt;내 이름을 끝까지 불러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lt;br&gt;나는 평생 무엇을 위해 그렇게 바쁘게 살아온 걸까.&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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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11 May 2026 07:37:51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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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벗지 못한 마음은 결국 사람이 된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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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L4nW9/dJMcahj5XlP/iexB9GCxylmi8AjrdERqVK/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L4nW9/dJMcahj5XlP/iexB9GCxylmi8AjrdERqVK/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L4nW9/dJMcahj5XlP/iexB9GCxylmi8AjrdERqVK/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L4nW9%2FdJMcahj5XlP%2FiexB9GCxylmi8AjrdERqVK%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나는 내 스스로 옷을 사본 기억이 아주 오래전이다.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등산복을 구매한 것 말고는 거의 없었다. 결혼 전에는 내가 원하는 디자인과 색상의 브랜드 옷을 직접 골랐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분명했고, 그 안에는 취향만이 아니라 나름의 자존심도 들어 있었다.&lt;br&gt;&lt;br&gt;옷은 단순히 입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는 방식이었다.&lt;br&gt;어쩌면 그때의 나는 옷보다 ‘내 기준’을 더 입고 살았는지도 모른다.&lt;br&gt;&lt;br&gt;하지만 결혼 후부터는 달라졌다. 지금 내 옷장의 대부분은 아내가 골라준 옷들이다. 아내가 내 스타일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처음에는 솔직히 어색했다. 내가 입고 싶은 옷이 있는데 왜 다른 스타일을 권하는지 이해되지 않았고, 괜한 반발심도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색감과 디자인을 입고 거울 앞에 서면 마치 다른 사람의 옷을 빌려 입은 느낌도 들었다.&lt;br&gt;&lt;br&gt;그때는 몰랐다.&lt;br&gt;사람은 옷보다 먼저 시선을 바꾸는 사람에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lt;br&gt;&lt;br&gt;시간은 사람을 조금씩 바꾸어 놓는다. 처음에는 불편했던 옷이 어느 순간 자연스러워졌고,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스타일도 점점 내 모습 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반복해서 마주하는 환경에는 결국 적응하게 된다. 옷도 그중 하나였다.&lt;br&gt;&lt;br&gt;어느 날 사진 속 내 모습을 보다가 문득 낯설었던 적이 있다.&lt;br&gt;예전의 나는 분명 아닌데, 그렇다고 완전히 새로운 사람도 아니었다.&lt;br&gt;&lt;br&gt;그 사이 어딘가에&lt;br&gt;지금의 내가 서 있었다.&lt;br&gt;&lt;br&gt;지금의 나는 여전히 변해가는 과정 속에 있다. 완성된 모습이 아니라 아직도 진행 중인 사람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지금의 스타일은 내 혼자 만든 모습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내의 시선과 선택, 그리고 시간이 함께 만든 결과다.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생각보다 젊어 보인다”라는 말을 들을 때면 괜히 기분이 나쁘지 않다. 나 자신은 잘 느끼지 못해도, 누군가는 내 변화를 보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lt;br&gt;&lt;br&gt;옷은 사람의 분위기를 만들고, 살아온 시간을 드러낸다.&lt;br&gt;같은 사람이어도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처럼 보인다.&lt;br&gt;&lt;br&gt;그래서인지 나는 가끔 옷장을 바라보다 이상한 생각을 한다.&lt;br&gt;&lt;br&gt;‘겉모습은 변했는데, 왜 마음은 아직 그대로일까.’&lt;br&gt;&lt;br&gt;사실 진짜 어려운 것은 옷 스타일을 바꾸는 일이 아니다. 마음속 스타일을 바꾸는 일이다. 오래 살아오며 굳어진 생각, 쉽게 꺾이지 않는 고집, 내가 맞다고 믿어온 기준들. 그런 것들은 몸에 밴 습관처럼 쉽게 벗겨지지 않는다. 겉모습은 타인의 도움으로 바꿀 수 있어도, 마음의 모양은 결국 스스로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lt;br&gt;&lt;br&gt;나는 여전히 고집과 아집으로 단단히 묶여 있는 사람이다. 누군가의 말을 듣는 척하면서도 결국 마지막에는 내 생각으로 돌아오는 순간이 많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성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방식을 더 단단히 붙잡고 살아가기도 한다.&lt;br&gt;&lt;br&gt;어쩌면 변하지 않는 것이 편한 것이다.&lt;br&gt;익숙한 생각은 오래된 옷처럼 불편해도 몸에 맞기 때문이다.&lt;br&gt;&lt;br&gt;하지만 사람은 또 변하고 싶어 한다.&lt;br&gt;나 역시 그렇다.&lt;br&gt;&lt;br&gt;옷 스타일이 달라진 것처럼 내 마음도 조금은 부드러워지고 싶다. 누군가의 말을 끝까지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내 기준보다 상대의 마음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결국 사람은 자신의 모난 부분을 평생 깎아가며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lt;br&gt;&lt;br&gt;그래서 나는 이제 ‘변한다’는 말을 다르게 생각한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조금 덜 날카로운 사람이 되는 것. 끝까지 내 주장만 밀어붙이기보다 한 번쯤 멈춰 서는 것.&lt;br&gt;&lt;br&gt;어쩌면 사람은&lt;br&gt;평생 자신을 고쳐 입으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lt;br&gt;&lt;br&gt;내 인생의 마지막 숙제 퍼즐이 언제 완성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어쩌면 끝내 완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lt;br&gt;&lt;br&gt;하지만 오늘도 나는&lt;br&gt;벗지 못한 마음 하나를 입고 살아간다.&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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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at, 9 May 2026 14:27:01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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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보이지 않는 교복을 입고 살아간다는 것</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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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lCBR1/dJMcadu7rfG/2KvOGKLUqZLayaasnq5eg0/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lCBR1/dJMcadu7rfG/2KvOGKLUqZLayaasnq5eg0/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lCBR1/dJMcadu7rfG/2KvOGKLUqZLayaasnq5eg0/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lCBR1%2FdJMcadu7rfG%2F2KvOGKLUqZLayaasnq5eg0%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어제 저녁은 어버이날이었다. 장모님, 처남, 조카, 그리고 우리 부부까지 다섯 명이 집에 모여 배달 음식을 시켜 놓고 함께 저녁을 먹었다. 밖은 사람들로 넘쳐났고 식당마다 긴 대기줄이 이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집에서 식사하기로 한 선택은 꽤 괜찮은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끄러운 식당 대신 익숙한 공간에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음식보다 대화가 더 오래 남는 저녁이 되었다.&lt;br&gt;&lt;br&gt;정해진 주제는 없었다. 가족 이야기,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가 오가다가 자연스럽게 교복 이야기가 나왔다. 사람은 이상하게도 특정 시절을 떠올릴 때 그때 입었던 옷까지 함께 기억한다. 우리 세대에게 교복은 단순한 학생복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 시절의 공기였고, 형편이었고, 말하지 못한 감정의 모양이었다.&lt;br&gt;&lt;br&gt;나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교복을 입고 다녔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교복을 입었던 세대였고, 동시에 교복 자율화를 처음 겪은 세대이기도 했다. 교복이 당연했던 시대와 자유복이 허용되던 시대의 경계에 서 있었던 셈이다.&lt;br&gt;&lt;br&gt;우리 집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다. 교복은 늘 시장에서 파는 제품을 사 입었다. 여유가 있는 집 아이들은 양장점에서 맞춘 교복이나 메이커 교복을 입고 다녔는데, 멀리서 봐도 차이가 느껴졌다. 처음에는 단순히 새것이라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은 옷의 차이를 끝내 숨기지 못했다.&lt;br&gt;&lt;br&gt;시장 교복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박음질한 부분이 터지곤 했다. 팔꿈치가 헤어지고 주머니 끝이 뜯어지면 어머니는 밤늦게 다시 바느질을 했다. 형광등 아래 어머니의 바늘은 늦은 밤까지 천보다 먼저 삶을 꿰매고 있었다.&lt;br&gt;&lt;br&gt;그때는 몰랐다.&lt;br&gt;교복보다 먼저 닳고 있던 것이 부모의 삶이었다는 것을.&lt;br&gt;&lt;br&gt;반면 좋은 교복은 오래 버텼다. 몇 번을 빨아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우리 세대의 교복 차이는 디자인이 아니라 내구성이었다. 결국 돈의 차이는 오래 입을 수 있는 시간의 차이이기도 했다.&lt;br&gt;&lt;br&gt;그런데 서른두 살이 된 조카 세대의 이야기는 완전히 달랐다. 지금 세대에게 교복의 기준은 내구성이 아니라 ‘핏’이었다. 대부분 메이커 교복을 입었지만, 그 안에서도 학생들이 선호하는 브랜드가 따로 있었다고 했다. 광고를 많이 한 브랜드일수록 학생들이 원하는 옷맵시를 더 잘 만들었다는 것이다.&lt;br&gt;&lt;br&gt;아내도 아이들 교복을 사주던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저렴한 교복을 사면 결국 원하는 핏으로 다시 수선을 해야 했고, 수선비까지 더하면 처음부터 비싼 교복을 산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고 했다.&lt;br&gt;&lt;br&gt;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묘한 생각이 들었다. 시대는 변했는데, 비교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이었다. 예전에는 오래 버티는 옷이 차이를 만들었다면, 지금은 어떻게 보이는지가 또 다른 차이를 만든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사람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기준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lt;br&gt;&lt;br&gt;그래도 지금이 더 좋아 보인다. 교복 자율화 이후 학생들은 훨씬 편한 복장으로 학교를 다닌다. 학부모 부담 문제와 교복 업체 비리, 획일적인 규율에 대한 피로감도 많이 줄어들었다. 같은 옷을 강요받는 것보다 각자의 편안함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lt;br&gt;&lt;br&gt;무엇보다 나는 학생들이 교복 때문에 경제적 차이를 덜 의식하는 세상으로 가고 있기를 바란다. 사실 교복은 평등을 말했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차이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옷이 되기도 했다. 누군가는 새 교복을 입었고, 누군가는 물려받은 교복을 입었다. 누군가는 브랜드를 입었고, 누군가는 터진 소매를 다시 꿰매 입었다.&lt;br&gt;&lt;br&gt;생각해 보면 우리 세대의 교복은 단순한 학생복이 아니었다.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남아 있던 규율의 상징이었고, 동시에 가정 형편과 부모의 시간을 조용히 드러내던 사회의 축소판이기도 했다.&lt;br&gt;&lt;br&gt;시간이 지나도 사람은 자신이 입고 살았던 시대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교복을 떠올리면 단순히 학교만 생각나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부모의 형편과 침묵, 비교당하던 시선, 그리고 말없이 견뎌야 했던 어린 날의 감정까지 함께 남아 있다.&lt;br&gt;&lt;br&gt;아마 사람마다 기억하는 교복은 다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가장 빛나던 청춘의 상징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조용히 작아져야 했던 시절의 그림자일 수도 있다.&lt;br&gt;&lt;br&gt;하지만 정말 무서운 것은 교복을 입던 시절이 끝난 뒤에도 사람은 계속 누군가가 정해 놓은 기준 속에서 자신을 비교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인지 모른다.&lt;br&gt;&lt;br&gt;당신은 정말 교복을 벗고 어른이 되었는가.&lt;br&gt;아니면 아직도 보이지 않는 교복을 입은 채, 누군가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며 살고 있는가.&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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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at, 9 May 2026 09:10:10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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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집은 조용해지는 순간부터 무너진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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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Q8gZj/dJMcag6uMBz/YPCvzucfX0CaOYWQPVES5K/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Q8gZj/dJMcag6uMBz/YPCvzucfX0CaOYWQPVES5K/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Q8gZj/dJMcag6uMBz/YPCvzucfX0CaOYWQPVES5K/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Q8gZj%2FdJMcag6uMBz%2FYPCvzucfX0CaOYWQPVES5K%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집은 사람이 떠나는 순간부터 조용해진다.&lt;br&gt;하지만 그 조용함은 평온이 아니다. 이미 변화가 시작된 결과다.&lt;br&gt;&lt;br&gt;우리는 그것을 너무 늦게 알아차린다.&lt;br&gt;집은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먼저 익숙하게 사라진다.&lt;br&gt;&lt;br&gt;집은 공간이 아니다. 관계의 밀도다.&lt;br&gt;그 밀도가 낮아지는 순간, 집은 기능보다 먼저 감각을 잃는다.&lt;br&gt;&lt;br&gt;우리 부부는 둘이서 산 지 벌써 10년이 훨씬 넘었다.&lt;br&gt;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으로, 군으로 떠나면서 집은 자연스럽게 비어갔다.&lt;br&gt;같은 공간에 머무는 시간은 줄었고, 만남은 연휴나 휴가로 압축됐다.&lt;br&gt;&lt;br&gt;그 결과, 집은 점점 “조용한 상태”에 익숙해졌다.&lt;br&gt;하지만 그 익숙함은 안정이 아니라 변화의 지연이었다.&lt;br&gt;&lt;br&gt;그런 집에 다시 사람이 들어왔다.&lt;br&gt;딸이 출산을 위해 내려왔고, 아기가 태어났다.&lt;br&gt;사위까지 함께 머물면서 집은 다시 다섯 명의 생활로 채워졌다.&lt;br&gt;&lt;br&gt;공기는 즉시 달라졌다.&lt;br&gt;소리의 종류가 바뀌었고, 공간의 속도가 바뀌었다.&lt;br&gt;무엇보다 “집이 살아있다”는 감각이 되돌아왔다.&lt;br&gt;&lt;br&gt;아기의 울음은 소음이 아니라 신호였다.&lt;br&gt;멈춰 있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는 신호.&lt;br&gt;&lt;br&gt;그 순간 확실해졌다.&lt;br&gt;집은 벽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머문 시간의 총량으로 유지된다는 것을.&lt;br&gt;&lt;br&gt;사람이 줄어드는 순간 집은 조용해지는 것이 아니라, 먼저 의미를 잃는다.&lt;br&gt;그리고 그 속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lt;br&gt;&lt;br&gt;캠핑장 근처에서 본 빈집이 떠올랐다.&lt;br&gt;문은 닫혀 있었지만 이미 집은 ‘비어 있는 상태’가 아니라 ‘끝나 있는 상태’였다.&lt;br&gt;풀은 공간을 덮고 있었고, 공기는 사람을 완전히 잊은 상태였다.&lt;br&gt;&lt;br&gt;그때 알았다.&lt;br&gt;빈집은 기다리는 공간이 아니라, 관계가 먼저 사라진 결과물이라는 것을.&lt;br&gt;&lt;br&gt;우리는 집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지만,&lt;br&gt;실제로는 함께 머문 시간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lt;br&gt;&lt;br&gt;그 시간이 줄어드는 순간, 집은 조용해지는 것이 아니라 낯설어지기 시작한다.&lt;br&gt;그리고 그 낯섦은 되돌릴 수 없다.&lt;br&gt;&lt;br&gt;아기 울음과 웃음으로 가득했던 집도 언젠가는 다시 조용해질 것이다.&lt;br&gt;그 조용함은 이전과 같은 조용함이 아니다.&lt;br&gt;&lt;br&gt;그때 남는 것은 질문 하나다.&lt;br&gt;우리는 지금 무엇을 살고 있는가.&lt;br&gt;&lt;br&gt;집은 결국 공간이 아니다.&lt;br&gt;관계의 밀도이며, 그 밀도의 기록이다.&lt;br&gt;&lt;br&gt;그리고 그 기록이 끊기는 순간, 모든 것은 조용히 늙기 시작한다.&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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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hu, 7 May 2026 19:06:02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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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30년을 바꾸려 살았는데, 아내는 10%도 아니라고 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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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JHagC/dJMcadolg7F/Sg0KuTp5Ghw1vSXAa7oTA1/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JHagC/dJMcadolg7F/Sg0KuTp5Ghw1vSXAa7oTA1/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JHagC/dJMcadolg7F/Sg0KuTp5Ghw1vSXAa7oTA1/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JHagC%2FdJMcadolg7F%2FSg0KuTp5Ghw1vSXAa7oTA1%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우리 집 아버지는 아주 가부장적인 사람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다. 모순처럼 보이지만, 나는 그 두 가지를 함께 보고 자랐다. 그리고 어느새 나 역시 그 영향을 받아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으로 50년 넘게 살아왔다.&lt;br&gt;&lt;br&gt;어릴 적 아버지는 특히 ‘거짓말’이라는 단어를 극도로 싫어했다. 내가 매를 맞는 이유 중 하나도 거짓말 때문이라고 분명히 말씀하셨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달랐다. 매를 맞는 그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 나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공포가 먼저였고, 선택지는 거의 없었다. 옳고 그름보다도 ‘지금 이 상황을 피하는 것’이 더 급했기 때문이다.&lt;br&gt;&lt;br&gt;아버지는 가족 밖에서는 참 좋은 사람이었다. 친절했고, 평판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집 안에서의 모습은 전혀 달랐다. 나는 그 두 얼굴을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말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한마디 한마디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칭찬은 거의 없었고, 지시는 늘 긴장을 동반했다.&lt;br&gt;&lt;br&gt;밥상 위에도 규칙이 있었다. 나는 아버지가 먼저 수저를 들기 전까지 절대 밥을 먹을 수 없었다. 배가 고파 먼저 먹기라도 하면, 밥상이 뒤집어질 듯한 분위기가 되었고 나는 혼이 났다. 또 하나의 규칙은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었다. 음식을 먹으며 쩝쩝거리는 소리는 금지였다. 지금의 나는 그 이유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때는 이해보다 순종이 먼저였다. 그 규칙을 지켜야만 그나마 조용한 식사 시간이 유지됐기 때문이다.&lt;br&gt;&lt;br&gt;집집마다 문화는 다르다. 그리고 그 문화의 중심에는 대부분 아버지가 있다. 물론 어머니의 영향도 크지만, 그 시대의 구조 안에서는 아버지의 무게가 더 크게 작용했던 것이 사실이다.&lt;br&gt;&lt;br&gt;시간이 흐르고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뒤, 나는 홀로 남았다. 그리고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나는, 그 틀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lt;br&gt;&lt;br&gt;솔직히 말하면, 이 질문은 편하지 않다. 왜냐하면 이건 내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에 대한 평가는 결국 주변 사람들의 몫이다. 나는 나름대로 변했다고 생각하지만, 30년 넘게 함께 살아온 아내의 기준에서 보면 그 변화는 기대의 10% 정도에 불과한 듯하다. 대화를 통해 그 온도를 느낄 때마다, 나는 말문이 막힌다.&lt;br&gt;&lt;br&gt;아내와 크게 다툰 적이 있다.&lt;br&gt;나는 그 자리에서 분명히 말했다. “나는 변하고 있다”고.&lt;br&gt;&lt;br&gt;하지만 아내의 대답은 단호했다. “당신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lt;br&gt;&lt;br&gt;아내는 한참을 말없이 있다가 낮게 말했다.&lt;br&gt;“당신이 변했다고 느껴지는 건… 10%도 안 돼.”&lt;br&gt;&lt;br&gt;그때 아내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했다.&lt;br&gt;화를 내는 것도, 시선을 피하는 것도 아니었다.&lt;br&gt;그저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바라보고 있었다.&lt;br&gt;&lt;br&gt;그래서 더 아팠다.&lt;br&gt;&lt;br&gt;그 말은 크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더 깊이 박혔다.&lt;br&gt;&lt;br&gt;나는 그 자리에서 크게 화를 냈다.&lt;br&gt;예전의 나를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그런 말을 하는 아내가 싫었다.&lt;br&gt;&lt;br&gt;변하려고 애써온 시간들이 한순간에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lt;br&gt;30년 동안 쌓아온 노력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 같았다.&lt;br&gt;&lt;br&gt;그때 밀려온 감정은 분노라기보다, 허탈감에 가까웠다.&lt;br&gt;&lt;br&gt;나는 속으로 반박하고 있었다.&lt;br&gt;아내 역시 변했기 때문이다.&lt;br&gt;&lt;br&gt;신혼 초의 아내는 말수가 적고 조심스러웠다.&lt;br&gt;말투는 부드러웠고, 행동에는 늘 한 번 더 생각하는 여유가 있었다.&lt;br&gt;&lt;br&gt;하지만 지금의 아내는 다르다.&lt;br&gt;표현은 더 직접적이고, 때로는 날카롭다.&lt;br&gt;나는 점점 방어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lt;br&gt;&lt;br&gt;신혼 초와 비교하면, 우리는 어느 순간 서로의 자리를 바꿔 서 있는 듯하다.&lt;br&gt;&lt;br&gt;그때였다.&lt;br&gt;옆에 있던 딸이 조용히 말했다. “엄마, 아빠는 변하고 있어.”&lt;br&gt;&lt;br&gt;순간, 공기가 잠시 멈춘 듯했다.&lt;br&gt;서로를 향해 있던 날 선 감정 사이에, 딸의 한마디가 작은 틈을 만들었다.&lt;br&gt;&lt;br&gt;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그 말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lt;br&gt;&lt;br&gt;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 성향을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30년이 지나도 체감할 만큼의 변화가 없었다는 말 앞에서, 나는 내가 무엇을 해왔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때로는 자괴감이 올라온다.&lt;br&gt;&lt;br&gt;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위안은 있다. 아내보다 나와 함께한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은 딸은, 나의 변화를 조금은 인정해준다. 예전보다는 나아졌고, 노력하고 있다는 그 한마디는 생각보다 크게 다가온다. 그 말은 나를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된다.&lt;br&gt;&lt;br&gt;그래서 나는 여전히 노력한다. 사람은 갑자기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스로를 인정하고, 바꾸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 것, 그것만큼은 선택할 수 있다.&lt;br&gt;&lt;br&gt;퇴직 후 나는 아내와 더 많은 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보내고 있다. 같은 공기를 마시며 하루를 함께 살아간다. 최근 읽은 기사에서는 신혼부부보다 황혼이혼이 더 많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늘어난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갈등을 겪는다고 한다.&lt;br&gt;&lt;br&gt;나는 그 기사를 읽으며 남의 이야기처럼 넘기지 못했다.&lt;br&gt;형태만 다를 뿐, 우리 역시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기 때문이다.&lt;br&gt;&lt;br&gt;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이런 결과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졌을 리는 없다. 오랜 시간 쌓여온 거리감이, 그저 드러난 것뿐이다. 나는 적어도 아내와 함께한 시간이 남들보다 조금은 더 많았기에, 완전히 무너지지 않을 여지는 남아 있다고 믿고 싶다.&lt;br&gt;&lt;br&gt;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하나다. 과거의 방식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늦더라도 관계를 다시 배우고 바꿔갈 것인가.&lt;br&gt;&lt;br&gt;지금의 나는, 정말로 변하고 있는 사람인가, 아니면 변했다고 믿어야만 버틸 수 있는 사람인가?&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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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Wed, 6 May 2026 08:45:20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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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선택하지 않은 대가: 당신의 삶이 남의 기준으로 흘러가는 이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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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br&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m99aa/dJMcabRChi0/z8K0pD1919bMx7AFgFiwWK/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m99aa/dJMcabRChi0/z8K0pD1919bMx7AFgFiwWK/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m99aa/dJMcabRChi0/z8K0pD1919bMx7AFgFiwWK/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m99aa%2FdJMcabRChi0%2Fz8K0pD1919bMx7AFgFiwWK%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br&gt;스스로 알아서 하는 일과 시켜야만 하는 일의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전자는 능동적인 선택에서 비롯된 행동이고, 후자는 외부의 지시에 의해 움직이는 수동적인 반응이다. 겉으로는 같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과정과 내면에 남는 축적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쌓인다. 결국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결과를 만들어낸 방식이다.&lt;br&gt;&lt;br&gt;나는 문득, 지금까지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움직인 시간보다, 주어진 틀 안에서 반응하며 살아온 시간이 더 많았다. 해야 하니까 했고, 시키니까 움직였고,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어왔다. 그 익숙함은 편안함이 아니라, 질문을 멈추게 만드는 일종의 관성이었다.&lt;br&gt;&lt;br&gt;어릴 적부터 우리는 통제된 환경 속에서 자라났다. 규칙은 많았고 선택은 적었다. 교실은 부족했고 학생은 넘쳐났다.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뉘어 공부하던 시절, 그 안에서 개인의 의지나 방향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질서를 유지하고 흐름을 깨지 않으며,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였다. 그곳에서는 ‘잘 따르는 것’이 곧 ‘잘하는 것’이었다.&lt;br&gt;&lt;br&gt;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하나의 방식에 익숙해졌다.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지시를 기다리는 태도, 먼저 움직이기보다 상황을 살피는 습관, 그리고 틀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는 믿음. 그것은 생존을 위한 적응이었지만, 동시에 스스로 선택하는 힘을 조금씩 내려놓는 과정이기도 했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가능성을 점점 잊어버리는 일이기도 하다.&lt;br&gt;&lt;br&gt;직장생활에서 아주 깐깐한 정도가 아니라,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사람을 괴롭히는 상사가 있었다.&lt;br&gt;&lt;br&gt;그의 말투 하나, 표정 하나에 공기가 바뀌었고, 사무실은 늘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 이유를 묻기보다 먼저 몰아붙이는 분위기였다.&lt;br&gt;&lt;br&gt;한 번은 사소한 업무 실수를 했을 뿐인데, 그는 내 앞에 서서 낮게 말했다. “이거 잘못되면, 너는 죽을 줄 알아.” 그 말은 소리보다 더 무겁게 남았고, 그날 이후 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처벌을 피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lt;br&gt;&lt;br&gt;그 앞에서는 설명보다 눈치를 먼저 보게 되었고, 판단보다 반응이 먼저 튀어나왔다.&lt;br&gt;&lt;br&gt;그 밑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는 겉으로라도 그가 원하는 방향에 나를 맞춰야 했다. 내 기준은 점점 흐려졌고, 그의 기준이 나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선택하는 사람이 아니라, 맞추는 사람이 되어갔다.&lt;br&gt;&lt;br&gt;그건 생존에 가까운 행동이었지만, 그만큼 내 안은 빠르게 무너지고 있었다. 퇴근 후에도 그날의 말들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다음 날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몸은 회사를 벗어났지만, 마음은 여전히 그 안에 갇혀 있었다.&lt;br&gt;&lt;br&gt;결국 나는 버티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견디고 있다고 믿었지만, 실은 나를 조금씩 포기하고 있었던 것이다.&lt;br&gt;&lt;br&gt;수동적인 삶은 선택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선택권을 넘겨주는 것이다. 그렇게 넘겨준 선택권은 결국 타인의 기준으로 돌아오고, 그 기준은 다시 나를 규정하기 시작한다.&lt;br&gt;&lt;br&gt;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자율이라는 단어가 강조되고,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삶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자율과 자유는 같은 말이 아니다.&lt;br&gt;&lt;br&gt;자율은 책임을 전제로 한다. 정해진 틀 안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며, 그 결과를 온전히 감당하는 태도다. 반면 자유는 더 넓어 보이고 더 편해 보이지만, 그 안에도 보이지 않는 규칙과 한계가 존재한다. 기준 없는 선택은 자유가 아니라 방치에 가깝다. 결국 자율은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아니라, ‘선택한 것을 끝까지 끌고 가는 힘’에 가깝다.&lt;br&gt;&lt;br&gt;문제는 우리가 자율을 충분히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자유만을 먼저 접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택은 늘어났지만, 그 선택의 무게를 견디는 힘은 아직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을 하면서도 흔들리고, 자유를 누리면서도 방향을 잃는다. 선택의 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선택 이후를 감당하는 태도라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놓친다.&lt;br&gt;&lt;br&gt;결국 중요한 것은 외부 환경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내가 어떤 태도를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더 이상 누가 시켜서 움직이는 삶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삶으로 나아갈 것인지. 그 경계는 생각보다 분명하다.&lt;br&gt;&lt;br&gt;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하고 있다. 다만 그 선택이 내 의지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익숙한 수동성에서 나온 것인지 스스로 묻지 않을 뿐이다. 선택하지 않는 것 또한 하나의 선택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외면한다.&lt;br&gt;&lt;br&gt;지금의 삶이 불만이라면, 그 책임은 환경이 아니라 선택을 넘겨온 나에게 있는 것 아닐까.&lt;br&gt;&lt;br&gt;만약 바꾸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5년을 더 살게 된다—그 선택도 결국 당신이 하고 있는 것이다.&lt;br&gt;&lt;br&gt;그렇다면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lt;br&gt;&lt;br&gt;당신은 지금, 스스로 선택하며 살고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누군가의 기준에 맞춰 반응하며 살고 있는가?&lt;br&gt;&lt;br&gt;&lt;br&gt;&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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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Wed, 6 May 2026 06:58:24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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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amp;quot;당신이 입고 있는 옷은, 당신의 삶을 말해준다&amp;rdquo;</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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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c4Czyg/dJMcadaLJFi/DV7iuouQjUSaGb4V98IJp1/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c4Czyg/dJMcadaLJFi/DV7iuouQjUSaGb4V98IJp1/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c4Czyg/dJMcadaLJFi/DV7iuouQjUSaGb4V98IJp1/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c4Czyg%2FdJMcadaLJFi%2FDV7iuouQjUSaGb4V98IJp1%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한때 아웃도어 열풍이 온 나라를 휩쓸던 시절, 나 역시 그 흐름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사실 나는 등산을 그다지 즐기는 편은 아니다. 내가 아는 등산이라고 해봐야 동네 뒷산, 높이 400에서 600 정도의 완만한 산을 가볍게 산책하듯 다녀오는 것이 전부였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험한 산행보다는, 적당한 바람과 햇살을 느끼며 걷는 정도가 나에게는 더 어울렸다.&lt;br&gt;&lt;br&gt;그러던 어느 날, 초등학교 동창회에 나가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온 흔적을 품고 있었지만, 함께 웃고 떠드는 모습만큼은 여전히 어린 시절 그대로였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모임 속에서 ‘초등동창산악회’라는 이름의 작은 모임에 발을 들이게 되었고, 그곳에서의 등산은 내가 알던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땀을 흘리며 정상을 정복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소풍처럼 여유롭게 걷고, 도시락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중심이었다. 그 분위기가 참 좋았다. 부담 없이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나를 그 안으로 끌어들였다.&lt;br&gt;&lt;br&gt;그렇게 나는 본격적으로 등산 장비를 하나둘씩 갖추기 시작했다. 유명 브랜드의 등산복과 등산화, 스틱, 배낭까지. 한 번에 모두를 갖추기에는 부담이 있었기에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하나씩 마련했다. 장비를 사는 과정조차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특히 등산복은 단순한 기능성 의류를 넘어 일상복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가볍고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은 거리에서 입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오히려 나름의 스타일을 만들어주었다.&lt;br&gt;&lt;br&gt;이 옷들은 자연스럽게 나의 일상 깊숙이 스며들었다. 가까운 외출은 물론이고, 해외여행을 갈 때도 즐겨 입었다. 그런데 외국에 나가보면 흥미로운 장면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관광지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우리는 옷만 보고도 어느 나라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인, 중국인, 그리고 서양인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국인의 복장.&lt;br&gt;&lt;br&gt;그 차이는 생각보다 분명하다. 한국 사람들의 옷차림은 기능성과 함께 화려한 색감, 그리고 세련된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단순히 튀는 것이 아니라, ‘잘 꾸몄다’는 느낌이 강하다. 반면 유럽이나 서양의 경우, 오히려 단순하고 실용적인 스타일이 많다. 패션의 본고장이라고 불리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일상 속에서는 절제된 색감과 기본적인 디자인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lt;br&gt;&lt;br&gt;이 차이는 국내에 있을 때는 잘 느끼기 어렵다. 주변 모두가 비슷한 스타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에 나가면 그 차이는 더욱 선명해진다. 우리는 생각보다 개성 있고, 도전적인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색을 쓰는 방식, 디테일을 살리는 감각, 그리고 기능성과 디자인을 동시에 추구하는 태도. 이것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축적되고 있다.&lt;br&gt;&lt;br&gt;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의 이런 패션 감각이 언젠가는 전 세계적으로 더 크게 인정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이미 K-콘텐츠가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옷과 스타일 역시 그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이미 그 변화를 살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충분히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lt;br&gt;&lt;br&gt;물론, 옷차림 하나만으로 한 나라의 사람들을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관찰이고, 하나의 시선일 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입고 있는 옷에는 우리의 삶의 방식과 취향, 그리고 시대의 흐름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결국, 우리가 어떤 기준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드러낸다.&lt;br&gt;&lt;br&gt;그래서 나는 한 번쯤 권해보고 싶다. 해외에 나가게 된다면, 단순히 관광지만 둘러보지 말고 사람들을 조금 더 유심히 바라보라고.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다시 한 번 돌아보라고.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이 옷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우리가 입고 있는 것은 옷이 아니라, 결국 ‘선택의 기록’이다.&lt;br&gt;&lt;br&gt;어쩌면 우리는 이미, 옷을 통해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말없이도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으로.&lt;br&gt;&lt;br&gt;그렇다면 지금 당신이 입고 있는 그 옷은, 스스로 선택한 기준의 결과인가, 아니면 남의 시선에 길들여진 타협의 결과인가?&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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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ue, 5 May 2026 15:47:22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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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amp;ldquo;비디오는 사라졌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거기에 머물러 있다&amp;rdquo;</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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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zrOhx/dJMcai4dxW1/ZTI7wCqG6vGwqCrHImOTP0/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zrOhx/dJMcai4dxW1/ZTI7wCqG6vGwqCrHImOTP0/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zrOhx/dJMcai4dxW1/ZTI7wCqG6vGwqCrHImOTP0/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zrOhx%2FdJMcai4dxW1%2FZTI7wCqG6vGwqCrHImOTP0%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내가 처음으로 본 비디오기기는 고등학교 시절로 기억이 된다. 내가 살았던 도시는 항구도시인 부산이다. 일본의 문화와 가전제품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아 들이는 도시였다. 부산항을 통해서 들어 오는 각종 일본제품들의 창구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아버지 주위에도 아시는 지인이나 친구분들 중 유독 배를 타시는 분들도 많았고 그분들을 통해 일본 가전제품들을 접해볼 수 있는 기회도 많았던 것도 사실이었다.&lt;br&gt;&lt;br&gt;부산은 단순한 도시가 아니었다. 바다를 통해 들어온 것은 물건이 아니라, 시간보다 앞선 변화였다. 그곳에서는 ‘먼저 본다’는 것이 곧 ‘먼저 살아본다’는 의미에 가까웠다.&lt;br&gt;&lt;br&gt;하루는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이상한 기계를 보게 되었고 호기심이 발동해 친구에게 물으니 비디오 재생기라고 했었다. 카세트테이프처럼 생긴, 하지만 훨씬 큰 테이프를 기계에 넣고 재생 버튼을 누르니 TV에서 테이프 안에 담긴 내용이 펼쳐지는 게 아닌가. 사진이 아니라 동영상이 재생되는 신세계, 처음으로 본 순간이었다.&lt;br&gt;&lt;br&gt;그 장면은 ‘보기’의 개념을 바꿔버린 사건이었다. 멈춰 있던 이미지의 시대에서, 움직이는 현실이 화면을 통해 침투해 들어오던 순간이었다.&lt;br&gt;&lt;br&gt;지금이야 스마트폰으로 얼마든지 유튜브나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시대이지만 비디오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그 시대는 정말 획기적인 제품임에 분명했다. 그런 기기는 아주 전문적인 곳, 즉 방송사 등에서 사용하는 기기를 가정집에서 사용하게 된 것이니 놀라지 않을 수는 없었다.&lt;br&gt;&lt;br&gt;그 경험은 취향이 아니라, ‘시간을 쓰는 방식’을 바꿔 놓았다.&lt;br&gt;&lt;br&gt;그때부터 비디오를 통한 나의 영화 사랑은 식을 줄 몰랐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주말이면 밤샘 영화 보기를 위해 비디오방을 전전하면서 영화를 보았다. 시간이 지나자 비디오방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고 취미생활은 결혼을 하면서 비디오 영화 감상이 되었다. 같이 장만한 비디오기기를 통해 내가 선택한 영화를 집에서 편하게 본다는 현실의 편리함과 혁신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재미와 즐거움을 안겨다 주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lt;br&gt;&lt;br&gt;영화는 소비가 아니라, 삶을 정리하는 방식이 되었다. 비디오방의 밤과 가정의 거실은 결국 하나로 이어졌다. ‘어디서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시간을 쓰느냐’로 기준이 바뀐 것이다. 선택한 것을, 원하는 시간에 본다는 것은 편의가 아니라 삶의 주도권이었다.&lt;br&gt;&lt;br&gt;그렇게 많이 보던 비디오가 PC가 보급되기 시작하고 인터넷이 설치되기 시작하면서 차츰 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방 안에서 스마트 TV를 통해 넷플릭스, 티빙, 디즈니 등 OTT를 통해서 편안하게 영화를 본다. 한때 전국을 휩쓸었던 비디오 가게들이 사라지게 된 배경이다.&lt;br&gt;&lt;br&gt;기술은 쌓이지 않는다. 교체된다. 그리고 그 교체는 조용하지만 되돌릴 수 없다. 비디오의 퇴장은 선택이 아니라 구조의 이동이었다.&lt;br&gt;&lt;br&gt;생각보다 시대의 흐름은 빠르게 변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변화의 기대치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빠른 변화에 발맞추지 못해 뒤쳐지는 모습을 가끔은 본다. 시대는 앞서가고 사람은 뒤쳐지고 생각은 과거에 머무르고 행동은 갈팡질팡한다.&lt;br&gt;&lt;br&gt;속도는 문제가 아니다. 기준이 문제다. 무엇을 기준으로 변화를 해석하느냐에 따라, 같은 시간을 살면서도 전혀 다른 위치에 서게 된다.&lt;br&gt;&lt;br&gt;한때는 혁신이 지금은 사라진 것이 과연 무엇을 시사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지금의 혁신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lt;br&gt;&lt;br&gt;사라진 혁신은 하나의 사실을 남긴다. 지금 붙잡고 있는 것도 결국 사라진다는 것. 이 단순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변화는 두려움이 아니라 방향이 된다.&lt;br&gt;&lt;br&gt;상상이 현실이 되는 시간 속에 적응하고 살아야 하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상상을 하면서 살아가면 되는 것인지, 그냥 현실에서 사는 것이 나은지 판단이 되지 않는 날들의 연속이기도 하다.&lt;br&gt;&lt;br&gt;상상은 방향이고, 현실은 조건이다. 둘 사이에서 흔들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멈춰 서 있는 순간, 우리는 이미 선택을 포기한 상태다.&lt;br&gt;&lt;br&gt;결론은 길지 않다.&lt;br&gt;변화를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변화를 해석하는 사람이 남는다.&lt;br&gt;&lt;br&gt;그리고 마지막에 남는 질문은 피할 수 없다.&lt;br&gt;지금 당신이 붙잡고 있는 ‘익숙함’은, 과연 당신을 지키고 있는가, 아니면 조용히 뒤로 밀어내고 있는가?&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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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ue, 5 May 2026 06:37:40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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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안성탕면을 고른 아이: 흔들리지 않는 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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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cG0G91/dJMcagSUT1N/DMg0DdNTs4R2NGQwz9uKDK/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cG0G91/dJMcagSUT1N/DMg0DdNTs4R2NGQwz9uKDK/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cG0G91/dJMcagSUT1N/DMg0DdNTs4R2NGQwz9uKDK/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cG0G91%2FdJMcagSUT1N%2FDMg0DdNTs4R2NGQwz9uKDK%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캠핑의 둘째 날이었다.&lt;br&gt;&lt;br&gt;느긋하게 흐르던 오후, 지인의 아주 친한 동생 부부가 놀러 온다고 했다. 한 번 스쳐 지나가듯 본 적은 있었지만, 제대로 인사를 나눈 적은 없던 사이다. 이번에는 같은 자리에 앉아 저녁을 함께 먹게 되었다.&lt;br&gt;&lt;br&gt;캠핑테이블 사이로 잠깐의 어색함이 스쳤지만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사람 사이의 거리는, 의외로 식탁 하나면 충분히 좁혀진다.&lt;br&gt;&lt;br&gt;그 부부는 40대 후반이었고,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를 한 명 두고 있었다. 아이에게 물었다.&lt;br&gt;“먹고 싶은 거 있어?”&lt;br&gt;어른들 입맛 위주의 음식이 혹시 맞지 않을까 싶어서였다.&lt;br&gt;&lt;br&gt;아이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lt;br&gt;“저는 안성탕면이 좋아요.”&lt;br&gt;&lt;br&gt;그래서 다시 물었다.&lt;br&gt;“신라면은 어때?”&lt;br&gt;아이는 같은 속도로 답했다.&lt;br&gt;“안성탕면이요.”&lt;br&gt;&lt;br&gt;그 짧은 반복은 이상하게도 길게 남았다.&lt;br&gt;&lt;br&gt;누군가 라면을 구해왔고, 아이는 자신이 말한 그대로의 음식을 먹게 되었다. 그 식탁 위에서 나는 몇 가지를 분명히 느꼈다.&lt;br&gt;&lt;br&gt;그 아이는 ‘말을 하는’ 아이가 아니라, ‘선택을 하는’ 아이였다. 흔히 듣는 “~면 좋겠어요” 같은 흐릿한 표현이 아니라, “나는 이게 좋다”는 분명한 문장이었다. 단호했지만 거칠지 않았고, 또렷했지만 튀지 않았다.&lt;br&gt;&lt;br&gt;그 균형이 눈에 남았다.&lt;br&gt;&lt;br&gt;아이의 말투와 태도에는 과한 보호의 흔적도, 눈치를 보는 기색도 없었다. 누군가에게 맞춰진 아이가 아니라, 이미 자기 기준 안에 서 있는 아이처럼 보였다. 그래서 더 또렷했다.&lt;br&gt;&lt;br&gt;아이의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며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늦게 얻은 아들이었지만, 그래서 더 감싸기보다 더 분명한 기준으로 키우고 있었다. 귀하기 때문에 더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귀하기 때문에 더 제대로 세우는 선택이었다.&lt;br&gt;&lt;br&gt;그건 쉽지 않은 방식이다. 지금은 ‘해주는 것’이 사랑처럼 보이고, ‘막아주는 것’이 책임처럼 여겨지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어디로 향하는지는, 우리는 이미 여러 장면에서 보고 있다.&lt;br&gt;&lt;br&gt;그래서 그 아이가 더 선명하게 보였다.&lt;br&gt;&lt;br&gt;라면 하나를 고르는 장면이었지만, 그 안에는 이미 삶의 태도가 들어 있었다. 선택은 작았지만, 기준은 흔들리지 않았다.&lt;br&gt;&lt;br&gt;“아이답게 키운다”는 말은 단순한 미덕이 아니다. 그 말은 아이를 보호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게 만드는 과정에 가깝다.&lt;br&gt;&lt;br&gt;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아이를 지켜주고 있는가, 아니면 선택할 기회 자체를 빼앗고 있는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기준을 대신 만들어주고 있는 건 아닌가. 아니면 더 근본적으로, 우리는 아이에게 기준을 요구할 만큼 스스로 기준을 가지고 있는가.&lt;br&gt;&lt;br&gt;그날 캠핑장에서 먹었던 안성탕면 한 그릇은 오래 남았다. 맛 때문이 아니라, 한 아이의 선택과 그 선택을 가능하게 만든 태도 때문이었다.&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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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un, 3 May 2026 09:06:56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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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amp;ldquo;당신이 선택한 길은 정말 당신의 선택인가&amp;rdquo;</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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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LzYy1/dJMcaad6bRf/epELBh1Pe6dzlGqvqj698K/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LzYy1/dJMcaad6bRf/epELBh1Pe6dzlGqvqj698K/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LzYy1/dJMcaad6bRf/epELBh1Pe6dzlGqvqj698K/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LzYy1%2FdJMcaad6bRf%2FepELBh1Pe6dzlGqvqj698K%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5월 첫 주 연휴, 캠핑을 위해 집을 나섰다. 고속도로에 진입하자마자 전광판에 ‘10km 정체’라는 문구가 떴다. 낭패였다. 연휴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lt;br&gt;&lt;br&gt;연휴라는 같은 조건 속에서도 결과가 갈리는 이유는 단 하나, 선택의 기준이다. 기준이 흔들리는 순간, 길도 함께 흔들린다.&lt;br&gt;10km 정체면 평소보다 30분 이상 더 걸린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 아니었다. 고속도로 정체 구간의 운전은 지루함을 넘어 집중력을 무너뜨린다. 그래서 나는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중간 도시를 지나기로 했다.&lt;br&gt;&lt;br&gt;정체는 단순한 지연이 아니다. 통제권을 잃는 경험이다. 그 순간 사람은 판단보다 감정에 가까워진다.&lt;br&gt;이유는 단순하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운전은 추돌 위험을 높이고, 피로와 짜증을 빠르게 쌓는다. 시간은 더 걸릴 수 있지만, 끊기지 않는 흐름을 택했다. 나는 속도가 아니라 리듬을 선택했다.&lt;br&gt;&lt;br&gt;이 선택은 회피가 아니라 기준이었다. 위험을 줄이고, 흐름을 유지하려는 의도된 판단이었다.&lt;br&gt;&lt;br&gt;“우리는 빠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덜 불안한 길에 머무른다.”&lt;br&gt;도시 외곽도로에 접어들 즈음, 다시 고속도로 상황을 확인했다. 정체는 이미 풀려 있었다.&lt;br&gt;&lt;br&gt;끊기지 않는 흐름은 단순한 편안함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이다. 오래 가는 선택은 대부분 여기서 나온다.&lt;br&gt;그대로 갔다면 더 빨랐을 것이다. 나는 알고 있다. 돌아가는 길은 결국 같거나 더 오래 걸린다는 것을.&lt;br&gt;&lt;br&gt;후회는 짧았지만, 기준은 남았다. 기준은 반복되고, 반복은 결국 결과를 만든다.&lt;br&gt;그럼에도 왜 우리는 이런 선택을 반복할까. 답은 단순하다. 편안함이다.&lt;br&gt;&lt;br&gt;우리는 효율적인 존재가 아니라, 안정적인 선택을 하는 존재다. 그래서 같은 선택을 반복한다.&lt;br&gt;&lt;br&gt;“선택은 끝나는 순간이 아니라, 반복되는 순간에 의미가 생긴다.”&lt;br&gt;인생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빠른 길을 원한다. 그렇다면 돌아가는 길은 실패일까.&lt;br&gt;&lt;br&gt;빠른 길은 결과를 바꾸지만, 선택의 태도는 방향을 바꾼다.&lt;br&gt;길에는 본래 좋고 나쁨이 없다. 선택 이후가 그것을 결정한다. 가시밭길인지 장미꽃길인지는 결국 어떻게 걷느냐에 달려 있다.&lt;br&gt;&lt;br&gt;길의 가치는 도착이 아니라,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걸어낸 방식으로 증명된다.&lt;br&gt;&lt;br&gt;“길의 가치는 도착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고 걸어낸 시간이다.”&lt;br&gt;당신은 지금 길을 선택한 것인가, 아니면 덜 불편한 방향으로 흘러간 것인가. 그리고 그 선택의 끝까지, 정말 감당할 수 있는가.&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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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at, 2 May 2026 13:39:03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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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amp;ldquo;이름이 사라진 자리에서, 나는 누구로 남았는가&amp;rdquo;</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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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YP7Ox/dJMb99MX8lg/bVMog3ZYL6Ujk15r0Yj4E1/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YP7Ox/dJMb99MX8lg/bVMog3ZYL6Ujk15r0Yj4E1/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YP7Ox/dJMb99MX8lg/bVMog3ZYL6Ujk15r0Yj4E1/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YP7Ox%2FdJMb99MX8lg%2FbVMog3ZYL6Ujk15r0Yj4E1%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어릴 적 불리던 별명은 또 하나의 이름이었다.&lt;br&gt;그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들까지 함께 떠올리면, 그것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하나의 시간이었다.&lt;br&gt;나는 그 이름을 선택한 적이 없지만, 그 이름은 나를 선택하고 있었다.&lt;br&gt;&lt;br&gt;나는 성씨가 아주 귀한 편에 속한다. 태어나면서 아버지의 성을 따라 자연스럽게 부여된 이 성씨는, 평생을 함께해야 하는 운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 아무런 선택 없이 그 이름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 ‘당연함’ 속에는, 때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거리감도 함께 들어 있었다.&lt;br&gt;&lt;br&gt;친구들 사이에서 나의 성씨는 흔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익숙한 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내 이름은 한 번 더 묻게 만들었고, 때로는 웃음거리의 시작점이 되기도 했다. 특별하다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의미로만 작용하지는 않는다. 특히 어린 시절에는 더 그렇다. 다름은 호기심을 낳지만, 그 호기심은 곧 장난과 놀림으로 이어지기 쉬웠다.&lt;br&gt;나는 그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다는 사실을, 시간이 지난 뒤에야 인정하게 된다.&lt;br&gt;아이들은 이유 없이 부르지 않는다. 이유를 설명하지 못할 뿐이다.&lt;br&gt;&lt;br&gt;그래서였을까. 우리는 이름보다 별명으로 더 많이 서로를 불렀다.&lt;br&gt;&lt;br&gt;어릴 적 친구들 사이에는 각자의 특징에 맞는 별명이 하나씩 있었다. 덩치, 말투, 행동, 얼굴—그 모든 것들이 재료가 되어 또 하나의 이름이 만들어졌다. 그 별명들은 단순한 장난을 넘어, 서로를 인식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이름보다 더 빠르고, 더 직관적이었다. 그리고 더 잔인하기도 했다.&lt;br&gt;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더 빨리 정의하려 했던 시절을 지나고 있었다.&lt;br&gt;&lt;br&gt;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lt;br&gt;&lt;br&gt;누가 처음 붙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돼지’, ‘상’이라는 별명이 나를 따라다녔다. 그 별명들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나를 규정하는 하나의 틀이 되어버렸다. 친구들은 아무렇지 않게 불렀고,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 소리들은 가볍게 흘러가지 않았다. 웃음 속에 섞여 있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히 나를 향한 어떤 시선이 담겨 있었다.&lt;br&gt;그 별명이 불릴 때마다, 웃음보다 먼저 반응했던 것은 어쩌면 마음 깊숙한 곳의 긴장이었을지도 모른다.&lt;br&gt;그때의 나는 웃고 있었지만, 정확히 어디까지가 웃음이었는지는 지금도 알지 못한다.&lt;br&gt;&lt;br&gt;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까지 그 별명들은 계속 이어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 이름보다 더 자주 불렸고, 더 익숙해졌다. 나를 부르는 소리에 반응하는 기준이, 이름이 아니라 별명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 시절의 나는, 이름과 별명 사이 어딘가에 서 있었다.&lt;br&gt;익숙해졌다는 것은 받아들였다는 뜻이 아니라, 버티는 방법을 배웠다는 뜻에 더 가까웠다.&lt;br&gt;사람은 불리는 이름에 맞추어 스스로를 조금씩 바꾸기도 한다.&lt;br&gt;&lt;br&gt;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lt;br&gt;&lt;br&gt;동네를 벗어나 새로운 환경으로 들어가자, 그 별명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나를 알고 있던 사람들이 없었고, 나를 규정하던 말들도 함께 사라졌다. 그 순간 처음으로 느꼈다. 별명이라는 것은 나 자신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lt;br&gt;사라졌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설명되지 않는 공허함이 함께 따라왔다.&lt;br&gt;떠나온 것은 장소가 아니라, 나를 그렇게 부르던 세계였을지도 모른다.&lt;br&gt;&lt;br&gt;새로운 친구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별명이 생기기도 했지만, 그것은 이전과는 조금 달랐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별명을 붙이며 지냈다. 주로 대상은 선생님들이었다. 매를 심하게 들던 선생님은 ‘독사’였고, 큰 목소리로 호령하던 선생님은 ‘불독’이었다. 그 별명들은 두려움을 희석시키는 방식이었고, 동시에 우리만의 거리 두기였다.&lt;br&gt;그 별명들은 결국 나를 설명하지 못했지만, 분명히 나를 지나가게 만들었다.&lt;br&gt;&lt;br&gt;시간이 흐르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별명은 점점 자취를 감췄다.&lt;br&gt;&lt;br&gt;이제 사람들은 나를 이름으로 부르거나, 직위로 불렀다. ‘대리’, ‘부장’ 같은 호칭은 또 다른 형태의 이름이었다. 그것은 개인이 아니라 역할을 부르는 말이었다. 책임과 위치가 붙은 이름이었다. 예전의 별명처럼 가볍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완전히 나를 설명해주지도 않았다.&lt;br&gt;역할이 붙은 이름은 편리했지만, 동시에 나를 한 방향으로만 정의했다.&lt;br&gt;&lt;br&gt;그렇게 살아오다 보니,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lt;br&gt;&lt;br&gt;이름도, 별명도, 직위도—결국은 모두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호칭이라는 것을.&lt;br&gt;&lt;br&gt;그리고 지금, 퇴직을 하고 나니 그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더 이상 ‘부장’도 아니고, 특정한 별명으로 불리지도 않는다. 오로지 내 이름만 남았다. 가장 처음에 받았던 이름, 그리고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 이름.&lt;br&gt;이름이 줄어들수록, 나는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되었다.&lt;br&gt;이름이 사라질 때, 관계도 함께 조용히 정리된다.&lt;br&gt;&lt;br&gt;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lt;br&gt;&lt;br&gt;그 수많은 별명과 호칭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lt;br&gt;&lt;br&gt;나를 부르던 그 다양한 이름들은 단순히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내 안 어딘가에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일까.&lt;br&gt;&lt;br&gt;어쩌면 우리는 하나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이름을 거쳐가며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때그때의 관계와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또 다른 ‘나’들이, 기억이라는 형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lt;br&gt;남겨진 이름 하나가, 오히려 가장 무거운 질문이 되어 돌아왔다.&lt;br&gt;지금의 나는 덜 불리고, 대신 더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lt;br&gt;끝까지 남는 이름 하나가, 결국 나에게 가장 많은 설명을 요구한다.&lt;br&gt;&lt;br&gt;수많은 이름을 지나온 끝에, 나는 결국 무엇 하나로도 설명되지 않는 사람으로 남은 것은 아닐까.&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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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Fri, 1 May 2026 09:52:52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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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amp;ldquo;당신은 그 말을 하고 난 뒤의 결과까지 감당할 수 있는가.&amp;rdquo;</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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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bVJAcK/dJMcacCXQ3z/cmTsK8DdgaJ3bdzFsoJL50/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bVJAcK/dJMcacCXQ3z/cmTsK8DdgaJ3bdzFsoJL50/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bVJAcK/dJMcacCXQ3z/cmTsK8DdgaJ3bdzFsoJL50/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bVJAcK%2FdJMcacCXQ3z%2FcmTsK8DdgaJ3bdzFsoJL50%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흔히 우리는 자라면서 거짓말을 하는 법을 배운다. 이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거나 벗어나야 할 환경에서 탈출하기 위한 거짓말은 어느 순간 본능처럼 작동하기 시작한다. 거짓말은 하면 안 되는 것이라 배웠지만, 현실 앞에서는 쉽게 무너지는 자신의 모습을 애써 외면하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lt;br&gt;우리는 거짓말을 배우기 이전에, 먼저 ‘숨기고 싶은 마음’을 배운다. 거짓말은 그 감정을 가장 빠르게 덮는 방식일 뿐이다. 작은 회피는 가볍지만, 그것이 반복되는 순간 태도가 되고, 결국 한 사람의 신뢰를 규정짓는다.&lt;br&gt;&lt;br&gt;아내가 어린이집을 운영할 때였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유아들의 연령은 대개 3~6세가 중심을 이룬다. 하루는 한 학부모 어머님에게서 항의 전화가 왔다. 어린이집에 있었던 아이가 집에 가서 한 이야기를 듣고 전화를 한 것이다. 그런데 어린이집에서는 전혀 없었던 일을 아이가 사실처럼 말한 것이었다.&lt;br&gt;그날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에는 아이를 믿고 싶은 마음과, 그 믿음을 지키려는 강한 확신이 함께 담겨 있었다.&lt;br&gt;&lt;br&gt;참으로 황당한 이야기였기에 아내는 차분하게 설명을 드렸다. 어린이집에서는 아이가 말한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고. 하지만 어머니는 화를 내며 말했다. “그럼 우리 아이가 거짓말을 한다는 건가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 하지 마세요.”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설명은 통하지 않았다. 아이는 거짓말을 할 줄 모르고, 어른이 거짓말을 한다고 믿는 전제 위에서의 대화였기 때문이다. 결국 상황을 더 키울 수 없어 잘 달래며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lt;br&gt;설명은 있었지만, 이해는 없었다. 사실과 감정이 어긋나는 순간, 말은 더 이상 전달되지 않는다.&lt;br&gt;&lt;br&gt;문제는 이런 일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아이들을 통해 비슷한 상황이 종종 반복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영유아 시기의 아이들은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인식 없이 말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이 느끼고 기억한 것을 그대로 표현할 뿐이다.&lt;br&gt;아이의 말은 틀릴 수 있지만, 그 아이에게는 진실이다. 기억과 감정이 섞인 언어는 현실보다 더 강하게 자리 잡기도 한다. 그래서 이 문제는 거짓과 진실의 구분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준이 충돌하는 문제다.&lt;br&gt;&lt;br&gt;하지만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도덕적 기준을 배우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거짓말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해서는 안 되는 행동’으로 인식된다.&lt;br&gt;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는 ‘말의 결과’를 배우게 된다. 그때부터 거짓말은 본능이 아니라 선택이 된다.&lt;br&gt;&lt;br&gt;그렇다면 어른이 된 우리는 어떠한가. 거짓말에 대한 생각이 과연 올바르게 정립되어 있는가.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해서는 안 될 거짓말과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짓말을 구분하려 하지만, 그 기준은 늘 모호하다.&lt;br&gt;어른이 된다는 것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그 말 이후의 결과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거짓말’이라는 말은 가장 위험하다. 그 안에는 이미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기준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lt;br&gt;&lt;br&gt;문제는 그 거짓말이 상대에게 피해를 주고 신뢰를 무너뜨리는 순간이다. 그때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아무리 가볍게 던진 말이라도, 상대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무게는 전혀 달라진다.&lt;br&gt;말은 가볍게 나가지만, 남는 것은 무겁다. 그 차이를 모르는 순간 관계는 흔들린다.&lt;br&gt;&lt;br&gt;어떤 이는 그 말을 가볍게 넘기지만, 어떤 이는 그 말을 믿고 고민하고 선택을 바꾼다. 그런데 정작 그 말을 한 사람은 그것을 그저 흘러가는 말로 치부해 버린다. 그 순간, 상대가 느끼는 상실감은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lt;br&gt;특히 가까운 관계에서는 그 흔적이 오래 남는다. 신뢰는 쌓는 데는 오래 걸리지만, 무너지는 데는 단 한 번이면 충분하다.&lt;br&gt;&lt;br&gt;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의 진실과 무게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믿음이 전제된 관계에서는 작은 말 하나가 관계 전체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lt;br&gt;&lt;br&gt;결국 ‘해도 되는 거짓말’과 ‘해서는 안 되는 거짓말’을 명확히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좋은 거짓말과 나쁜 거짓말의 기준 역시 명확하지 않다. 우리는 그 경계 앞에서 늘 고민하게 된다.&lt;br&gt;결국 중요한 것은 거짓말의 종류가 아니다. 그 말을 한 이후에도 스스로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가다.&lt;br&gt;&lt;br&gt;거짓말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그리고 지금,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가.&lt;br&gt;거짓말은 타인을 속이는 순간보다, 스스로를 속이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더 무겁다.&lt;br&gt;&lt;br&gt;당신은 그 말을 하고 난 뒤의 결과까지 감당할 수 있는가.&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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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hu, 30 Apr 2026 13:16:56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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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가난을 지나온 사람은 무엇이 남는가&amp;mdash;버티던 삶이 결국 나를 어떻게 바꿨는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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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blTPhy/dJMcajorLLG/N4BDgWXyyKrAffaZSjSES1/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blTPhy/dJMcajorLLG/N4BDgWXyyKrAffaZSjSES1/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blTPhy/dJMcajorLLG/N4BDgWXyyKrAffaZSjSES1/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blTPhy%2FdJMcajorLLG%2FN4BDgWXyyKrAffaZSjSES1%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가난을 지나온 사람은 무엇이 남는가—버티던 삶이 결국 나를 어떻게 바꿨는가&lt;br&gt;&lt;br&gt;어릴 적 나의 기억 속에는 빈곤과 가난이라는 단어가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월세방, 그리고 일수돈 단칸방으로 정의되는 가정환경에서 부모님의 장애까지 겹친 생활고는 어린 시절을 잊게 만든 고통과 흔적이었다.&lt;br&gt;그 조건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삶 전체의 구조를 결정짓는 무게였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밝은 장면보다 버티는 시간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 시절의 삶은 살아간다기보다 견딘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lt;br&gt;&lt;br&gt;가난은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공기처럼 늘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하루를 버틴다는 말이 곧 삶의 방식이었고, 미래라는 단어는 손에 닿지 않는 거리의 풍경처럼 느껴졌다.&lt;br&gt;어린 나에게 내일은 기대가 아니라 불확실함이었다.&lt;br&gt;&lt;br&gt;하루하루 먹고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먹을 것이 넉넉할 리 없었다. 국수와 꽁보리밥이 일상의 중심이었다.&lt;br&gt;국수 한 그릇, 보리밥 한 사발은 따뜻한 식사라기보다 공복을 겨우 견디게 해주는 시간의 연장에 가까웠다. 배가 채워지는 순간보다, 오늘을 넘겼다는 사실이 먼저 남았다.&lt;br&gt;&lt;br&gt;특히 꽁보리밥은 우리가 직접 만들어 먹은 것이 아니었다. 동네 전투경찰 기동대 내 식당을 운영하시던 아버지 지인이 먹다 남은 밥을 가져다준 것이었다.&lt;br&gt;누군가의 식사가 우리 식탁 위에 놓이는 순간은 어린 나이에도 깊게 각인되었다. 그 장면은 부끄러움보다 먼저, 설명할 수 없는 현실의 무게로 남았다.&lt;br&gt;&lt;br&gt;보리밥조차 없는 날에는 근처 쌀가게에서 반 되나 한 되 정도의 쌀을 사서 밥을 지어야 했다.&lt;br&gt;쌀을 산다는 행위는 선택이 아니라 계산이었다. 하루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였고, 삶은 늘 쪼개진 상태로 이어졌다.&lt;br&gt;&lt;br&gt;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던 형편이라 장사가 잘 되지 않는 날이면 어쩔 수 없이 일수돈에 의존해야 했다. 매일 찾아오는 일수아줌마는 가까운 친척처럼 익숙한 존재였고, 저녁이면 어김없이 방문해 돈을 받아 갔다.&lt;br&gt;그 방문은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하루의 결산이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늘 현실의 무게를 정확하게 드러냈다.&lt;br&gt;&lt;br&gt;저축이라는 개념조차 사치였던 시절, 가끔은 동사무소에서 지원받은 밀가루 한 포대로 수제비를 끓였다. 그것이 지금의 말로는 분식이었다.&lt;br&gt;그 밀가루 한 포대는 생존을 이어주는 최소한의 장치였고, 동시에 삶의 위치를 다시 확인하게 만드는 상징이었다.&lt;br&gt;&lt;br&gt;지금은 모든 것이 풍족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때의 분식은 오히려 더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lt;br&gt;과거에는 선택이 없었고, 지금은 선택이 존재한다. 그 차이는 단순한 환경이 아니라 삶의 감각 자체를 바꿔 놓는다.&lt;br&gt;&lt;br&gt;그래서 나는 가난과 빈곤에서 벗어나는 것을 인생의 가장 큰 목표로 삼았다. 남들이 보는 시선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버티던 시간들은 내 안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었다.&lt;br&gt;그 목표는 성공이 아니라 존엄을 회복하려는 오래된 결심이었다.&lt;br&gt;&lt;br&gt;가난 때문에 친척들에게 멸시를 받는 것도 견디기 어려웠다. 때로는 가난이 사람의 대접까지 결정한다고 느꼈던 시절도 있었다. 그것이 내가 겪었던 현실이었다.&lt;br&gt;그 시선은 오래도록 마음 깊은 곳에 남아 나를 규정하던 기준처럼 작용했다.&lt;br&gt;&lt;br&gt;지금의 나는 부자는 아니다. 어쩌면 여전히 가난의 경계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lt;br&gt;하지만 그 기준은 더 이상 나를 정의하지 못한다.&lt;br&gt;&lt;br&gt;물질적으로는 부족해 보일 수 있어도, 정신적으로는 더 이상 가난하지 않다. 글을 쓰는 과정 속에서 가난이라는 단어는 조금씩 의미를 잃어가고, 마음속 상처는 천천히 정리되고 있다.&lt;br&gt;이 변화는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조용한 회복에 가깝다.&lt;br&gt;&lt;br&gt;나는 이제 제2의 인생을 산다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예전처럼 쫓기듯 살아가지 않는다. 삶의 방향이 달라졌다.&lt;br&gt;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기준이 되었다.&lt;br&gt;&lt;br&gt;반성과 성찰을 통해 다시 살아가려 한다. 이것이 글쓰기의 힘이라고 믿는다.&lt;br&gt;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변화해 갈 것이다.&lt;br&gt;&lt;br&gt;그리고 나는 문득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lt;br&gt;지금의 나는 과거를 이겨낸 사람인가, 아니면 그 시간을 이해하게 된 사람인가.&lt;br&gt;혹은 여전히 그 기억 위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lt;br&gt;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과거를 벗어난 것일까, 아니면 그 위에 조용히 적응해 살아가고 있을 뿐일까.&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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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Wed, 29 Apr 2026 17:54:40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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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매가 사라진 자리에, 결국 법이 들어왔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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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nAQS1/dJMcacbQ76b/uO7sEy7nHIkaiHBkvkbXS0/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nAQS1/dJMcacbQ76b/uO7sEy7nHIkaiHBkvkbXS0/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nAQS1/dJMcacbQ76b/uO7sEy7nHIkaiHBkvkbXS0/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nAQS1%2FdJMcacbQ76b%2FuO7sEy7nHIkaiHBkvkbXS0%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br&gt;나는 초등학교때부터 선생님에게 매를 맞고 자랐다. 내또래 아이들은 다 같은 경험을 했으리라 생각이 든다. 그 시절 교실은 배움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통제의 공간이었다. 침묵과 긴장이 공기처럼 깔려 있었고, 아이들은 이유보다 결과를 먼저 배우고 있었다.&lt;br&gt;&lt;br&gt;그 당시 선생님들은 대부분 막대자루 하나는 가지고 다니셨다. 이 막대는 칠판에 기록한 수업 내용을 확인시키는 도구였고, 때로는 매의 막대기로도 사용했다. 교실 앞에 세워진 그 막대는 도구가 아니라 가능성이었고, 그 존재만으로도 이미 교실의 분위기를 규정하고 있었다.&lt;br&gt;&lt;br&gt;학습과 숙제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매를 맞았다. 때로는 개별적인 벌도, 가끔은 단체로 벌을 받았다. 체벌과 매는 학교생활의 일부였다. 이유는 달랐지만 결론은 같았다. 잘못은 설명보다 먼저 처벌로 돌아왔고, 그 반복 속에서 ‘따라야 한다’는 감각이 먼저 몸에 새겨졌다.&lt;br&gt;&lt;br&gt;물론 모범생같은 경우 그런 경험이 아예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잘못을 하면 매를 맞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던 어린 시절의 경험이, 나이 들어 사회규범을 지키는 기본이 되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 기억은 아픔이었지만 동시에 ‘선을 넘으면 대가가 따른다’는 감각을 남겼다.&lt;br&gt;&lt;br&gt;가끔은 감정이 실린 매도 있었다. 기준의 매는 규칙을 남겼고, 감정의 매는 공포를 남겼다.&lt;br&gt;&lt;br&gt;선생님의 권위는 절대적이었다. 그 권위는 설명 없이 복종을 요구했고, 질문은 애초에 허락되지 않았다.&lt;br&gt;&lt;br&gt;매를 맞고 집에 가서 억울함을 이야기하면 부모님들은 오히려 나를 나무라셨다. 잘못했으니 맞는 것이 당연하고, 선생님의 매는 사람을 만드는 과정이라 했다. 학교와 가정은 같은 기준으로 아이를 눌렀고, 아이는 해석할 권리 없이 그것을 받아들였다.&lt;br&gt;&lt;br&gt;어디에도 말을 할 수 없었다. 말을 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체벌과 매는 고등학교 때까지 이어졌고, 그 침묵은 한 세대의 공통된 감각으로 남았다.&lt;br&gt;&lt;br&gt;그 속에서 나는 아주 어렴풋한 규칙을 배웠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먼저 몸에 새겨졌고, 그 위에 ‘해야 할 것’이 쌓였다. 기준은 이해가 아니라 경험으로 만들어졌다.&lt;br&gt;&lt;br&gt;사회는 달랐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면 징벌을 받는다. 그것은 학교의 매와는 차원이 다르다. 학교의 매가 순간의 통제였다면, 법은 인생 전체를 겨눈다.&lt;br&gt;&lt;br&gt;법을 어기면 범죄자가 되고 사회적 지탄을 받는다. 매는 맞고 나면 끝나지만, 법은 기록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기록은 이후의 삶을 계속 따라다닌다.&lt;br&gt;&lt;br&gt;벌금, 제재, 그리고 감옥. 성인의 처벌은 생각보다 잔인하다. 그것은 처벌이 아니라 삶의 흐름을 끊어내는 일에 가깝다.&lt;br&gt;&lt;br&gt;법에는 감정이 없다. 오로지 정해진 기준만 있다. 그래서 더 차갑고, 더 무겁고, 되돌릴 수 없다.&lt;br&gt;&lt;br&gt;요즘 학교에서는 체벌에 대한 반항이 거세다. 학생과 학부형이 선생을 고소하고, 때로는 폭행까지 이어진다. 우리 세대에서는 상상도 못하던 일이다. 통제는 사라졌지만, 기준까지 함께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게 된다.&lt;br&gt;&lt;br&gt;선생님의 자리는 불안해졌고, 교권은 무너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사회는 사라진 통제를 더 강하게 되돌려 놓을 수밖에 없다.&lt;br&gt;&lt;br&gt;그때는 매로 배웠고, 지금은 법으로 배운다.&lt;br&gt;하지만 그 사이를 이어야 할 ‘기준’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lt;br&gt;&lt;br&gt;아무도 보지 않아도, 당신은 멈출 수 있는가.&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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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Wed, 29 Apr 2026 07:51:56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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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amp;quot;사라진 도시락, 더 교묘해진 격차&amp;rdquo;</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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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lZH7P/dJMcabRxy8j/mKcxYgI5HRYVSP5F2qLk11/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lZH7P/dJMcabRxy8j/mKcxYgI5HRYVSP5F2qLk11/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lZH7P/dJMcabRxy8j/mKcxYgI5HRYVSP5F2qLk11/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lZH7P%2FdJMcabRxy8j%2FmKcxYgI5HRYVSP5F2qLk11%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지금처럼 학교급식이 무상급식이 아닌 시절에 학교를 다녔다. 중학교 때부터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녀야 하는 학습생활이 시작되었다. 초등학교 때에는 오전 수업만 진행되다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수업이 오후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 변화는 단순한 시간표의 차이가 아니라, 생활 방식 자체가 달라지는 시작점이기도 했다.&lt;br&gt;&lt;br&gt;학교 도시락은 집에서 싸서 다녀야 하는, 아주 귀찮고 짐이 되는 물건이었다. 아침마다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지만, 하루 종일 가방 속에 넣어 다녀야 한다는 점이 더 부담이었다. 가방의 무게보다 더 크게 느껴졌던 것은, 그 안에 담긴 ‘차이’였다.&lt;br&gt;&lt;br&gt;중학교 때 점심시간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점심시간 종이 울리자마자 나는 젓가락을 들고 맛있는 반찬을 싸오는 친구의 반찬통을 공략하러 뛰어다녔다. 한마디로 반찬을 지키려는 친구와, 한 점이라도 얻어보려는 아이들 사이의 전쟁이었다.&lt;br&gt;&lt;br&gt;누군가는 도시락 뚜껑을 재빨리 덮으며 방어했고, 누군가는 틈을 노려 번개처럼 젓가락을 꽂았다. 짧은 몇 분 사이에 벌어지는 그 움직임은 놀랄 만큼 치열했다. 웃음과 장난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는 아이들 나름의 계산과 눈치가 분명히 존재했다. 가끔은 점심시간 순찰을 돌던 교감선생님에게 걸려 복도에 서서 벌을 받기도 했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전쟁이 멈추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lt;br&gt;&lt;br&gt;도시락 반찬 수준으로 집안의 가정환경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반찬이 다양하고 풍성한 도시락도 있었고, 단출하게 채워진 도시락도 있었다. 아이들은 말하지 않았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맛있는 반찬을 싸오는 친구들이 유난히 부러웠다. 그 감정은 단순한 식욕이 아니라, 설명하지 못한 어떤 차이에 대한 감각에 가까웠다.&lt;br&gt;&lt;br&gt;이 반찬 전쟁은 고등학교에 가면서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 빠르게 경제가 성장하던 시기였고, 각 가정의 형편도 조금씩 나아졌기 때문이다. 도시락의 내용은 점점 비슷해졌고, 서로를 노골적으로 탐내는 일도 줄어들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가 비슷해진 것처럼 보였다.&lt;br&gt;&lt;br&gt;고등학교 때에는 버스로 한 시간 거리를 통학했다. 만원 버스 안에서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치이다 보면, 가방 속 도시락이 뒤집히는 일도 종종 있었다. 김치 국물이나 반찬 국물이 흘러나와 가방 안을 적시고, 냄새가 퍼져 버스 안 사람들에게 원치 않는 불편을 주기도 했다. 버스 안에서 가끔 반찬 국물이 흘러내려 냄새가 퍼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 냄새의 시작이 나라는 사실이 견디기 어려워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을 만큼 괴롭고 고통스러웠다.&lt;br&gt;&lt;br&gt;학교에 도착해 가방을 열었을 때, 교과서까지 젖어버린 모습을 보면 한숨이 먼저 나왔다. 손으로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과 냄새는 하루 종일 따라다녔다. 그날은 괜히 더 말수가 줄어들고, 괜히 더 조용해지곤 했다. 사소한 사고였지만, 그 안에는 이미 ‘드러나고 싶지 않은 것’이 묻어 있었다.&lt;br&gt;&lt;br&gt;이제는 모든 급식이 무상급식이다. 더 이상 도시락 반찬으로 가정 형편을 드러내던 시대는 아니다. 아이들은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식탁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적어도 눈에 보이는 차이는 많이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lt;br&gt;&lt;br&gt;하지만 기준은 사라지지 않았다. 단지 형태만 바뀌었을 뿐이다.&lt;br&gt;&lt;br&gt;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어떤 학원을 몇 개 다니느냐가 또 다른 기준이 되었다. 누군가는 방과 후에도 여러 개의 수업을 이어가고, 누군가는 집으로 돌아간다. 사교육은 여전히 개인의 비용으로 유지된다. 보이지 않는 차이는, 오히려 더 조용하고 더 분명하게 쌓인다.&lt;br&gt;&lt;br&gt;예전에는 도시락을 열면 차이가 보였다. 지금은 시간을 들여야 차이가 보인다.&lt;br&gt;&lt;br&gt;그래서 더 분명해진 사실이 하나 있다.&lt;br&gt;차이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더 교묘하게 숨겨졌을 뿐이다.&lt;br&gt;&lt;br&gt;우리는 더 공평해진 것이 아니라,&lt;br&gt;서로의 차이를 불편해하지 않기 위해 ‘보지 않기로 선택한 사회’에 가까워졌다.&lt;br&gt;&lt;br&gt;그리고 그 선택의 대가는, 결국 누군가의 시간과 기회가 조용히 줄어드는 방식으로 돌아간다.&lt;br&gt;&lt;br&gt;그렇다면 지금의 평등은 정말 공정한 것인가,&lt;br&gt;아니면 그저 모두가 침묵으로 유지하고 있는 또 하나의 합의일 뿐인가.&lt;br&gt;&lt;br&gt;당신은 지금,&lt;br&gt;그 침묵 위에서 더 많은 기회를 가져가는 쪽인가,&lt;br&gt;아니면 아무것도 모른 채 기회를 놓치고 있는 쪽인가.&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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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ue, 28 Apr 2026 21:22:18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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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맛있는데 왜 망할까 &amp;mdash; 당신이 놓치고 있는 단 하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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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nvSc8/dJMcafzExrI/WrfPKxv3iJ5LrGbdLziW80/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nvSc8/dJMcafzExrI/WrfPKxv3iJ5LrGbdLziW80/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nvSc8/dJMcafzExrI/WrfPKxv3iJ5LrGbdLziW80/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nvSc8%2FdJMcafzExrI%2FWrfPKxv3iJ5LrGbdLziW80%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사람은 가게를 기억하지만, 나는 한 가게의 ‘침묵’을 기억한다.&lt;br&gt;그 침묵이 나를 멈춰 세운 단골 밥집이자 술집이 있다. 그 집은 후배가 사는 집 바로 아래에 있는 가게다.&lt;br&gt;&lt;br&gt;오늘도 저녁을 먹기 위해 후배와 함께 집을 나섰다. 집 앞에 차를 세우는 순간, 익숙한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다른 곳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단골집으로 가자고 했다.&lt;br&gt;&lt;br&gt;하지만 후배는 이미 낮에 그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고 했다.&lt;br&gt;하루 두 번은 부담스럽다는 말.&lt;br&gt;&lt;br&gt;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려던 순간이었다.&lt;br&gt;발이 먼저 멈췄다.&lt;br&gt;&lt;br&gt;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lt;br&gt;그냥 지나치면 안 될 것 같은 공기.&lt;br&gt;&lt;br&gt;가게 안을 보는 순간, 이상함은 더 분명해졌다.&lt;br&gt;늘 있던 소리들이 사라져 있었다.&lt;br&gt;손님이 없었다.&lt;br&gt;&lt;br&gt;조용한 게 아니라 비어 있었다.&lt;br&gt;&lt;br&gt;그 가게는 오래전 단골이었던 커피숍 사장님이 새롭게 연 순댓국집이다.&lt;br&gt;아직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꾸준히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던 곳이다.&lt;br&gt;나 역시 그중 하나였다.&lt;br&gt;&lt;br&gt;그런데 오늘은 달랐다.&lt;br&gt;설명이 필요 없는 공기였다.&lt;br&gt;&lt;br&gt;나는 후배에게 말했다.&lt;br&gt;“오늘은 그냥 여기로 가자.”&lt;br&gt;&lt;br&gt;문을 여는 순간, 여사장의 표정이 먼저 들어왔다.&lt;br&gt;말보다 먼저 온 건 피로였다.&lt;br&gt;&lt;br&gt;오늘 장사가 되지 않아 일찍 문을 닫고 나가려 했다는 말.&lt;br&gt;그리고 잠깐의 한숨.&lt;br&gt;&lt;br&gt;그 말은 길지 않았지만 무겁게 남았다.&lt;br&gt;&lt;br&gt;주문을 하고 나서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lt;br&gt;가게 앞을 치우던 순간, 지나가던 사람이 한마디를 던졌다고 했다.&lt;br&gt;“이러니 손님이 없지.”&lt;br&gt;&lt;br&gt;그때 가게 안은 비어 있었다.&lt;br&gt;&lt;br&gt;그 말은 설명이 아니라 낙인이었다.&lt;br&gt;순간의 평가가 하루 전체를 덮어버린다.&lt;br&gt;&lt;br&gt;사람은 모르는 것을 쉽게 말한다.&lt;br&gt;그리고 그 말은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lt;br&gt;&lt;br&gt;김치, 깍두기, 파김치까지 직접 담그는 집이다.&lt;br&gt;보이지 않는 시간이 음식 안에 쌓여 있다.&lt;br&gt;&lt;br&gt;하지만 그 시간은 사진에 찍히지 않는다.&lt;br&gt;보이지 않는 것은 평가되지 않는다.&lt;br&gt;&lt;br&gt;그래서 더 쉽게 오해된다.&lt;br&gt;그래서 더 빨리 지워진다.&lt;br&gt;&lt;br&gt;이 가게는 맛의 문제가 아니었다.&lt;br&gt;존재의 문제였다.&lt;br&gt;&lt;br&gt;지금은 마케팅의 시대다.&lt;br&gt;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lt;br&gt;&lt;br&gt;보이지 않으면 없는 것이다.&lt;br&gt;&lt;br&gt;입소문이 천천히 퍼지던 시대는 끝났다.&lt;br&gt;지금은 노출이 먼저고, 선택은 그 다음이다.&lt;br&gt;&lt;br&gt;결국 싸움은 단순해졌다.&lt;br&gt;무엇을 만들었느냐가 아니라,&lt;br&gt;먼저 보이느냐의 싸움이다.&lt;br&gt;&lt;br&gt;이 간극을 넘지 못하면,&lt;br&gt;좋은 것도 그냥 사라진다.&lt;br&gt;&lt;br&gt;그래서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낸다.&lt;br&gt;살기 위해서다.&lt;br&gt;&lt;br&gt;이 집의 사장님은 여러 번의 창업을 통해 경험이 쌓인 사람이다.&lt;br&gt;음식에 대한 기준도, 자부심도 분명하다.&lt;br&gt;&lt;br&gt;하지만 한 가지가 부족했다.&lt;br&gt;시대의 속도였다.&lt;br&gt;&lt;br&gt;나는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lt;br&gt;이제는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lt;br&gt;&lt;br&gt;이해는 하고 있었다.&lt;br&gt;하지만 방법까지는 보이지 않았다.&lt;br&gt;&lt;br&gt;방법을 모른다는 건 부족함이 아니다.&lt;br&gt;아직 연결되지 않은 상태일 뿐이다.&lt;br&gt;&lt;br&gt;그 연결 하나가 결과를 바꾼다.&lt;br&gt;&lt;br&gt;그래서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lt;br&gt;이건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걸.&lt;br&gt;&lt;br&gt;이 가게는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lt;br&gt;문제는 바깥이었다.&lt;br&gt;&lt;br&gt;문 안이 아니라 문 밖.&lt;br&gt;그 차이 하나가 모든 것을 바꾼다.&lt;br&gt;&lt;br&gt;당신이 못 본 가게는 정말 사라진 걸까,&lt;br&gt;아니면 당신에게 ‘보이지 않게 된 것’일까&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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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ue, 28 Apr 2026 07:28:39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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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세 번의 실패가 나를 참모로 만들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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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phXI1/dJMcagFkguc/PjZ7JeaNXecuXVUZcyz0aK/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phXI1/dJMcagFkguc/PjZ7JeaNXecuXVUZcyz0aK/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phXI1/dJMcagFkguc/PjZ7JeaNXecuXVUZcyz0aK/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phXI1%2FdJMcagFkguc%2FPjZ7JeaNXecuXVUZcyz0aK%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나는 사업가체질은 전혀 아닌것 같다.&lt;br&gt;스스로를 돌아볼수록 그 판단은 감정이 아니라 경험에서 나온 결론에 가까웠다.&lt;br&gt;&lt;br&gt;이야기는 오래전의 일로 거슬러 올라간다.&lt;br&gt;그때의 선택 하나가 지금의 나를 설명해주는 기준점이 되었다.&lt;br&gt;&lt;br&gt;장인어른이 사업을 하실 초창기때 일이다.&lt;br&gt;공장에는 늘 기계 소리와 사람들의 긴장감이 함께 흐르고 있었다.&lt;br&gt;&lt;br&gt;사위인 나는 손위처남 보다도 나이가 많고 사회경험 그리고 기본적인 관리경험이 있기에 장인어른은 슬쩍 장인어른 일을 맡아서 하던지, 아니면 지금의 사업은 전망성이 없는 분야라 자네가 잘 알고 있는,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서 한번 해 보라고 하셨지만 나는 선사례를 쳤다.&lt;br&gt;그 순간 머릿속에는 가능성보다 실패의 기억이 먼저 떠올랐다.&lt;br&gt;&lt;br&gt;아버님 저는 리더가 되기 어렵습니다.&lt;br&gt;그 말은 겸손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냉정한 평가였다.&lt;br&gt;&lt;br&gt;저는 리더를 옆에서 보살피고 서포팅하는 참모역할이 저에겐 잘 맞는 일입니다. 라고 말을 하고 지나갔다.&lt;br&gt;누군가의 방향이 맞는지 확인해주고, 흔들릴 때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이 더 편안했다.&lt;br&gt;&lt;br&gt;실제로 자동차 회사 재직시 나의 일은 그런 실무진이면서 윗사람을 보필하고, 그의 눈과 귀가 되어서 하는 일에 아주 가까웠다.&lt;br&gt;현장을 오가며 사람들의 표정과 분위기를 읽는 일이 내 일이었다.&lt;br&gt;&lt;br&gt;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그리고 회사가 종업원하고 같이 발전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보고를 하는 일이 나중에 회사 정책에 반영이 되고 발전해 나아가는 모습에 자부심을 가지기도 했기 때문이다.&lt;br&gt;눈에 보이지 않는 연결과 흐름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그 일은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lt;br&gt;&lt;br&gt;그리고 3번의 창업 실패에서 자신감을 완전히 잃어버린 영향도 많이 컸다.&lt;br&gt;한 번의 실패는 경험이지만, 반복된 실패는 사람을 위축시키고 방향 감각마저 흐리게 만든다.&lt;br&gt;&lt;br&gt;생맥주집 1년 동안 아내와 나는 쉬지도 않고 일을 했지만 월세를 내지 못해 철저하게 망했다. 늦은 밤 가게문을 닫으면서 1년 동안의 시간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불이 꺼진 가게 안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고, 방금 전까지 사람들로 채워졌던 자리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비어 있었다. 셔터를 내리기 전, 나는 한참을 서서 문고리만 붙잡고 있었다.&lt;br&gt;시간이 스크린처럼 지나갔다. 불 꺼진 가게를 뒤로한 채, 돈도 잃고 자존감도 잃어버린 나는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 위에는 이미 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lt;br&gt;그날 이후 나는 실패를 극복하지 못한 사람이 아니라, 실패를 이유로 스스로를 제한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lt;br&gt;&lt;br&gt;작은 가게 하나도 잘 운영하지 못해 실패한 내가 무슨 회사를 운영한다는 말인가?&lt;br&gt;그 질문은 남에게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던진 가장 냉혹한 질문이었다.&lt;br&gt;&lt;br&gt;그리고 중소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주 가까이 CEO들의 고충과 어려움들을 여과 없이 많이 봐오기도 했기에 CEO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차원이 다른 영역임을 체감하고 있었기도 했다.&lt;br&gt;결정 하나로 사람들의 삶이 흔들리는 장면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다.&lt;br&gt;&lt;br&gt;돈을 벌고 못 벌고를 떠나 회사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하고 결단을 내려야 하는 아주 고독한 자리이기도 했다.&lt;br&gt;회의실이 비어도, 고민은 끝나지 않는 자리였다.&lt;br&gt;&lt;br&gt;나는 그것을 해낼 자신이 없었다.&lt;br&gt;책임을 지는 것보다, 책임을 보좌하는 쪽이 나에게는 더 솔직한 선택이었다.&lt;br&gt;&lt;br&gt;어쩌면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을 이겨내기 싫어서 피한 일일 수도 있다.&lt;br&gt;하지만 피한 선택조차 결국은 또 다른 선택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lt;br&gt;&lt;br&gt;편안함에 익숙해진 직장생활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못한 우물 안의 개구리였던 것 같다.&lt;br&gt;익숙함은 안전하지만, 동시에 시야를 좁히는 틀이 되기도 한다.&lt;br&gt;&lt;br&gt;지금은 처남이 장인어른 돌아가시고 공장을 물려 받아서 하고는 있지만, 차남도 이제는 알 것이다.&lt;br&gt;세대가 바뀌며 그 무게는 또 다른 어깨로 옮겨갔다.&lt;br&gt;&lt;br&gt;그 자리가 주는 무게가 얼마나 크고 중요한 것인지 곁으로만은 절대 알 수 없다. 직접 뛰어보고 부딪혀 보지 않고는 모를 일이다.&lt;br&gt;말로 들은 책임과 실제로 짊어진 책임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lt;br&gt;&lt;br&gt;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만 그 자리가 맞지 않았을 때 그 자리는 사람을 만들지 못하고 오히려 퇴보시키고 힘들게만 할 뿐이다.&lt;br&gt;모든 자리가 성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맞지 않는 자리는 사람을 소모시킨다.&lt;br&gt;&lt;br&gt;당신의 자리는 어떤 자리인가?&lt;br&gt;지금 서 있는 위치가 나를 키우는지, 갉아먹는지 스스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lt;br&gt;&lt;br&gt;내가 잘 할 수 있고 맞추어 크게 성장의 기반을 만들 수 있는 자리인가?&lt;br&gt;나의 강점이 살아나는 자리인지가 가장 먼저 기준이 되어야 한다.&lt;br&gt;&lt;br&gt;아님 시간을 갉아 먹고 낭비하는 자리인가?&lt;br&gt;아무리 버텨도 남는 것이 없다면, 그 자리는 이미 답을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lt;br&gt;&lt;br&gt;지금 당신은, 버티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방향을 잃은 채 시간을 버리고 있는 것인가?&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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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un, 26 Apr 2026 19:24:03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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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우리는 왜 &amp;lsquo;이모&amp;rsquo;는 부르면서, &amp;lsquo;고모&amp;rsquo;는 부르지 않을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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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cJ2oPa/dJMcagL5rc8/vupWeE2CNIIOaGYKUDTM1k/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cJ2oPa/dJMcagL5rc8/vupWeE2CNIIOaGYKUDTM1k/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cJ2oPa/dJMcagL5rc8/vupWeE2CNIIOaGYKUDTM1k/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cJ2oPa%2FdJMcagL5rc8%2FvupWeE2CNIIOaGYKUDTM1k%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이모와 고모의 차이, 사회생활 속에 녹아 있는 명칭&lt;br&gt;&lt;br&gt;식당에 가면 자연스럽게 입에서 나오는 말이 있다.&lt;br&gt;“이모, 여기 주문 좀 받을게요.”&lt;br&gt;&lt;br&gt;말은 짧고, 생각은 없다.&lt;br&gt;그저 익숙함이 먼저 튀어나온다.&lt;br&gt;&lt;br&gt;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나이가 조금 있는 여성 종업원을 ‘이모’라고 부르고 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선배들이 그렇게 불렀고, 나는 아무렇지 않게 따라 불렀다. 그렇게 이 호칭은 이유도 모른 채 몸에 붙었다.&lt;br&gt;&lt;br&gt;그날도 비슷한 상황이었다.&lt;br&gt;작은 식당, 점심시간,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lt;br&gt;“이모, 물 좀 주세요.”&lt;br&gt;&lt;br&gt;그분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을 가져다주었다.&lt;br&gt;짧은 눈맞춤이 있었고, 그 안에는 설명되지 않는 익숙함이 스쳐 지나갔다.&lt;br&gt;우리는 서로를 모르지만, 그 호칭 하나로 관계는 이미 정리되어 있었다.&lt;br&gt;&lt;br&gt;같은 자리에서 다른 손님은 그분을 향해 “사장님”이라고 불렀다.&lt;br&gt;순간 공기의 결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같은 사람인데도, 호칭 하나로 관계의 높낮이가 다시 정리되는 느낌이었다.&lt;br&gt;누군가는 거리를 두고, 누군가는 거리를 줄인다. 그 선택이 말 한마디로 드러났다.&lt;br&gt;&lt;br&gt;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lt;br&gt;&lt;br&gt;이모는 분명 어머니의 자매를 부르는 말이다.&lt;br&gt;지극히 개인적이고, 가족 안에서만 쓰이는 호칭이다.&lt;br&gt;그런데 우리는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그것도 서비스 관계 속에서 이 말을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lt;br&gt;&lt;br&gt;더 이상한 것은 그 반대다.&lt;br&gt;&lt;br&gt;“고모, 여기요.”&lt;br&gt;&lt;br&gt;이 말은 입에 붙지 않는다.&lt;br&gt;어색하다. 실제로 그렇게 부르는 장면을 본 적도 거의 없다.&lt;br&gt;이모와 고모, 둘 다 부모의 형제자매를 뜻하는 말인데, 왜 하나는 자연스럽고 다른 하나는 끝내 낯선 채로 남아 있는 걸까.&lt;br&gt;&lt;br&gt;문득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lt;br&gt;‘한 번 고모라고 불러볼까.’&lt;br&gt;&lt;br&gt;머릿속으로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 같은 의미의 호칭이니까.&lt;br&gt;그런데 막상 입을 열려는 순간, 이상하게도 말이 걸렸다.&lt;br&gt;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유는 설명할 수 없었지만, 몸이 먼저 거부하고 있었다.&lt;br&gt;&lt;br&gt;우리는 이 차이를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lt;br&gt;&lt;br&gt;아마도 무의식 속에서 이미 답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lt;br&gt;&lt;br&gt;이모라는 단어에는 묘하게 힘이 빠져 있다.&lt;br&gt;부드럽고, 덜 부담스럽고, 쉽게 말을 걸 수 있는 느낌이 있다.&lt;br&gt;어릴 적 기억을 떠올려 보면, 이모는 어딘가 편하게 기대어도 괜찮을 것 같은 존재였다.&lt;br&gt;&lt;br&gt;반면 고모라는 단어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긴장이 남아 있다.&lt;br&gt;틀린 말은 아니지만, 쉽게 꺼내기에는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거리감이 있다.&lt;br&gt;그 차이는 아주 작지만, 사람은 그런 미세한 감각에 따라 행동한다.&lt;br&gt;&lt;br&gt;이 감정은 가족을 넘어 사회로 번진다.&lt;br&gt;&lt;br&gt;많은 사람들이 시댁보다 처가를 더 편하게 느낀다고 말한다.&lt;br&gt;누가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방향과 심리적 거리의 문제다.&lt;br&gt;그 미묘한 차이가 언어에 스며들고, 결국 우리가 선택하는 단어를 바꾼다.&lt;br&gt;&lt;br&gt;그래서 우리는 낯선 사람에게조차 가장 부담 없는 호칭을 꺼낸다.&lt;br&gt;그게 ‘이모’다.&lt;br&gt;&lt;br&gt;그 순간, 상대는 가족이 아니면서도 가족처럼 느껴지는 위치에 놓인다.&lt;br&gt;완전히 가깝지도, 그렇다고 차갑지도 않은 절묘한 거리.&lt;br&gt;우리는 그 애매한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이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한다.&lt;br&gt;&lt;br&gt;결국 호칭은 단순한 말이 아니다.&lt;br&gt;&lt;br&gt;그 안에는 우리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담겨 있다.&lt;br&gt;거리를 줄이고 싶은지, 아니면 지키고 싶은지.&lt;br&gt;편하게 만들고 싶은지, 아니면 선을 긋고 싶은지.&lt;br&gt;&lt;br&gt;그 모든 선택이 단어 하나에 스며 있다.&lt;br&gt;&lt;br&gt;그래서 어떤 말은 살아남고, 어떤 말은 사라진다.&lt;br&gt;&lt;br&gt;이모는 남았다.&lt;br&gt;고모는 남지 않았다.&lt;br&gt;&lt;br&gt;그 차이는 단어의 문제가 아니다.&lt;br&gt;우리가 관계를 다루는 방식의 차이다.&lt;br&gt;&lt;br&gt;그리고 그 사실을 알고 나면, 더 이상 아무 생각 없이 부를 수 없게 된다.&lt;br&gt;&lt;br&gt;우리는 왜 ‘이모’는 부르면서도, 끝내 ‘고모’는 부르지 않는가.&lt;br&gt;&lt;br&gt;이 질문은 단순한 호칭의 문제가 아니다.&lt;br&gt;우리가 타인을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어디에서 선을 긋는지에 대한 이야기다.&lt;br&gt;&lt;br&gt;아무렇지 않게 내뱉던 한마디가,&lt;br&gt;사실은 우리가 만든 관계의 구조였다는 것을&lt;br&gt;당신은 알고 있었는가.&lt;/p&gt;</description>
      <author>초심행님</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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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un, 26 Apr 2026 18:39:15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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